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기록’ 대입 5수까지 남아… 대학들, 수위 따라 점수 깎을듯
[학폭 대책 발표] 학폭 現 고1부터 모든 대입에 반영
2026학년도부터 정시까지 확대
징계기록 보존 2년→4년으로
소송 증가-처벌 형평성 논란 여전
지금의 고1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입 전형에 학폭 이력이 반드시 반영된다. 교사를 배출하는 교대, 사범대는 각 대학이 학폭 가해 학생의 지원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학폭 가해 징계 기록의 보존 기간도 최대 4년으로 늘어난다.
12일 정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순신 아들 사태’로 학폭에 대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지 48일 만이다. 현재는 주로 대입 수시 전형에서만 학폭 기록이 반영되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수능 정시와 수시 논술, 예체능계열 등 실기 위주 전형 등 모든 입시에 학폭 기록이 반영된다. 김혜림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징계) 조치 사항이 심한 경우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부터는 학폭 가해 학생이 강제 전학, 학급 교체, 출석 정지 등 중징계를 받으면 학생부에 징계 기록이 졸업 이후 4년간 보존된다. 현재보다 2년 늘린 것. 또 ‘피해 학생의 동의’가 있어야만 심의를 거쳐 징계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이 학폭 피해자의 고통을 막기에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정 변호사 아들 사례처럼 가해 학생이 전학이나 퇴학 조치에 불복해 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경우에 대비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 발표에서는 ‘엄벌주의’와 ‘형평성’ 사이에 딜레마도 감지된다. 국민 여론과 학폭 피해자 측에서는 가혹한 처벌과 제재를 요구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소년범과 비교했을 때 그보다 가벼운 학폭 가해 학생이 오히려 더 큰 제재를 받게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Q&A로 본 학교폭력 대책
대학별로 가해자 감점기준 마련
교대-사범대, 아예 지원 막을수도
“고교 이전 학폭 대책은 부족” 지적
“기록 보존 더 늘리면 주홍글씨”
정부가 12일 발표한 ‘학교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의 핵심은 가해 고교생의 대학 진학을 더욱 어렵게 해 학폭을 줄이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지난달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91.2%가 학폭 기록을 대입 정시 모집에 반영하는 데 찬성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과 관련된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학폭의 기준과 절차는….
“학교에 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교내 학폭 전담기구가 피해 사실을 확인한다. 이후 학생 면담, 목격자 조사 등을 거쳐 사실 여부를 파악한 뒤 폭력의 지속성이나 심각성, 2인 이상의 집단 가해 여부, 피해 학생과의 화해 정도 등의 기준에 따라 학폭 경중을 판단한다.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사건 인지 후 48시간 내에 해당 교육지원청에 보고해야 한다. 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1호(서면사과)∼9호(퇴학)의 조치를 내린다.”
―입시에 어떻게 반영되나.
“입시는 기본적으로 대학의 자율 영역이기 때문에 학교마다 다른 감점 기준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서울대는 정시에서 학폭 조치 1∼3호는 ‘감점 없음’, 4∼7호는 ‘수능 성적에서 1점 감점’, 8∼9호는 ‘수능 성적에서 2점 감점’으로 반영해 왔다. 학폭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고조된 만큼 앞으로 대학에 따라 이보다 큰 감점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입시에 학폭 기록을 반영할 경우 ‘실효성 있는 정도’로 반영해야 한다는 데에 대학들과 교육부 사이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입시기관들은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갈리는 정시에서 학폭 감점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해 이력 학생을 아예 불합격시킬 수도 있나.
“교육부는 전형이나 모집 단위에 따라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령, 교원을 양성하는 교대와 사범대에선 학폭 가해 기록이 있을 경우 지원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시 학교장추천전형처럼 학생의 인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추천 학생을 정하는 전형에서도 학폭 가해자는 배제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정부가 강제할 순 없다.”
―기록 보존 기간을 2년 연장한 이유와 효과는….
“2012년 학폭 가해 기록이 학생부에 처음 기재됐을 때는 보존 기간이 최대 10년이었다. 이후 ‘주홍글씨’ 우려로 점차 기간이 단축됐다. 일각에서는 10년까지 늘려 취업에도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정부는 기업의 인사 자율성 침해 문제 등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보존 기간이 내년 새학기(3월)부터 4년으로 늘어나면 현 고2는 ‘5수’를 할 때까지 학폭 기록이 남는다. 재수생, 3수생뿐 아니라 4수, 5수생도 입시에 영향을 받고, 특히 ‘N수생’이 많은 의대, 치의대 입시에서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초교와 중학교는 영향을 받나.
“초교와 중학교 학생부는 대입에 활용되지 않는다. 고교 학생부만 반영된다. 이 때문에 초등생, 중학생의 학폭 징계 보존기간이 4년으로 늘어도 대입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단 영재중, 과학고, 특목고 등에 진학할 때는 반영되겠지만 이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과는 별 관련이 없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고교보다 중학교, 초교에서 학폭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내 심의에서 학폭 기록을 삭제할 수 있지 않나.
“가해 학생 조치 사항 중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5호), 출석 정지(6호), 학급 교체(7호)는 졸업 전 학내 심의기구에서 기록 삭제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는 ‘피해 학생 동의서’ ‘소송 진행 상황’ 등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심의 요건을 강화했다. 피해 학생의 동의 없이는 기록을 못 지우도록 한 것이다. 다만, 집안이 부유한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금품 제공 등을 통해 동의서를 내도록 설득할 가능성도 있고, 이 때문에 집안 여건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혹은 가해 학생 측이 동의서를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피해자 측에 ‘맞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할 우려도 제기된다.”
박성민 기자,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