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베이징 하프마라톤 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대접전이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맨아래 동영상을 보면 윌리 음난갓(왼쪽부터), 로버트 케터(이상 케냐), 데제네 하일루 비킬라(에티오피아)가 결승선이 가까울수록 눈치를 보며 속도를 늦추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선수는 중국의 스타 선수 허제(25)를 우승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특히 음난갓과 케터는 허제에게 자신들을 앞질러 가라고 수신호하는 듯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아프리카 세 선수가 일부러 허제를 우승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자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누리꾼들의 의심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음난갓의 BBC 스포츠 아프리카 인터뷰였다. 음난갓은 네 선수가 중국의 하프마라톤 기록(1시간 2분 33초)을 경신해야 한다는 제의를 받고 접촉한 뒤 페이스메이커로 뛴 것인데 한 선수가 완주하지 못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경쟁하기 위해 출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으면서 "내 유니폼 레이블에 왜 페이스메이커라고 표기하지 않고 내 이름과 번호를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케터와 비킬라는 아직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허제는 1시간 3분 44초로 결승선을 통과, 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하지만 세 선수에게 1초 앞서 우승을 차지했다.
베이징체육국 대변인은 AFP 통신에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그 결과를 대중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허제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중국 마라톤 기록을 경신한 스타 중의 스타다. 대회 후원사인 중국 스포츠 브랜드 엑스스텝(Xstep)은 허제와도 계약 관계를 갖고 있어 승부조작 의심을 사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국영 더페이퍼에 "여전히 확인하고 여러 측면에서 검증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진전된 정보들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댓글을 살펴보자. "의심의 여지 없이 허제 커리어에 가장 창피한 우승"이라고 지적했는데 10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다른 누리꾼은 "그렇게 크고 널리 알려진 대회가 스포츠맨십을 수치스러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고 개탄했다.
Runners appear to let Chinese contestant win Beijing half-marathon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