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사이드교회안 십자가 위에 동화사에서 이운해온 괘불탱을 봉안했다. 지난 1930년 리버사이드교회가 설립된 이래 150여명의 스님과 대중들이 동참한 불교 법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
제9교구본사 동화사(주지 성문스님)는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뉴욕 리버사이드교회와 유니온신학대학에서 간화선 평화대법회를 봉행하는 뉴욕시민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간화선 실참을 지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실 진제스님과 주지 성문스님을 비롯, 금당선원 수좌 스님 등 50여 명은 이번 뉴욕 방문에서 평화를 만드는 수행법으로 간화선을 소개하고, 인류평화를 위해 21세기 종교의 역할과 개개인 수행의 중요성 등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뉴욕 리버사이드교회서 간화선대법회 봉행
동화사조실 진제스님, 구체 참선법 법문 ‘눈길’
교회탑에 괘불탱 봉안…설립 70년만에 최초
“모든 종교는 인간 내면세계의 정화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협력하는 우애로운 형제가 되고,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동양정신문화의 골수인 간화선은 모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참나를 깨달아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수행법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7시(현지시각) 미국 뉴욕 리버사이드교회. 사부대중 1500여 명은 제9교구본사 조실 진제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의 법문에 숨죽이며 귀 기울였다.
30m에 달하는 교회탑 천정에 한국서 이운해온 괘불탱을 봉안하고 비구.비구니 스님 150여 명을 주축으로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간화선대법회가 봉행된 것은 1930년 리버사이드교회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지난 15일 동화사 주최 ‘간화선 세계평화대법회’가 열린 미국 뉴욕 리버사이드교회 예배당에서 법문하고 있는 진제스님. |
법상에 오른 진제스님은 “누구나 스스로 깨달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면 어머니의 품과 같이 온갖 시비 갈등과 시기와 질투가 끊어 없어져서 대안락과 대자유, 그리고 무량한 대지혜를 수용하게 돼 ‘평화의 꽃’이 피어난다”며 “참나를 깨닫는다고 하는 것은 모든 종교와 정치제도, 문화적 제약에서 벗어난 절대 자유인이 되는 것이니, 인류의 희망 역시 참나를 깨닫는 데 있고, 미래가 여기에서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분에 걸친 진제스님의 법문에는 좌선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스님은 “아침 저녁으로 좌복 위에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허리를 곧게 하고 가슴을 편 다음 두 손은 모아서 배꼽 밑에다 붙인다. 눈은 2m 아래에다 화두생각을 두고 응시하되, 혼침과 망상에 떨어지지 않도록 눈을 뜨고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앉아서 무르익어지고 나면, 일상생활 속에 가나오나 앉으나 서나 일을 하나 산책을 하나 잠을 자나 오매불망 간절히 화두의심에 몰두해야 한다…화두일념에 푹 빠져서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에,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밝은 지혜의 눈이 열리어 억만년이 다하도록 항상 밝아있게 되므로 만인의 진리의 지도자, 하늘세계와 인간세계의 사표가 되어 자유자재하게 활개를 치게 된다.”
진제스님은 마지막으로 “무운생령상(無雲生嶺上)하니 유월낙파심(唯月落波心)이라”며 “산봉우리에 구름이 걷히니 산마루가 드러나고, 밝은 달은 물결 위에 떠 있음이로다”라는 게송을 남기고 “What is your true self?”라며 ‘무엇이 참나인고?’라는 물음을 던졌다. 법문을 경청한 사부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와 환호로 스님의 질문에 화답했다.
교회에서 진지하게 진제스님의 법문을 경청하고 있는 대중들. |
유서깊은 리버사이드교회서 간화선 대법회가 열리자, 일부 한국기독교 단체는 법회 직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사들이 법회를 찬탄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진제스님을 초청해 리버사이드교회서 법회를 열게 돼 상당히 기쁘다. 리버사이드교회는 모든 종교가 소통하는 문화의 장이다. 진제스님의 간화선대법회가 많은 이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길 믿어의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자랑하는 뉴욕은 이제 다양성이 재산이고, 이를 세계적인 문화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이번 법회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화선 법회에 앞서 외국인과 우리나라 불자들이 함께 불전에 올린 육법공양. |
■ 진제스님-폴니터 교수, ‘종교간 평화의 대화’
뉴욕시민 대상 간화선 주제
참선지도 프로그램에도 참석
간화선대법회가 열린 다음날 동화사 조실 진제스님은 뉴욕 유니온신학대학에서 폴니터 교수를 만나 ‘마음수행을 통한 세계평화’를 주제로 담론의 장을 열었다. 지난 16일 오후4시(현지시각)부터 6시까지 두시간 동안 수행을 통한 사회적 기여와 역할 등에 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원주의 신학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폴니터 교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수행에 대해 ‘불교화된 기독교명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에게 은혜를 베푼 스승과 은인들을 떠올리면서 명상을 한다”며 “신약성서에 나왔듯이 내가 사는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가 산다고 전제했을 때, 그럼 나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제스님은 “바른 수행은 안목을 가진 스승을 만나 광대무변한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허송세월 속에서 생사의 고통을 영원히 여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진제스님은 수행을 함으로써 삶이 어떻게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꿈에서 깨어나야 비로소 세상사 모든 일이 꿈이요, 진실이 아닌줄 안다”며 “참선을 잘해서 마음의 고향에 이르러 천수천안의 안목을 가지면 진리의 락, 적멸의 락 속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살림살이를 누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폴니터 교수는 “깨달으면 지혜가 생겨 자비로워지듯, 자비행을 행하다보면 깨달음에 도달하고 그 깨달음에 의해 지혜를 증득한다고 티베트 스승으로부터 배웠다”며 “수행을 하면서 지혜가 조금씩 자라면서 내가 분리된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모든 중생, 삼라만상과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제스님은 “세계평화는 생활 속에 참나를 찾는 수행을 통해 마음의 고향에 이르러서 진아를 발견하고 밝은 지혜를 증득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진제스님은 폴니터 교수와의 종교평화 대화 전 간화선 실참을 지도하는 ‘달마 프랜즈’에 참석했다. 인터넷을 통해 참가를 신청한 뉴욕 거주 시민과 대학생 50여 명은 한국불교 최상의 수행법으로 알려진 간화선을 주제로 한 특강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진제스님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간화선의 중요성에 대해 법문하고, 깨달음의 실체와 효과 등에 의문을 제기한 참가자들을 향해 진제스님은 화두수행을 통한 참나찾기를 거듭 강조했다.
