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11,25-29
그 무렵 25 주님께서 구름 속에서 내려오시어 모세와 말씀하시고,
그에게 있는 영을 조금 덜어 내시어 일흔 명의 원로들에게 내려 주셨다.
그 영이 그들에게 내려 머무르자 그들이 예언하였다.
그러나 다시는 예언하지 않았다.
26 그때에 두 사람이 진영에 남아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엘닷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메닷이었다.
그런데 명단에 들어 있으면서 천막으로 나가지 않은 이 사람들에게도
영이 내려 머무르자, 그들이 진영에서 예언하였다.
27 한 소년이 달려와서,
“엘닷과 메닷이 진영에서 예언하고 있습니다.” 하고 모세에게 알렸다.
28 그러자 젊을 때부터 모세의 시종으로 일해 온,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말하였다.
“저의 주인이신 모세님, 그들을 말리셔야 합니다.”
29 모세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대들의 재물은 썩었습니다.>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5,1-6
1 자 이제, 부자들이여!
그대들에게 닥쳐오는 재난을 생각하며 소리 높여 우십시오.
2 그대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대들의 옷은 좀먹었습니다.
3 그대들의 금과 은은 녹슬었으며, 그 녹이 그대들을 고발하는 증거가 되고
불처럼 그대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그대들은 이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
4 보십시오, 그대들의 밭에서 곡식을 벤 일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품삯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곡식을 거두어들인 일꾼들의 아우성이 만군의 주님 귀에 들어갔습니다.
5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사치와 쾌락을 누렸고,
살육의 날에도 마음을 기름지게 하였습니다.
6 그대들은 의인을 단죄하고 죽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대들에게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38-43.45.47-48
그때에 38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3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4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42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43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5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7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8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지난주에 ‘본당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 본당의 날이 잘 끝났습니다.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믿음과 미신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나의 삶이 바뀌는 것입니다. 두려움에 떨면서 다락방에 숨어 있던 제자들이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된 것이 믿음입니다. 교회를 박해하던 바오로가 이방인의 사도가 된 것이 믿음입니다. 이처럼 믿음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나의 삶이 변하는 것입니다. 미신은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바뀌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울기도 합니다. 그러면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채워 주기 때문입니다. 이미 포도원이 많이 있음에도 나붓의 하나 밖에 없는 포도원을 빼앗은 아합 왕은 이스라엘의 왕이었지만 미신의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충성스러운 부하 우리야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다윗 왕은 하느님께 기름부음 받았던 이스라엘의 왕이었지만 미신의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들 또한 ‘내가 믿음의 삶을 사는지, 미신의 삶을 사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성숙한 신앙과 미성숙한 신앙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성숙한 신앙은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한 길이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성숙한 신앙은 성서를 읽고, 교리를 잘 아는 지식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성숙한 신앙은 헌금을 많이 하고, 봉사활동을 많이 한 업적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성숙한 신앙은 성직자와 수도자처럼 직책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하는 사람이 성숙한 신앙인입니다.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기쁘게 하는 사람이 성숙한 신앙인입니다.
더 좋은 땅을 조카 롯에게 기꺼이 양보한 아브라함, 사랑하는 아들을 하느님의 제단에 기꺼이 바치려 했던 아브라함은 성숙한 신앙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합니다. 은전 서른 닢에 팔아 넘겼던 형들을 용서하고, 품어 주었던 요셉은 성숙한 신앙인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서 용감하게 왕 앞에 나섰던 에스테르 왕비는 성숙한 신앙인입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고백했던 마리아는 성숙한 신앙인입니다.
어떤 사람이 미성숙한 신앙인일까요?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사람이 미성숙한 신앙인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짜증내는 사람이 미성숙한 신앙인입니다.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이 미성숙한 신앙인입니다. 시기심에 동생을 죽인 카인은 미성숙한 신앙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네 동생 아벨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말했던 카인은 미성숙한 신앙입니다. 은전 서른 닢에 스승을 팔아넘긴 유다는 미성숙한 신앙인입니다. 유다는 ‘나를 따르려거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닭이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는 미성숙한 신앙인입니다. ‘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율법과 계명을 잘 안다고 했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 중에도 미성숙한 신앙인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중에도 미성숙한 신앙인이 있었습니다. 신앙의 미성숙은 직책으로도, 능력으로도, 지식으로도 가릴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미성숙한 신앙인들을 향해서 ‘회칠한 무덤과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미성숙한 신앙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손을 버려야 한다.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가는 것보다 한 손으로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이 더 좋다. 발이 죄를 짓게 하거든 발을 버려야 한다.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가는 것 보다 한 발로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이 더 좋다. 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눈을 버려야 한다.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가는 것 보다 한 눈으로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이 더 좋다.” 예수님께서 가시관을 쓰신 것은 생각으로 죄를 지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두 손에 못이 박힌 것은 손으로 죄를 지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두 발에 못이 박힌 것은 발로 죄를 지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옆구리를 창에 찔리신 것은 미성숙한 신앙인인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성숙한 신앙인이었다면 성숙한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