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서’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서울공대 상상 예비 공대생을 위한 서울공대 이야기 2019 Autumn vol .29
지난 7월 10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는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헤럴드 경제에서 개최한 이 포럼은
‘경계를 넘어서(Beyond Boundaries)’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어,
우주인터넷, 블랙홀, 과학과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발표와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공대상상도 학생기자단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포럼에
자리할 수 있었답니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세션들을 중심으로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포럼을 함께 살펴볼까요?
▲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포스터
글 정윤종, 기계항공공학부 3
편집 유윤아, 기계항공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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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조연설 중 지구와 우주 사이 경계를 설명하는 모습
기조연설
(아나톨리 페트루코비치(Anatoli Petrukovich)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우주과학연구소장)
지구와 우주 사이 경계는 우리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인류의 경계이지요. 포럼의 첫 번째 순서는 인류가 어떻게 이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여 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기조연설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냉전체제 속 소련과 미국의 체제 경쟁이 우주 탐사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미래에는 달을 토대로 한 국가간 협력이 바탕이 되는 새로운 우주 탐사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소장님의 말씀이 특히나 흥미로웠습니다. 그 다양한 예시 중 하나로 러시아에서 40년 만에 재개한 달 탐사 프로젝트인 ‘루나 프로젝트’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냉전시대부터 시작된 우주개발의 역사부터 앞으로 우주과학연구가 나아갈 방향까지 우주과학의 A to
Z를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요. 지구라는 경계를 넘어 우주로 나아가는 것은 인류의 운명이라는 메시지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조연설이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블랙홀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그룹장)
얼마 전 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사진 촬영에 성공한 것이 굉장히 큰 화제가 되었죠.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M87 은하에 위치해 있는 천체인데요,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의 사진을 어떠한 방식으로 찍을 수 있었을까요? 지구 각지에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이 망원경들을 통해 동시에 천체를 관측하여 정보를 수집하면 마치 지구 전체를 덮는 크기의 전파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초장거리 전파간섭계’라고 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전 세계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모인 이벤트 포라이즌 텔레스코프(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에서는 6개 대륙에 8개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1.3mm 파장의 전자기파를 관측하여 M87 은하 중앙부의 블랙홀을 촬영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신 연구원님으로부터 블랙홀이란 무엇인지부터 출발하여, 초장거리 전파간섭계를 이용해 블랙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자세한 원리,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연구자들의 끈질긴 노력까지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멀어 보이기만 하였던 블랙홀을 조금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바닷속 우주, ‘해저 2만리’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바다는 우주보다 우리에게 훨씬 가까이 있지만 어쩌면 우주보다도 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우주와의 기압 차이는 단지 1기압이지만, 심해와의 기압차이는 200기압을 훌쩍 넘습니다. 이 때문에 잠수정을 이용해야만 이러한 경계를 넘어서 심해에 도달할 수 있지요. 심해에는 다양한 금속 및 생물자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육상자원이 고갈되어감에 따라 심해 탐사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자체 개발한 과학탐사용 심해 무인잠수정인 ‘해미래’가 있는데, 이 해미래를 이용해 촬영한 심해 잠수 영상이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EU, 일본 등의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해양수산과학기술 수준은 최소 4년에서 최대 8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말씀해주셨습니다. 강연을 통해 심해 탐사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사실들과 해저가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솔로몬의 부활, ‘로봇 재판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민철 변호사)
오늘날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서는 정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이라는 기술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법적인 판단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일부 로펌에서는 판례 분석에 도움을 주는 ‘ROSS’ 등의 AI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으며, ‘유렉스’와 같은 AI 법률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기존에 등장하였던 AI를 이용한 여러 법률 서비스들의 특징과 한계를 짚어보았고, AI 법관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 통계적으로 성별, 범죄 유형 등에 따른 판결의 편향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판례들을 학습한 AI 법관의 경우 편향이 더욱 강화되어 나타날 것이고, 이는 결국 판결의 공정성을 더욱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이 때문에 공정한 판결을 위해서는 어떠한 판결이 좋은 판결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변호사님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션을 통해 AI 법관의 현실성,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인류가 달에 처음 착륙했던 날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인류의 경계는 눈에 띄게 허물어졌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5G와 같은 우리가 그 동안 한계라고 생각해왔던 경계를 넘나드는 기술들이 새로이 주목 받고 있고, 과학 분야들 간, 과학과 예술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융합적인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포럼은 이러한 새 시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포럼 취재를 마친 공대상상 부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