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단신 등 2008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09호(2020. 8.15)
1. 이응노·나혜석·장욱진·구본주…… 대작들 서울대 미술관에 모였다
안창홍, 화가의 심장, 2019
서울대 미술관(관장 심상용)이 9월 20일까지 기획전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예술의 길을 묻다-작업’을 연다.
전시는 열네 명의 작가를 그들의 경험에 따라 나누었다. ‘저항’에서는 이응노, 나혜석, 장욱진, 조성묵, 구본주의 작품을, ‘역류’에서는 황재형, 안창홍, 김창열, 최상철, 이진우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독’에서는 오귀원, 김명숙, 홍순명, 김승영의 작품을 모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기획력에 감탄이 나올 법한 전시다.
이 작가들은 인생의 한때, 혹은 더 긴 시기에 이들의 경험과 작업의 속성 때문에 국내 미술 장에서 비주류와 타자로 분류되는 경험을 감내해야 했다. 과연 덕지덕지 붙인 숯 위에 한지를 바르고 수백만 번의 쇠솔질로 결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진우 작가)이 약빠르게 당대의 흐름에 올라탈 수는 없을 터. 그들의 작업은
그들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미술관은 “작업 전에 초대된 작가들의 더딘 행보, ‘뒤늦은 작업’엔 포스트 팬데믹 시대가 요구하게 될 유산과 국제 예술의 새로운 규범이 될 만한 정신적 자산들이 충분히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기간 아래층에서는 권훈칠(회화73졸) 작가의 ‘어느 맑은 아침’전이 열린다. 생전 섬세하고 진중한 성격이었다는
작가는 고요한 은둔 생활을 하며 많은 풍경화를 그렸다. 곱고 가는 필치로 그려낸 이탈리아 수도원과 바람 부는 들판, 청명하게 반짝이는 해변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조용한 피서’를 선물한다.
2. 텃밭 아래 수십 톤 빗물……‘옥상 위의 댐’
35동 옥상 빗물텃밭에 선 한무영 교수
긴 장맛비가 반짝 멎은 8월 12일, ‘빗물 박사’ 한무영(토목공학73-77)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와 함께 35동 옥상 빗물 텃밭을 찾았다. 2012년 한 교수의 주도로 조성된 빗물 텃밭에 해바라기와 옥수수, 고추, 토마토 등 각종 꽃과 작물이 키를 다투며 자라나고 있었다. 쏟아진 비를 흠뻑 머금어 흙도, 식물도 촉촉하고 싱싱했다.
이 텃밭이 특별한 이유는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 텃밭 바깥으로 흐르지 않고 모인다. 밭 가장자리에 야트막한 벽을 둘러 오목하게 만든 덕이다. 모인 빗물은 흙으로 스며들어 흙 아래 설치한 저수판에 고이고, 저장량을 넘기면 배수된다. 저수판과 흙 사이 부직포를 깔아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았다. “옥상 전체 면적 중 절반인 840㎡(255평) 규모 텃밭에 최대 170t까지 빗물을 저장할 수 있어 홍수 방지 효과가 있다”는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가 처음 빗물 텃밭을 제안한 것도 2012년 서울대에 홍수 방지용 대형 저류조를 만들자는 논의 과정에서였다. 그는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무용한 대형 저류조 대신, 옥상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저장하자”고 주장했다. 때마침 옥상공원사업을 추진하던 서울시의 지원과 한 교수의 사비를 반씩 합해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옥상에 빗물 텃밭을 만들 수 있었다.