■ 진제스님 일행 그라운드제로 참배
9·11 10주기 추모의식 진행
‘나무아미타불’ 정근하며 축원
제7교구본사 동화사(주지 성문스님)가 뉴욕에서 개최하는 ‘간화선 세계평화대법회’를 하루 앞두고 전세계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뉴욕에 종교간 대화가 싹트고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화사 조실 진제스님, 주지 성문스님을 비롯한 동화사 금당선원 수좌 스님 등 10여 명의 스님은 지난 14일 오후4시(현지시각) 9.11 테러 10주기를 맞아 뉴욕 참사 현장인 그라운드제로를 참배하고 한국불교계 처음으로 추모의식을 봉행했다.
9.11 테러 장소 현장이었던 그라운드제로 현장. 지금은 새 건물이 들어서 있다. |
동화사 조실 진제스님은 “3000여 명의 희생영령들이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서 오온이 공함을 알고 애착과 집착을 여의고 극락세상으로 돌아가길 서원하는 방생법문을 했다”며 “다음 세상에는 깨끗하고 복되고 수승한 나라에서 태어나 대자비와 대평화의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진제스님을 비롯한 미국을 순방하고 있는 동화사 스님들은 지난 8일 입국한 뒤, 불교와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힌두교 등의 미국 종교대표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특히 11일 오후6시(현지시각)부터 뉴욕 허드슨강에서 9.11영가천도발원 유등행사에 참석, 희생영령들을 추모했다.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은 콜롬비아 대학 교수이자 미국 영화배우 우만서먼의 부친인 로버트 서먼 교수와 회동을 갖고 동화사국제선센터-콜롬비아대학간 수행교류 실무논의도 했다.
■ 유니온신학대학생 참선수업
정현경 교수, 15년전부터 정규수업 ‘지도’
“禪명상은 타종교 배우는 고속도로” 설파
뉴욕 맨하튼에 1836년 설립된 미국서 가장 오래된 초교파 신학교인 유니온 신학대학교 예배당에선 매일 아침 7시 3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좌복에 가부좌를 틀고 참선삼매에 빠진다. 이들 학생은 모두 목회자를 꿈꾸는 신학도. 신학대학 예배당에서 불교식 참선강좌가 3학점 정규클래스로 열린지 10년째다.
수업명은 ‘불교명상과 불교 선사들과의 대화’다. 지난 15일 오전7시에도 어김없이 명상수업이 시작됐다. 이 날은 특히 한국의 동화사 금당선원 수좌 원담스님이 지도법사로 나서 실참을 지도했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있는 유니온신학대학 학생들과 정현경 유니온신학대학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 |
학교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5년 전부터 신학도 대상 취미클럽으로 명상지도를 해온 정현경(법명 대광명, 55, 사진) 교수는 “처음 2명으로 시작했지만, 학생들의 입소문과 긍정적인 반응으로 10년 전부터 정규수업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를 통해 지금까지 500여 명의 졸업생들이 명상수업을 받았고, 이들 대다수는 미국 전역에서 목회자로 살고 있다. 정 교수는 “졸업한 제자들이 재학시절 몸에 배인 명상 덕분에 좋은 목회자가 됐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선명상은 이웃종교를 배우는 고속도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숭산스님 문하에서 명상을 배운 정 교수는 이후 달라이라마와 틱낫한을 친견하면서 수행해왔고, 네팔 히말라야에서 수행자로 살기도 했다.
이 날 수업현장에서 만난 학생들 역시 불교명상에 대한 소회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유엔 교회기관에서 일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크리스티나는 “다른 사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를 배우는 것이 첩경”이라고 말했고, 로브는 “성경에서 고요한 마음이 돼야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 고요해지는 마음이야말로 명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치유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라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명상은 나 자신의 무의식까지 들여다보게 한다”며 “심리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졸업 후 자기공동체에 가서 평화를 만들길 바란다”는 정 교수는 “종교의 벽을 과감하게 허무는 유니온신학대학은 21세기 신학대학의 바람직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신문 2753호/ 9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