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헐리우드 영화 한 편을 책으로 읽은 느낌이 들었어요.
[헐리우드 영화]라는 말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에서 태어나는 너무도 다양한(실상은 그렇지도 못하면서...) 이야기들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저변의 팬들을 탄탄히 확보한 이상,
거기에는 분명히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요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어쩌다 얘기가 딴 데로 샌 느낌이지만............)
저 역시 꽤 즐긴다고 할 수 있는 [헐리우드 영화]한테는 제가 기대하는 것들이 있지요.
특히 계산되고 의도된 해피엔딩은 너무도 당연한 거라서
혹시라도 마음 졸이는 상황이 오면 제 마음이 스스로 알아서 진정하게 되지요.
어쩌면 [헐리우드 영화]의 재미는, 좀 내 맘대로 말하자면, 그런 가벼움 속에 들어 있을 것! 하는
테두리를 정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프린들 주세요]는 참으로 따뜻하고 소망스러운 이야기예요.
(어느 정도냐면, 책 표지 앞날개에 이 작가가 이 작품으로 받은 상들만
석 줄이 넘게 기록될 정도랍니다................................)
저 역시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우와! 참 행복한 이야기다 했거든요.
그러나 분명히 영화와 책은 다르고, 특히 이 책은 현실의 영역 중에서도
진지함이라는 다소 가볍지 않은 부분을 다루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하여 저한테는 그 따뜻하고 소망스러운 이야기의 따뜻하고 소망스러운 결과들이
너무도 딱 맞아떨어지는 단정함 때문에 외려 서걱거리더라구요.
이야기는 언어의 자의성이나 사회성에 대한 특질 따위를 이용해서
선생님(어른), 사전 등으로 대표되는 고정관념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승리함으로써
"고리타분한 교실에서 배운 생각을 받아들여 그것을 세상 속에서 실제로 실험한 모습"을
이야기했지만, 그 뜻깊은 실험이 너무도 잘 풀려 버리고 말아서요.
(한 가지 예로, 저한테는 그런 의문점도 들었어요.
닉이 프린들이란 단어로 재미난 일들을 벌이기 시작했다면
다른 학생들은 어째서 프린들이란 단어에만 매달렸을까?
닉처럼 다른 말들을 지어내는 일들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말이죠.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운 언어의 실험들이 너무도 당연한데 말이죠.
닉이 펜이란 말을 프린들로 바꿔 부른다고? 그럼 나는 책이란 말을 뽐꾸로 부를 테야! 같은 등등등...)
실험, 특히 그것이 고정관념이라는 틀로 꽝꽝 닫혀있을 때라면
그 반항과 싸움이 더욱 섬세하고 치열할수록 그리하여 현실이 더욱 첨예할수록
그 승리의 의미가 더욱 값지게 되지요.
아니, 이 문제는 값지다의 문제를 떠나
현실적인 승리를 가늠하는 기준 자체의 문제이기도 한 듯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레인저 선생님이 아주 감동스러운 역할을 맡지만
그것이 정말 적당한 조임과 느슨함의 거멀쇠였는가에 대해서는 역시 생각의 여지가 있습니다.
돈은 참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자본주의 행복론이
감동으로 바뀌어 있는 끄트머리 역시 저한테는 많은 생각의 여지들로 남았습니다.
건강한 닉과 더 건강한 그레인저 선생님의 유쾌하고 맑은 전쟁이 용인되는 분위기만
마냥 칭찬하고 부러워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읽기가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좀 뾰족하게 생각해 본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