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돕겠다” 자원봉사 신청 쇄도… 기업들 성금 기부
[강릉 산불]
대피소서 식사-구호품 등 배분
‘봉사 확인증’ 있으면 SRT 무료
KB-하나-우리-신한 3억씩 성금
12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 임시대피소에 이재민들을 위한 텐트가 빼곡히 설치돼 있다. 강릉=양회성 기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죠.”
대한적십자사 강릉지회장을 맡고 있다는 유지숙 씨(65)는 12일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강원 강릉시 아이스아레나 체육관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씨는 전날 오전 8시 20분경 산불이 발생하자 20분 만에 바로 현장으로 달려왔다. 이후 대피소가 채 차려지기도 전부터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나눠 주고, 구호 물품을 배분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유 씨는 “앞으로도 이재민이 대피소에 있는 한 매일 나와 도울 것”이라고 했다.
전날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빗발치고 있다. 강릉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11일 산불 발생 당일부터 서울, 경기, 경북 울진 등 전국에서 200명 넘는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은 “산불 피해지역 자원봉사센터에서 발급하는 자원봉사 확인증만 있으면 SRT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며 자원봉사를 독려하고 있다.
강릉 지역 상인과 주민들도 앞다퉈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강릉시 초당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대희 씨(48)는 화재 당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물이나 라면 등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달려가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강릉 인근 상인 20명과 함께 이재민들을 위한 식료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포대 인근에는 진화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과 이재민 등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도 많다.
강릉시 교동에서 애견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던 정환서 씨(38)는 개업을 잠시 미루고 반려동물 대피소를 열었다. 정 씨는 “직업군인으로 일하다 지난해 전역했는데 군대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많이 나가 현장의 처참함을 잘 안다”며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고 싶다”고 했다.
각계에서 성금도 답지하고 있다. KB국민·하나·우리금융지주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성금 3억 원을 전달했고, 신한금융지주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3억 원을 냈다. 신용카드사들은 카드대금 청구유예·분할상환을 지원하고 카드대출 수수료를 할인해주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전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을 냈다. 방송인 이승윤 씨와 배우 천우희 씨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0만 원씩 기부했다.
손준영 기자, 강릉=이상환 기자, 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