홍수 방지 효과는 바로 확인됐다. 텃밭을 만든 이듬해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렸다. “20시간 동안 239mm의 비가 내렸고 옆 건물은 분당 50mm까지 빗물 유출량이 급증했습니다. 35동은 유출량이 최대 분당 20mm에 불과했고 유출도 3시간 정도 지연됐죠. 당시 40t의 빗물을 저장했고요. 매번 물난리가 나는 강남역의 빌딩 일부라도 이 방법으로 빗물을 잡아 주면 큰 탈이 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텃밭은 건물 상부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측정 결과 폭염에 옆 건물의 콘크리트 옥상 표면 온도가 47도에 육박할 때, 텃밭이 있는 35동 옥상 온도는 21도에 불과했다. 옥상 온도가 낮아지면 건물 내부 온도도 내려간다. 겨울에는 단열 효과가 있어 냉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입증해 2015년 오스트리아 에너지 글로브 재단으로부터 ‘에너지 글로브 어워드 국가상’을 받았다.
홍수 방지와 에너지 절약 외에 한 교수가 꼽는 빗물 텃밭의 이점은 커뮤니티다. 가로 1m, 세로 3m짜리 개인 텃밭 25개를 재학생과 교수, 교직원, 지역주민이 분양 받아 일구고 공동 텃밭에서 감자와 배추를 함께 기른다. 벌통을 두고 도시 양봉을 하는 주민도 있다. 철철이 감자 수확과 김장, 꽃차 담그기 행사 등을 열어 텃밭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8만원의 분양비를 받고 매년 빠르게 신청이 마감된다. 관악구 주민인 임홍재(영문71-78) 전 주베트남 대사와 조온영(회화74-78) 동문 부부도 이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비어 있는 200여 개의 서울대 건물 옥상을 빗물 텃밭으로 가꾸면 학교에 좋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한 교수가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했다. 동창회에 ‘서울대 기후위기 대응 펀드’를 만들어 동문들이 서울대 옥상을 빗물 텃밭으로 바꾸는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동문들이 자신이 졸업한 단과대 옥상에 빗물 텃밭을 조성하면 어떨까요? 소일거리도 되고, 주말에 손주들 데리고 와서 자랑도 하고요. 이미 토목공학과 동문들이 ‘서토밭’이란 이름으로 텃밭을 받아 경작하고 있어요. 의대 ‘서의밭’, 법대 ‘서법밭’ 등이 생겨나고 전국의 캠퍼스로도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빗물 텃밭 한쪽에는 탱크를 두고 빗물을 모아 조경과 청소 용수로 쓴다. 학내 변기를 초절수형으로 교체하는 일도 진행해온 한 교수는 “학내 변기 8,000개 중 500개를 30만원짜리 초절수형 변기로 바꿨더니 물 10만 톤을 절약했고, 수도요금 2억원을 아꼈다”며 “장학금뿐만 아니라 서울대에 텃밭을 가꾸고, 초절수형 변기로 교체해주는 작은 일로도 동문들이 모교와 후배들을 도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내년 정년퇴직을 앞둔 한 교수는 누구든 빗물 텃밭을 가꾸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담은 책을 쓰고 있다. 정년 후엔 “10여 년간 해온 개도국 빗물식수화 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3. 휴먼스 오브 스누 ● 10
요즘 서울대생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서울대 재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해 기록하는
‘휴먼스 오브 스누’ 프로젝트가 동창신문에 인터뷰를 제공합니다.
이들이 만나서 묻고 듣는 소소한 이야기 속에 후배 재학생들의 일상이 보입니다.
익명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이들의 원칙입니다.
페이스북(@humansSNU)과 인스타그램(@humanssnu)에서 다른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 “할머니께 캠퍼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경영대학 재학생
-행복한 순간들을 어떤 방식으로 남기나요?
“저는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남긴 행복한 순간엔 어떤 게 있었나요?
“사실 가족 여행을 거의 1년에 한 번씩 가서, 정말 소중한 기억들이 많아요. 가족들이랑 그 여행지에서 찍은 동영상들이 가장 소중해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할머니께서 얼마 전에 많이 편찮으셔서 거의 혼수상태에 빠지셨어요. 그래서 다시 못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컸는데…… 제가 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1박 2일 동안 지내면서, 저녁에 산책할 때 할머니랑 같이 찍은 동영상이 있어요. 영상 속에서 할머니와 제가 ‘지금 우리는 뭘 하고 있고?’ 묻고 함께 ‘산책을 하고 있고’ 하고 답해요. 그러다 제가 ‘할머니 사랑해요’ 말하면 할머니도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게 지금 제가 간직하고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가족의 사진, 동영상을 꼭 남기란 말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그걸 직접 실천하는 게 대단하네요.
