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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22일 대구구장에서 이승엽 300호 홈런을 친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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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서울 제공 |
같은 물건이라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은 더욱 더 가치를 받는다. 피버노바의 15만원짜리 축구공과 작년 광주 월드컵 구장에서 히딩크가 구두 흔적을 남기며 관중에게 찼던 공의 가치는 서로 비교할 수가 없다.
이승엽의 300호 홈런볼이 결국 중국 동포에게 넘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습득자
이상은(27)씨는 이 공을 중국 베이징에 살고 있는 조선족 최웅제(70)씨에게 10만달러(약 1억 2천만원)에 팔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삼성측은 경산 볼파크 '삼성 라이온즈'기념관에 배트와 함께 전시하려고 했지만 이제
이승엽 선수가 기증한 배트만 볼 수 있는 반쪽짜리의 전시회가 될 상황에 처했다. 배트를 기증 받은 상태에서 굳이 공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삼성의 한 관계자의 말은 두고두고 씁쓸해진다.
삼성이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 데에는 스포츠 마케팅 영향이 상당히 컸다.
삼성은 1986 서울 아시안 게임을 시작으로 세 번의 올림픽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로컬 스폰서로, 1998년 나가노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월드와이드 파트너로)과 세 번의 아시안 게임 (1990북경, 1994 히로시마, 1998 방콕)을 후원하였다.(삼성
홈페이지에서 발췌)
그리고 98년에는 박세리 선수가 양말을 벗으며 투혼을 발휘한 US 오픈 우승할 때에도 그의 모자에 씌여진 삼성의 로고는 전세계로 퍼져나갔으며 기업 홍보 효과는 엄청났다. 어디 그뿐인가?
우승에 목말랐던 야구를 위해 투자했던 그들의 노력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잘
나간다 하는 감독과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였다. 그리고 작년, 드디어 우승의 꿈을 이룬 한국 시리즈에서는 역전승의 짜릿함으로 인해 더욱 더 '삼성'의 이름이 빛을 발휘했다. 이렇게 우승 및 기업홍보를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대기업이 이번에는 이상하리 만큼 300호 홈런볼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삼성측이 이상은씨로 부터 홈런볼을 넘겨받기 위해 제안했다는 29인치 TV를
검색해 본 결과 최고가가 128만원 정도인 것을 확인했다. 그외 올시즌 남은 경기 입장권, 내년 시즌 연간회원권 등은 대략 1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정도이니 300호 홈런은 300만원도 안된다는 이야기다.
이상은씨는 "TV는 집에도 있고 2년 연간 회원권은 받아봤자 무용지물이다. 살기 바빠 한 달에 한 번 오기도 힘든데 무슨 소용이냐"며 공을 내놓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사실 그의 말은 백 번 옳다. 매번 야구보러 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요즘 TV에
욕심부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같은 값이면 컴퓨터나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을 더욱 선호한다. 그는 세계 신기록의 가치에 대해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원했다. 그 공에 대해 금전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인지상정이다.
삼성측은 성인군자의 팬을 원했는지 묻고 싶다. TV와 회원권을 주면 '네'하고 건네주기를 원했는가? 아니면 역사적 가치가 있고 모든 국민들이 봐야 하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을 기증하기를 바랬는가? 경산 볼파크에 공과 배트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모습과 배트만 있는 모습을 비교해 보라.
기념관을 찾은 고객들은 그 곳을 찾으며 두고두고 홈런볼에 대한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아니, 아쉬움 이상으로 삼성에 대해 커다란 실망을 할 것이다. 그 아쉬움을 삼성은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
결국 이번 일로 인해서 세계기록의 공은 해외로 나가고 우리는 이제 이승엽의 300호
홈런볼을 보려면 수십만원의 차비를 들이고 외화를 낭비해야 한다. 그러나 평생 그
공을 못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을 것이다.
홈런볼이 중국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도 있다. 그러나 프로 야구가 아직 초기에 머물러 있고 야구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어린이들에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삼성은 언젠가 그 공을 다시 가져올 계획이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할지 모른다.
아니, 그때 가서도 공을 그냥 기증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300 홈런의 감동은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야구 기념관에서 홈런 쳤던 순간의 영상물, 그리고 유니폼과 배트, 이승엽 선수의 사인이 담긴 공을
보는 것이다.
삼성이 습득자를 설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투자한 그 이상의 효과를 충분히
발휘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일은 나무와 숲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삼성의
국민들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이승엽 선수는 기록을 향하여 연일 홈런쇼를 벌일 것이다. 선수와 국민이 모두 기뻐하는 영광의 순간이 해외로 빠져나가야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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