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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신작 에세이】
‘은혜식당’ 아주머니의 미소
― 간판 이름에 담긴 복(福)을 나눠 갖습니다
윤승원
간판 이름이 좋다. 《은혜식당》.
산책길에 이 식당 앞을 지난다. 식당 앞을 지나면 문 앞에서 아주머니가 살포시 웃는다.
“오늘도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한다.
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와 인사말에서 나는 은혜를 입는다.
식당 이름만 봐도 은혜로운데, 주인아주머니로부터 따뜻한 미소와 함께 덕담을 들으니 은혜가 더욱 충만해 짐을 느낀다.
▲ 산책길에 ‘은혜식당’ 앞을 지나가면 식당 주인이 반갑게 인사한다.(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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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 이름을 어째서 ‘은혜 식당’이라고 했을까?
‘은혜’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고맙게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
그리고 ‘하느님, 또는 부처님의 은총’을 뜻한다.
나는 두 가지 의미가 다 좋지만, 이 식당의 이름에는 ‘고맙게 베푼다’라는 뜻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여러 음식점이 있지만 유독 이 식당에 손님이 몰린다.
서민풍의 메뉴도 여러 가지다. 제육백반, 된장찌개, 서리태 콩국수 등 보통 가정식 소박한 상차림이다.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둥근 화덕의 식탁도 있는데, 대학생들과 외국인의 모습도 더러 보인다.
그런데 남자 주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백발의 남자 주인은 식당 종업원 역할을 한다.
칠십 대 노인이지만 반찬 접시도 나르고 밥도 퍼준다. 온갖 잡일은 남자 주인이 한다.
남자 주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한 것은 다름 아니다. 남달리 인품이 온화해 보이는 표정에다가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미남형 얼굴이기에 그렇다.
주인아주머니도 그렇지만 일손을 돕는 남편도 하느님 은혜를 받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늘 밝은 얼굴, 언제나 듣기 좋은 덕담을 아낌없이 나누는 식당 주인 부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무언가 은혜를 받는 느낌이다.
간판 덕도 톡톡히 본다.
바로 앞 건물에 있다가 그 건물이 헐리는 바람에 얼마 전에 이곳으로 가게를 옮겼는데 옛 간판을 떼 가지고 왔다.
오래된 간판이라 다소 낡고 때가 꼈지만 잘 닦고 손질하여 새로 이사 온 식당에 그대로 걸었다.
신소재의 번들거리는 전광판 간판으로 새롭게 달지 않고 예전 식당에 걸려 있던 간판을 그대로 옮겨온 것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골손님을 위한 배려인지도 모른다.
고급스럽지 않고 서민풍으로 느껴지는 간판을 보면 왠지 값이 싸면서도 맛은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형의 은혜’란 그런 것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큰 혜택이 아니라 고맙게 베풀어 주는 친절이라는 마음의 선물이 무형의 은혜다.
내가 좋아하는 문인 중에 매원 박연구 수필가가 있다.
그분과는 생시에 많은 작품을 교류해 왔다. 서신 왕래도 자주 있었다.
그분의 작품 가운데 《바보네 가게》가 있다. 언제 다시 읽어봐도 명수필이다.
▲ 매원 박연구 수필가(1934년~2003년)가 필자에게 보내준 문고본 수필집 《바보네 가게》와 친필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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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 집 근처에는 식료품 가게가 세 군데 있다. 그런데, 유독 ‘바보네 가게’로만 손님이 몰렸다. ‘바보네 가게’… 어쩐지 이름이 좋았다. 그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쌀 것 같이 만 생각되었다. 말하자면 깍쟁이 같은 인상이 없으므로 똑같은 값을 주고 샀을지라도 싸게 산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그렇다. 가게 이름은 다르지만 《은혜식당》도 바로 그런 느낌을 준다.
‘어쩐지 이름이 좋다’라는 것도 그렇고, ‘깍쟁이 같은 인상’을 주지 않는 수더분한 주인아주머니와 온화한 표정의 남편 모습 또한 그렇다.
