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가방을 챙기던 아이는
숙제라며 도화지 한 장을 꺼내듭니다.
뭐야?
수업시간에 그린건데 선생님이 마저 다 그려오랬어...
크레파스로 그려진 아이의 세상
한 손에 꼽을만큼도 바다를 본적이없는 아이가
그려낸 바다는
물고기 예닐곱 마리와 꽃게 두어마리
미역줄기같은 해초 몇가닥이 전부였습니다.
...바다색은 뭘로 칠할거야?
아이는 진청색 크레파스를 꺼내들고
이걸로 칠할꺼야...
쓰윽쓰윽 파란색으로 덮여지는 도화지를 보며
그래...푸른 바다 참 좋다....
가만히 쳐다보다 혼자말처럼
엄마가 보았던 바다는
햇님이 떠오르는 시간엔
눈부신 광목천같은 흰빛이 바다에 깔리다가
치자빛 하늘색이 연한 하늘색으로
점점 진해진 청색의 쨍한 하늘을 담은 파랑색으로 출렁인단다.
오후가 되어
햇님이 바다에 몸을 담그면
부끄러움에 황금빛 주황색이 섞인 얼굴을 붉히며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장작불같이 활활타오르다 진해지며 어두워지는....
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엄마의 읊조림을
그래도 진지하게 듣던 아이는
그래, 그랬어?
아이는 삼단같이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말합니다.
그럼 엄마 바다가 무지개색이야?..
바다가 그 속에 감추인 무엇때문에
제각각의 색깔을 머금음을 알기에는
아직 어린 내 아이를 힘주어 안으며
그래 바다는 무지개색이란다
라고 대답해준 밤.
한번도 보여준적이 없었던 그 바다.
갯벌을 머금어 짙은 황토흙 냄새나는 바다도
등푸른 물고기들 펄떡이는 청고등어바다도
미역 우묵가사리 해초 가득한 초록식물바다도
화려한 열대어와 산호초들로
어릴적 엄마의 색색 조각보같은 바다도
도라지꽃같은 보라빛 별들이 떨어지는 유성바다도
그리고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묻은 사연을 안고와
던져넣은 눈물겨운 시선 가득한 바다
그 시리디 시린 고운 눈물 빛깔의 바다도
보여주지못했음을
알게되는 밤..
보여주지않아도
언젠가 아이는 제 발로 보게되겠지요
무지개를 찾아 떠도는 인생길 어디쯤에선가.
힘들다고
잡을수도 만질수도 없다고
그런게 세상에 있는거냐고
하늘을 향해 주먹질하며 깨진 무릎으로 울며 달려오는 날
내어릴적 할머니의 목소리로
아가야
네가 걸었던 수많은 길들이
그 길에서 만난 물방울같은 사람들이
내 삶을 색색으로 수놓아줄 무지개란다라고
아이가 너무 늦지않게 깨닫기만을
삶을 보는 환하고 따뜻한 눈 하나
달님처럼 그 길을 비춰주길
흑백사진같은 삶을 살아낸 엄마는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천천히......작은 목소리로
기도해봅니다.
글올리기가 점점 자신없어지는 요즘
((..휴,,,언젠 자신이 있었남...))
아무래도 개점휴업하고
좀 쉬어야하리싶습니다.
오늘부터 시작된 아이의 방학
올 여름엔 아이핑계대고 여기저기 떠돌며
색색의 바다를 보러가리라 마음먹으며..
함께 가실래요?
무지개빛 바다보러....
My song - Keith Jarrett
첫댓글 저는 개인적으로 샤로안님 글이 땡기네요. 맛 있습니다. 은유, 사유 다 좋습니다. 오늘 바다는 무슨 색으로? ^^
커플 탄생!
나두 방학이구 싶어여.........
오늘의 바다..맥주색.
글맛도 그렇지만 난 사로얀님 특유의 글자체와 색이 맘에 든다. 그래서 글을 열어볼 때마다 더 포근하고 정겹다.
샤로안님 선상님 맞지유~ 내 생에 절 이뻐 해주신 선상님은 없었는디....그래셔 소원 중에 지발 지발 스승님 한분 계셨으면 했었는디......참! 이젠 늙어 ~
노래 살리고 죽이는건 모두 쥔장이 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