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별영향 없다?…일본 정화기술 불안, 안심 못해
방류 4~5년 한국 근해 ‘방사성 오염수’ 도달
환경단체 “일본 정부 일방적 주장 검증해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현재 오염수는 약 130만t이 보관돼 있다. 일본 정부는 탱크의 저장 용량이 거의 다 찼다며 이르면 올해 4월부터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 제공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린다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4~5년 뒤에는 한국 근해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정부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다만 이로 인해 근해에 늘어나는 삼중수소는 극미량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 환경단체는 도쿄전력 등 일본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계획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반박했다.
이번 연구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등이 참여해 운영 중인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전달된다.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는 정책을 만들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해 4월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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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16일 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에서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속 ‘삼중수소’ 확산과 농도 예측도. 위 그림은 방류 5년 뒤, 아래 그림은 방류 10년 뒤 삼중수소 예측 상황이다. 노란색에 가까울수록 저농도, 파란색에 가까울수록 고농도 삼중수소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은 16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일본이 연간 22조Bq(베크렐)에 이르는 삼중수소를 10년간 방류한다는 것을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삼중수소는 보통 수소보다 무거운 수소로, 방사능이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다량 배출되고 있는데,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일본이 보유한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거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에 물을 섞어 희석해서 바다에 버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르면 올해 4월부터 방류가 시작된다.
연구진 분석 결과, 한국 근해에 삼중수소가 섞인 오염수가 유입되는 건 방류 4~5년 뒤일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방류가 시작된다면 2027~2028년에 삼중수소가 도착한다.
다만 이로 인해 한국 근해의 삼중수소량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했다. 방류 10년 뒤 예상되는 삼중수소 유입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약 0.001Bq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021년 기준으로 펴낸 해양방사능 조사보고서에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172Bq이었다.
하지만 반론이 제기된다. 이번 정부 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이 일본 정부의 주장을 전제로 결과를 뽑아냈다는 점이 지적됐다. 도쿄전력 등은 “방사성 오염수를 ALPS에 통과시켜 정수기의 필터처럼 62개 핵종을 걸러낼 수 있고, 여기서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만 물에 섞어 내보내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얘기다.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를 보면 현재 방사성 오염수는 원전 주변에 설치된 탱크에 담겨 약 130만t이 보관돼 있다. 이 가운데 도쿄전력이 정한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오염수는 전체의 34%에 그친다.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의 31%는 기준치의 1~5배, 17%는 5~10배, 13%는 10~100배다. 100배~1만9000배에 이르는 고농도 오염수도 전체의 5%에 이른다. 특히 이런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말고도 더 독한 오염물질이 섞여 있는 게 문제다. ‘스트론튬’이 대표적이다. 스트론튬은 뼈에 쌓이며 백혈병을 유발한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현재는 ALPS가 62개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할 수 있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시뮬레이션을 ALPS가 삼중수소만 처리하지 못한다는 가정으로 작동시킨 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준용한 셈이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에선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무리하게 방류하지 말고, 장기 저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보다 좋은 정화 기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일본이 버리려는 삼중수소 속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은 12.3년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약 100년이 지난 뒤 장기 저장시설에 보관된 물은 영구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들어갈 콘크리트를 건설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만큼 국민 생활에 즉각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일본산 수산물 안전에 집중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양 오염 범위가 후쿠시마 주변을 넘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한 검역 방법 등을 밝히는 연구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는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범정부 TF에서 주목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향후 TF에서 정책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분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 일본에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