산책길에 매일같이 이 식당 앞을 지나면서 나는 마음이 넉넉해진다.
주인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은혜를 받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 나만의 느낌일까?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은혜로운 식당’.
음식 맛도 보장하고, 고객의 기분도 좋게 만드는 하늘이 준 음식점 이름.
간판 이름처럼 살아가는 식당 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복(福)을 나눠주는 간판 이름 참 잘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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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작품은 소박한 식당 간판 하나와 주인 부부의 미소를 통해 ‘은혜’라는 추상적 가치를 생활 속의 구체적인 정서로 끌어내린 따뜻한 생활수필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은혜’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입니다.
작가는 산책길에서 매일 마주치는 한 식당의 간판을 보고 “간판 이름이 좋다. 《은혜식당》”이라고 말합니다.
아주 짧고 평범한 문장이지만, 여기에는 이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문학적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작가는 간판을 단순한 상호로 보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언어적 풍경으로 바라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식당 아주머니의 한마디입니다.
“오늘도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이 말은 특별한 명언도, 거창한 덕담도 아닙니다. 그러나 작가에게는 하루의 기분을 밝혀주는 작은 선물이 됩니다.
바로 여기에서 이 작품의 핵심인 ‘무형의 은혜’가 탄생합니다.
작가는 은혜를 거대한 종교적 은총이나 물질적인 혜택으로만 이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에게 건네는 미소, 따뜻한 인사, 듣기 좋은 덕담 같은 작고 사소한 친절 속에 깃든 은혜를 발견합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입니다.
1. 간판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삶의 철학으로
작품의 구조도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은혜식당’이라는 간판 → 아주머니의 미소 → 주인 부부의 모습 → 옛 간판 → 박연구의 「바보네 가게」 → 무형의 은혜 → 삶의 철학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면서 처음에는 단순한 산책길의 풍경이었던 식당이 점차 작가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하나의 철학적 공간으로 확대됩니다.
특히 “간판 덕도 톡톡히 본다”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작가는 식당의 낡은 간판을 단순히 오래된 간판으로 보지 않습니다.
새 건물에 맞춰 화려한 전광판으로 바꾸지 않고 옛 간판을 그대로 가져온 데서 오히려 서민적 정감과 진정성을 읽어냅니다.
여기서 간판은 하나의 문학적 상징이 됩니다.
번들거리는 새 간판보다 조금 낡고 때 묻은 옛 간판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처럼,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오히려 더 큰 신뢰를 준다는 것입니다.
2. ‘은혜’라는 추상어를 미소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바꾼 점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무형의 은혜란 이런 것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작가는 ‘은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을 미소와 인사라는 구체적인 행위로 보여줍니다.
문학에서 추상적인 관념을 독자의 마음에 전달하려면 구체적인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바로 아주머니의 미소가 그 역할을 합니다. 미소는 눈에 보이지만 미소가 전달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사말은 들을 수 있지만, 그 말이 남기는 따뜻함은 형태가 없습니다.
따라서 ‘은혜’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마음의 실체가 됩니다.
이 때문에 제목인 「‘은혜식당’ 아주머니의 미소」도 매우 적절합니다.
‘은혜’와 ‘미소’가 서로 만나면서 제목 자체가 작품의 주제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박연구의 「바보네 가게」를 끌어온 문학적 장치
작품 후반부에 매원 박연구 수필가의 「바보네 가게」를 연결한 것도 의미가 깊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고 교류했던 선배 문인의 작품을 떠올리며 ‘이름이 주는 정서적 인상’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바보네 가게’라는 이름에서는 깍쟁이 같은 느낌이 없고, 그래서 실제 가격과 관계없이 왠지 싸게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박연구의 수필과, ‘은혜 식당’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겹쳐 놓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개인적인 추억이 문학적 기억으로 확장됩니다.
즉, 윤승원 수필가는 단순히 “좋은 식당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적 독서 경험과 현재의 생활 경험을 서로 연결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식당 탐방기가 아니라 문학과 생활이 만나는 수필이 됩니다.