“저도 사실 그 동영상이 할머니랑 찍은 가장 긴 동영상이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남겼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이 옷도 그날 할머니랑 찍었던 동영상을 생각해서 입고 왔어요. 왜냐하면 할머니께서 혼수상태에 빠지시기 전에 꼭 서울대 캠퍼스를 한 번 구경시켜 드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쓰러지셔서…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어서 옷을 이렇게 입고 왔습니다.”
□ “진로 고민, 내가 좋아하는 것 쭉 적어봤죠”
사범대학 재학생
-궁극적인 목표나 진로가 있나요?
“사실 1, 2학년 때는 막연하게 친구들 따라서, 과 선배들 따라서 ‘로스쿨을 가야겠다’, ‘변호사가 되면 발언권도 강해질 것이고, 나중에 하고자 하는 일을 수행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일종의, 진로 고민 유예인 거죠. 군대를 가면서 법학이란 학문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겠다’, ‘나는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경영학에도 흥미가 있었고 기업 활동이나 회계에도 관심 있었으니까 또 다른 서울대생 친구들처럼 ‘CPA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원래는 학교도 안 다니고 하려고 했는데, 아닌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공부는 당연히 누구나 힘들 수 있는데 그걸 버티게 해주는 동인들이 있잖아요. 회계사가 돼서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을 재정의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혹은 회계사가 된 후 다른 공부를 더 해서 하고 싶은 일에 활용한다는 생각을 했으면 공부가 힘들지 않았을 텐데, 저는 그런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하게 주위에서 많이 하고, 안정적이라고,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으니까 괜찮은 진로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한 거라서 공부를 오래 할 수가 없었죠.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고민을 했어요. 내가 진짜 좋아했던 건 뭔가, 해서 좋아하는 거랑 잘하는 걸 주욱 적어봤는데, 하나는 공연예술, 공연미학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또 하나의 진로 선택지로 놔두고 있었고요.
교육에 관한 고민은 단과대에서도 많이 했었고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분야라서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를 더 필요로 하는 영역이 아닌가? 그래서 일단은 관련된 일을 여름에 좀 해볼 생각이에요. 지금은 교육 봉사라는 대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에서 조금 벗어나서, 에듀테크 쪽에 관심이 많이 있어요.”
4.
지난해 기술이전 수익 88억원
서울대가 지난해 기술이전으로 88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알리미가 최근 공개한 ‘2020년 기술이전 수입료 및 계약 실적’에 따르면 서울대는 2019년 87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88억 3,529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88건으로 42억여 원의 수익을 올린 2018년과 기술이전 건수는 비슷하지만 수익은 크게 올랐다. 카이스트가 약 101억원으로 지난해 국내 대학 중 기술이전 수입 1위를 차지했으며, 고려대가 54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5. 융대원 헬스케어융합학과 신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채용 보장형 계약학과 형태의 헬스케어융합학과가 신설된다. 지난 6월 25일 열린 서울대 평의원회의 제8차 본회의에서 해당 학과의 신설안이 심의를 통과해 내년 1학기부터 10명의 박사과정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데이터를 활용한 분야와 바이오 헬스 분야를 다루며 졸업생은 2년간 분당 서울대병원 선임연구원에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6. 590g 출생 초미숙아 심장수술 성공
미숙아 심장수술을 다수 집도해온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웅한(의학81-89) 소아흉부외과 교수팀이 체중 590g으로 선천성 심장병인 대동맥축착증을 가지고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의 심장 수술에 성공했다고 지난 7월 3일 밝혔다. 고난도 수술인데다 국내에서 해당 수술을 받은 아기 중 가장 가벼운 무게다. 현재 환아는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