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도, 승봉도 투어
부제 : 뭐 빠지게 머리 올린 날
기간 : 2014년 5월 24~25일
장소 : 덕적도(진리항)-소야도-소이작도-대이작도-풀등-사승봉도-상공경도-승봉도
이동거리 : 약 30Km(개인적인 느낌은 2배이상)
그 동안 유유자적 모드로 관광 다니면서 좋~다 하다가
초큼 멀리 가보자 해서 굴업도 투어에 덜컥 따라나섰죠.
윈드구루(속칭 윈드구라)나, 윈드 파인더나, 구라청이나...
토요일 기상은 좋은데, 일요일 기상이 나빠서 갈등 하다가
지난 난지도 관광도 할만 했었기에 일단 가 보자고 캠핑 장비를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 참고적으로, 위에 열거한 정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동일합니다.
어차피 구라청이 가공한 데이터를 미국해양기상청에 보내고,
이걸 다시 3rd party 사업자가 재가공 하는 형태니까요)
1. 대부도에서 출발부터 난항이었습니다.
8시에 출발하는 페리가 짙은 해무로 시정이 좋지 않아 2시간 지연 출발.
저는 이미 새벽 5시에 도착해서 낚시 장비 점검 하느라 출발 하면서 지쳐버렸죠.
그래도 장판 같은 바다를 보며 덕적도에 도착하니 두근두근
2. 일단 점심 먹고, 하늘을 보니 한낮인데도 점점 해무가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바다 날씨야 예측이 불가능하니... 굴업도는 포기.
이작도-사승봉도로 계획을 변경. 진리 선착장에서 런칭 했습니다.
바람 한점 없고 장판처럼 잔잔한 물결이었지만, 해무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소야도를 돌아나오니까 해무는 조금 옅어지고 시정은 좋았졌습니다.
그러나...바로 물골의 연속이었습니다.
저질체력은 바로 방전 되버렸고요. ㅠㅠ
3. 뭐 빠지게 패들링 해서 쫒아 가보지만, 초짜가 별 수 있겠습니까.
저만치 멀리 있는 사람들 쫒아가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이작도를 지날즈음...바람이 좀 일어나면서 너울이 일렁이기 시작.
연속되는 여울을 지나가느라 정줄 잡기에도 헐떡 댔습니다.
그러나...결국...컨트롤 부족으로 좌우 양 싸대기를 맞아버리니...
예상치 못한 파도에 아마도 신군산님 말씀처럼 패들이 허공을 가른것 같습니다.
뭐, 잠깐 용왕님을 알현 하고 나왔죠.
시원하더군요. 아! 이게 입수구나 싶었습니다.
줄인다고 줄인 짐들인데도 패킹 경력이 미천한지라...
카약은 어떻게 바로 뒤집었는데 앞뒤로 적재된 짐들 때문에 올라타는게 불가능 했습니다.
다행히,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바로 승선하고 폭풍 펌프질.
4. 이제부턴...뭐...어떻게 완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풀등에 도착은 했지만, 발만 대고 바로 출발 ㅠㅠ
5. 사승봉도에 도착해서 땅을 밟으니 한숨 돌리긴 했지만, 정신 없었습니다.
나름 방수 대책은 세워서 패킹을 했는데, 침수에는 어쩔 수 없더군요 ㅡ.ㅡ;
침낭, 텐트까지 홀랑 젖어서 식사 준비도 못하고 내내 말리고만 있었습니다.
6. 축축한 텐트에서 거의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너무 추워서 잘 수가 없더라고요. 대략 5시쯤에 일어나서 모닥불 피우고 있었는데
대한민국님이 일어나셨습니다. 침낭을 안가져 오셔서 많이 추웠다고...
7. 아침을 먹고나니 확실이 바람도 세지고, 파고도 높아졌습니다.
여러분들의 결정에 따라 상공경도로 출발.
역조류에 너울에 바람에...삼단콤보로 맞아주시니...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정줄 놓고 살기 위해서 패들링을 했다고 밖에는...ㅠㅠ
8. 상공경도에 랜딩 하고 보니, 바람과 파도는 더 거세지고.
20노트에 육박하는 바람이 불어대고, 바다에는 백파가 쳐대고...
하.......체력이고 뭐고 거의 완전 방전 직전이라 머릿속이 그냥 하얘지더군요.
잠깐 숨 돌리고 바람이 조금 잦아들자 또 회의.
배를 불러서 나가려고 해도 접안이 안되는 섬이라 패스.
상공경도에서 캠핑하던 젊은 친구들 배를 빌리는 것도 패스.
걍 하루 더 캠핑을 할까 하다가...
상공경도 뒤로 가서 바람도 피하고 낚시배라도 부를 수 있을까 해서 런칭 하기로 했습니다.
9. 백사장에 미터급 파도가 쳐대는데 런칭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싸대기 좀 맞고, 선체에 바닷물 좀 담그고 보니 어찌어찌 떠 있더라고요.