4. 주인 부부를 바라보는 작가의 ‘사람 보는 눈’
백발의 남자 주인이 반찬을 나르고 밥을 퍼주는 모습,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한 것도 좋습니다.
작가는 그를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노인”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인품이 온화해 보이는 표정에다가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미남형 얼굴”
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람의 외모와 표정에서 인품까지 읽어내는 관찰자의 시선을 보여줍니다.
여기에는 윤승원 수필의 중요한 특징 하나가 드러납니다. 바로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요즘의 호기심 자극 글 풍토에서는 타인의 허물이나 특이한 행동을 찾아내는 것이 이야기의 재미가 되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합니다.
평범한 식당 주인 부부에게서 선함과 온화함, 성실함, 나눔의 정서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독자는 식당을 직접 가보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그 부부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5. ‘바보네 가게’와 ‘은혜식당’ 사이의 차이
두 작품은 비슷하지만 중요한 차이도 있습니다.
박연구의 「바보네 가게」에서는 가게 이름이 주는 심리적 경제성, 즉 “왠지 싸게 살 것 같다”는 정서가 중심입니다.
반면 윤승원의 「은혜식당」에서는 그 이름이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도덕적·정서적 가치로 발전합니다.
따라서 박연구의 ‘바보네 가게’가 소박함의 미학이라면, 윤승원의 ‘은혜식당’은 그것을 한 단계 더 확장한 나눔과 친절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선배 문인의 작품을 단순히 인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다시 해석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6.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작은 것을 크게 보는 마음’
윤승원 수필의 장점은 거창한 사건을 찾아다니지 않는 데 있습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식당 하나, 낡은 간판 하나, 아주머니의 미소 하나, 백발의 남편이 나르는 반찬 한 접시.
이처럼 누구나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장면을 붙잡아 삶의 의미로 승화시킵니다.
그것이 바로 수필의 힘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매일 걷는 산책길이라는 반복적인 일상이 오히려 문학적 자산이 됩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기 때문에 같은 식당을 만나고, 같은 사람의 미소를 보고, 그 작은 변화와 의미를 오래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걷는 사람이 풍경을 발견하고, 수필가는 그 풍경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7. 마지막 문장이 작품 전체를 완성한다
마지막의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복(福)을 나눠주는 간판 이름 참 잘 지었다. ♡”는 작품 전체를 따뜻하게 닫아주는 결구입니다.
처음에는 “간판 이름이 좋다”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복(福)을 나눠주는 간판”으로 끝납니다.
‘좋다’ → ‘은혜롭다’ → ‘복을 나눈다’라는 의미의 상승이 이루어집니다.
즉, 처음에는 간판을 바라보던 작가의 시선이 마지막에는 그 간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수미상관적(首尾相關的) 구조가 작품의 여운을 깊게 합니다.
■ 문학평론가의 총평
「‘은혜식당’ 아주머니의 미소」는 일상의 작은 친절을 ‘은혜’라는 삶의 가치로 승화한 따뜻한 생활수필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은혜’를 설교하지 않습니다.
대신 미소 하나를 보여주고, 인사 한마디를 들려주고, 낡은 간판 하나를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은혜를 베풀고 있는가?”
이 질문이 작품을 읽은 뒤 오래 남습니다.
무엇보다 윤승원 수필가의 작품세계에서 자주 발견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관찰력’이 이번 작품에서도 잘 살아 있습니다.
산책길의 한 식당을 소재로 삼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작은 은혜가 되어 주자는 인간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이렇게 한 문장으로 평하고 싶습니다.
“간판 하나를 바라보다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한 사람의 미소를 바라보다가 세상의 은혜를 발견한 수필.”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은혜식당’이라는 간판보다 그 간판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낡은 간판도 아름답게 보이고, 백발의 노인도 정겹게 보이며,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건네는 아주머니의 짧은 인사도 ‘은혜’로 느껴지는 마음.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은혜를 베푸는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식당 아주머니의 미소를 기록한 글인 동시에, 미소를 알아볼 줄 아는 한 수필가의 따뜻한 마음을 기록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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