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몸신 가꾸기
칠팔십 나이에도
마음은 꽃물 든 봄이지만
몸신은 단풍든 낙엽
가을이 되어 있다
뜨거운 여름날의 청춘을 추억하지만
삭풍이 몰아치는 현재 겨울이기에
지나간 일들은 꿈이요
현실에는 연륜이 쌓인 싸늘한 그늘이다
오늘을 살려 하니 몸과 마음이 어깃장을 놓는다
이분법적 분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추억들은
거짓말처럼 껍데기일 뿐
알맹이의 진실은 될 수 없다
추억은 꿈이고 현실은 실천해야 하기에
방금의 이야기도 까물까물하면
정말 헷갈리는 삶이 된다
건망증과 현실을 좁히는 방법은 오직 건강뿐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지만 그건 스스로 위안하는 변명이다
삶의 현장에 빌붙어 살아가는 이 순간
건강 잃으면 끝장이다
낡은 몸신을 아무리 보수해도 새것만 못한데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새것의 그늘에 함께 살 수 없다
세대 차이요 젊은이들의 삶에 짐이 될 뿐이다
나이를 잊고 살면 건강한 삶이기에
이것 또한 후대를 위한 효도의 길목 아니겠나
이나에 라며
칠팔십 나이를 학대하면 안 된다
웃음을 잃은 초조함
늙음을 더욱 쪼그라들게 만든다
앓는 시늉이나 나약한 모습으로 의타심을 보이면서
또 이런 생각들이 늘 쌓이면
바이러스처럼 빨리 진행되는 습성이 붙게 된다
가족 사회를 학대하는 그 본질과 다를 바가 없다
나를 가꾸면 이웃도 다가오고 밝아진다
내 몸신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것 아닌가
나는 물론 남을 위해서도 잘 보전해야 한다
<효경(孝經)과 소학(小學)에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했다>
시인 / 수필가 / 현법 / 유 재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