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에서 지난 16일 오후 주검 하나가 발견됐다. 지난 2월 2일 실종 신고된 A(27)씨의 시신이었다. 그가 발견된 장소는 정상 바로 아래 100m 지점이었다. 위 사진의 붉은선 안이다. 산객들이 흔히 정상에 오르는 계단은 반대쪽에 설치돼 있다. 즉 A씨 주검이 발견된 곳은 보통 산객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두 달이 훨씬 지나서야 산객의 시신을 확인한 것도 놀랍고, 뒤늦게나마 주검을 찾을 수 있었던 경위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인천에 살던 A씨의 마지막 행적이 포착된 것은 지난 1월 27일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쪽이었다. 백담사는 물론, 오세암 봉정암 미시령까지 용대리에 들어간다. 소방당국이 정확한 A씨 최종 위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A씨는 미시령 고개에서 울산바위 쪽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른 계절이라면 모르겠지만 한겨울 짧은 해를 감안할 때 백담사 쪽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A씨 주검이 확인된 곳이 산객들이 쉬 접근할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1월 말에 혼자서 암벽이나 빙벽 등반을 시도할 리도 없어서다. 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아니었고, 지형 자체가 움푹 들어간 곳으로 보여 시신이 눈길을 끌 수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정에 무게를 더하는 것은 지난 2월 6일 폭설이 그친 뒤 울산바위 풍경을 담은 위 사진이다. 그 뒤로도 설악산 일대에 폭설 경보가 계속 발령된 사실은 웬만한 산객들은 다 알고 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올겨울 기승을 부린 폭설에 산이 얼마나 몸살을 앓고 있는지 잘 아는 나로선 두 달이 지나서야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것은 16일 낮 12시 19분쯤이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마지막으로 포착된 A씨 행적을 쫓아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7일 한 등산객이 울산바위 정상에서 A씨 휴대전화를 주워 매점에 맡겼고, 이틀 뒤 매점 주인이 휴대전화 전원을 켜면서 A씨 휴대전화 위칫값을 다시 확인한 경찰과 소방 당국이 이날 수색을 재개해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니 지켜봐야겠다. 다만 울산바위 정상 같은 곳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하면 혹시 이런 궂긴 사연이 얽혀 있을지 모르니 경찰에 신고하거나 전원을 켜서 찾아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1월 말이나 2월 초 울산바위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곳에 단독 등반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깨닫게 된다. 부득이하게 홀로 등반해야 하는 경우, 자신의 최종 위치를 다른 이들이 알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도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