앞선 분들 따라서 열심히 패들링을 해보지만...내 몸이 내 몸이 아니고...배는 지 멋대로 ㅠㅠ
간신히 지그재그로 쫒아는 갔습니다만, 용왕님이 살펴주셔서 잘 떠밀려 간 것 같습니다.
10. 섬 뒷편으로 오니, 상황이 좀 낫더군요.
아 이제 집에 가는구나 싶었는데...승봉도로 방향전환.
혼자서라도 그냥 랜딩해서 하루 더 쉬고 싶었습니다. ㅠㅠ
이젠 완전히 방전 된 상태라...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쫒아갔습니다.
다행히도 순조류라 용왕님만 믿고 그냥 둥둥 떠밀려 간것 같습니다.
승봉도에 도착하자마자 라면을 폭풍 흡입. 겨우 좀 충전이 되었습니다.
두 발이 땅에 닿아 있으니 얼마나 안정적이고 감격스러운지...ㅠㅠ
11. 낚시고 사진이고 뭐고...아무 것도 없습니다.
초짜는 뭐 빠지게 패들링 해서 쫒아가는데만 해도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기상이 생각보다 나빠서 모두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한분도 빠짐없이 육지에서 얼굴을 뵈니 참 다행입니다.
잃어버린 물건도 없고.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낚시 할 때는 에, 뭐, 그까이꺼 했는데...
물 위에선 그야말로 심장이 쫄깃쫄깃 했습니다.
스왐님, 행복한하루님, 비르투님, 은어님, 피치트리님, 신군산님, 하얀날개님, 맨발님, 여기는 대한민국님
모두 고마웠습니다.
이상 초짜의 서해 섬 투어 머리 올린 후기였습니다.
첫댓글 이번투어로 내공이 세네배 이상은 쌓였을겁니다.
침구가 젖어서 추웠다니 전혀 몰랐네요.
다음부턴 꼭 상황을 얘기하세요.
모닥불에 돌을 구워서 텐트모레밑에 넣어 놓고 자면 따듯해요.
카약도 캠핑도 이제 시작이라...ㅎ 아직도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들리는것 같네요 ^^
그런방법이 좋네요
ㅋㅋ 지데로 머리 올렷구만!! 입구에 잠수까지.. 용왕님 면접에... ㅎㅎ 못따라간거이 아쉽네
다들 무사히 완주하셧다니 다행이고 대단하십니다
네. 신고식 찐하게 하고 왔습니다. ^^
잠잘때 추웠군요. 핫백 있었는데 ...... 추웠는지 몰랐어요.
저도 지난 두번 바다에서 2인승 같이 탔는데 이번에는 혼자 타는 부담이 많아서 많이 긴장을 했습니다.
많은 추억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육지에서만 놀다보니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이렇게 몸으로 하나씩 배우는거죠 ^^
에구. 침구류가 젖은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추운데서 이래저래 고생 많으셨군요. 우리 회원들 모두 가족이라 생각하시구 잠자리 불편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정말 추억의 카야킹으로 오래 각인되어지겠네요
이렇게 한번 배워 놔야 다음 부터는 뽀송뽀송하게 투어를 할 수 있을거에요 ^^
이~~~~런~~~~~ 제가 살피지 못해 미안합니다. 침구가 젖었으니...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시구요~~~ 아마 이번 투어 보다 난이도가 높은 투어는 없을겁니다.
아유....별말씀을요. 패킹을 좀 더 알차게 해야 될거 같아요. 사실 집에와서 염분 제거 하는게 더 혹독하네요 ^^
당연히 소설을 쓰셔군요 저도 그렇게 글을 썼음니다. 참말로 고생 하셨읍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와우! 너무 생생하고 재미나서 세 번쯤 읽었습니다. 읽다가 웃고 또 웃고.
말씀이 별로 없으신 분인줄 알았는데, 문체가 수려하십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소시적에 박민규 책좀 보셨나봐요. 근데 그렇게 추운 밤을 보내셨는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네요(하지만 속에서는 또 스멀스멀 웃음이 나네요). 혹시 몰라 핫팩도 준비해 갔었고(안 쓰고 다시 갖고 오느라 팔뚝이 굵어졌습니다) 텐트에 같이 잘 수도 있었는데. 사진 한 장 없지만 그 어떤 후기에도 꿀림 없는 화려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짝짝짝!!!
과찬이십니다. m(_._)m 생각나는대로 쭈~욱 기록만했어요. 5월이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다음부턴 핫팩도 잘 챙겨야 되겠어요 ^^
정말 생생하게 바다위에 있는 느낌이네요... 우리가 모르는 고초가 많았군요~~ㅋ 특히,잠자리문제가... 암튼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들 고생 많이 하셨죠. 하룻밤 잠 좀 설친거야 그러려니 해야죠. 집나가면 dog고생이라는...ㅋㅋㅋㅋㅋ
많이 웃고 상상하며 읽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ㅋㅋㅋㅋ 무엇보다도 찐한 추억 하나 만들어서 즐겁습니다. ^^
후기 잘 읽었습니다~^^
신고식을 찐하게 하신 대가로 소중한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 오신것 같습니다. ^^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도 꽁으로 얻을 수는 없다는 진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