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토요일 6시30분
용산역 한정식당 기와에서
유성동문회.
영구 결혼 신고식도 겸하여.
"기와"는
신용산역 3번출구,
용산역 1번출구
드래곤힐스파 주차장 입구
02 710 7777.
은행잎에 날려온 듯한
한자락 건네진 소식
아름다운 가을엽서
노을지는 길목에서 받다.
계절은 벌써
기울어지는 살진 반달이
새벽길을 가로등처럼 비추며
서녘지붕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바튼 가믐에 다 물들지 못하고
떨어지던 잎들이
엇그제 빗방울로
가을색이 이제야 번져지는듯
산에 들어도 다 느끼지 못했던
타는 단풍 가을녘을
도로변 가로수
노오란 은행잎을 스치며 느껴본다.
그리 부랴부랴
도봉산역 결혼식을 거쳐
용산역 "기와"라는
한정식 식당에 도착하였다.
용산역에서의 모임은 처음이라
기와라는 이 곳도 처음인데.
가장 먼 곳이란
몸도 멀고 마음도 먼 데라 하였다가
이제는
인식 범위 밖
알지 못하는 곳이 아니었나?
새삼 생각해본다
1층2층3층까지인듯
규모가 큰 기와.
별실 룸들이 차분한 인테리어에
안내데스크의 메니저를 따라
1층 D룸에 들어가니
예약하고 자리를 마련한 일숙이와
11월 15일 결혼 예식을 올리는
새신랑새신부 영구와 근애양이 맞아준다.
7시가 다 되고서야
한 사람 한 사람 찾아와 자리를 다 채운다.
그리고 흡입하듯 와구와구
입안 흠씬 배를 넉넉히 부풀린다.
한사람 한사람 눈에 담고
소식을 묻고 들으며
시간을 익혀간다
근애씨,
영구를 품절시켜주시어 고마워.^^
이리 코스대로 먹긴 무자게 먹은 것 같은데
왠지 허전한 것은 무얼까?
경기가 마르고 얼어붙은 경제환경
이 매마른 길을 터벅터벅 살아내는
사십대의 무거운 발자국
많은 관계의 정점에 선 역할자로서
그 등에 진 그림자
그 건너다보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병상련과 심기일전의 파고인가?
아니다
기와를 나오는데
알고보니 여기는 상견례자리로 적합한 곳.
격식과 예가 차분하고도 또박또박
공간과 좌석이 나누어져있는
그 상견례의 기운이 서려있는 곳이라
왁자지껄 한데 어울러지기엔
왠지 섬닷한 기온이 강했던 곳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 다음엔 학교앞 먹자골목처럼
숟갈 젓갈 한데 섞이며
밥알과 침 튀겨지는 곳에서
쐬주 막걸리 찌끄리듯 마셔봄은 어떠할지?
기와를 나오며 든 상념을
예 풀어보네.^^
하여간 일숙아,
덕택에 새오운 곳을 알고 견문하며
여행처럼 걸음하여선
편안하게 배불리 잘 먹었어.
고마워.
이리 바로 그냥 헤어질 수 없으니 2차는...
우리가 배는 부르지만
가슴 얼큰히 얼굴 불콰히
술들지 못하니
노래방에는 안 들어가지고
용산역광장 부근에는 한참 건물 공사중이라
어데 갈 데가 안 보이고 하다
찾아 들어간 호프집
좀 더 좁혀진 공간에
좀 더 밀착된 좌석에
새신랑 새신부를 마주해
가까이 가까이 서로를 사르다~~~
시간
있는듯 없는듯
무심히 흘러도
속도와 방향은 제각각
찰라에 오고가는 숨결의 세상
영원의 파편일지 그저 환영일지
돌아오지않는 돌이킬수없는
그 순환의 길목에서
나는 어디에 서있나?
문득 양 길 끝을 바라본다
발자국이
나있고 나있지않고
멀어져 가는 것
가까워 지는 것
사라지고 남겨지는
나는 오늘 예 발자국
그저 한 점
그 위의 풍경
사진과 일기
그 한 지점에서 배어물리는
십대 이십대의 한조각이
블랙홀처럼
모든 색과 위치을 빨아드리고
똑같은 좌표로 워프시켜
우리는 정과 미소
두개의 학교 이름을 공유하여
기억을 나누며
추억을 들쳐보는
묵혀진 앨범을 공감하는 모임
시월의 마지막날
홀리데이라고
얼굴에 페인팅하고
가면을 쓰기도 하는
모데 모데 청춘들 사이로
용산역 가을 한 뜨락 한귀퉁이
기와지붕 호프집을 먹고 마시며
송곳을 얘기하고 국정화를 한탄하며
모험과 꼿꼿한 의식보다
기대와 역할 그 안정의 담 위에서
긴장하는 사십대의 한 자화상을 마주하며
틀수없는 철로 질주하는 철마
그 한 간이역에 내려
맛과 추억을 여행한 듯도 하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영구의 영구한 반려
이근애양,
참 반가웠습니다~~~
두분의 성혼을 축하드리며...
영구야, 근애야!
행복하자~ 잘 살자~~~
그 밤 돌아오는 길
은행잎이 황금처럼 우수수
달빛 환희 축복하고 있었습니다^♥^
오고 못오고
선후배 형아우들
우리 모두 파이팅!!!
2015해 시월의 끝
유성이 흐르는 별빛 밤의 기억을
예 이채구 dream^^
첫댓글 지단을 뚫고 샘솟는 우물처럼
울림님의 사랑
그 사랑의 근원은 어디일까요
세상을 향한 연민
사랑과 우정을 쓰담아가는
끝없는 정담
세상의 그 어떤 혼탁함과 살벌함도
울림님의 마음결을 스쳐가면
세상의 빛이 되고 온기가 되는것을....
글을 읽고 있노라면
문장과 문장
행간과 행간사이에서
진정한 울림이 나를 미소짓게 하지요
글을 일기처럼 쓴다는것은
삶을 씨줄날줄로
고르게 다림질하는것
잘못 구겨진 일상을 반성하고
허투게 쓰버린 시간들을 다시 한올한올 풀어
또박또박 단정하게 박음질하는 것이지요
산울림님~
그동안 저의 글에 마음을 달아 댓글로 표현하신
이런저런 이야기
제마음의 보석창고에 가득 쌓여있답니다
어두운 구석에 박혀있어도
밝게 미소를 짓고 짓다 보면
어느새 밝은 햇살 창가에서
따사로운 볕을 쐬고 있게 되요
글은 저에게
그런 관조와 음미
스스로의 부족한 그대로를
세공하듯 소박하게 다듬어보면
어느결 당당하게 미소로 물드는 호흡법 같아요
장문의 진중한 칭찬에
어찌할 바 모르다
이리 답글을 달다 보니
소로시 미소가 물리네요^^
감사해요♥.,~
훗날 괜시리 마음이 허하고
속이 시러워 오면
산울림님의 넉넉한 미소
따뜻한 음성 떠올리며
기분을 추스릴것 같습니다
저도 '
진심으로
영구씨와 근애씨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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