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매주 주말마다 바깥으로 나돌 일이 많아지는 계절이 되었다.
당연히 쥔장 역시 그동안에 얽힌 인연들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어 덩달아 바쁘긴 했다.
그 더불어 바쁨을 주는 사람들은 그나마 쥔장과의 인연이 되어준 이래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또 거처지 공간을 옮길 때마다 정리하는 인연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어쨋거나 그렇게 나이 들면서 인연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속함의 인연이 되는 사람들 중에는
다늦게 만나진 초등학교 동창들이 있고 그들과 맺어진 인연자락은 어느새 애,경사를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다.
헌데 요즈음은 매주말마다 결혼식도 많고 장례식장에 갈 일도 많아 겹치기 일정들이 생기는 일은 다반사.
그래도 우선 순위나 선약으로 잡혀진 약속을 먼저로 움직이다 보면
뒤늦게 쥔장의 상황과 관계 없이 만들어진 후발주자 약속은 참석치 못하게 되는 법.
그리하여 지난번 초딩 친구 아들내미 결혼식이 또다른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성의만 표한 채 찾아가지를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주였던 친구가 초딩 동창들을 자신의 집 근처로 초대하여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고 연락을 하여 기꺼이 동참을 하게 되었다.
물론 동창 모임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동창회"라는 명분도 있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때가 되면
멀리 살고 있는 친구들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니 겸사겸사 찾아들어 밀린 회포를 풀게 되었다는 것.
그리하여 지난 토요일 아침 이른 새벽부터 길을 나서 파주로 향하는 길,
중간 기착지가 사당에서 상도동으로 바뀌어 약간의 혼선은 있었지만 그래도 기사를 자청하고
차량을 대동해주는 남친들이 있어 여친들은 편하게 파주로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일차적으로는 혼주 친구가 마련해준 점심을 먹기 전에 가벼운 산행으로 삼학산 근처를 천천히 걸으며
산길 들길 속에서 웃고 떠들며 어릴 적 추억 보따리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희희낙락하다가
점심을 먹는 순간부터는 진정으로 친구 아들내미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웃고 즐기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날따라 처음 등장하는 친구도 있어 분위기는 화기애애 라...다늦게 만난 친구들의 묵은 인연은
캐어도 캐내도 길고 긴 이야기 상자 같은지 그렇게 과거지사를 선사받다보니
낡은 기억 속에 담긴 장면들은 어쩌자고 그리도 튀쳐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덕분에 여기저기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분위기는 고조되고
뒤이어 친구 안내를 받아 임진각으로 달려가는 마음은 마치 소풍길의 그 마음이렸다.
경기도 문화관광공사 소속의 친구가 지난 겨울에 근무지를 임진각으로 옮겼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무심히 그러나 숙제처럼 언제 한 번 찾아가봐야지 했지만 쉽게 찾아가지지는 못했던 터라
이렇게 라도 그 친구와 동행하여 하루를 저당잡혀도 즐거울 것만 같았다.
당연히 선택은 옳았고 임진각으로 가는 모든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일정 부분은 그대로 였지만
더러 익숙치 않은 광경이 눈에 보이기도 하여 놀랍기도 했다.
더구나 예전에 임진각에 평화나우누리 공원이 조성되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관심권 밖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흥미유발이 되지 못했건만 오호라...제법 잘 꾸며 놓기도 했고 발상의 전환도 눈에 띄어 아주 굿굿굿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뒤이은 일정이 있어 나머지 스케줄에는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은 전반부 일정을 마친 후 돌아가고
남겨진 친구들끼지 임진각 주변을 휘저으며 다니는 길자락이 즐거움을 배가 시킴은 물론
철퍼덕 주저 앉아 나누는 이야기 꽃은 마르지 않은 샘물같기도 하여 그 하루가 온전히 즐겁긴 했다.
특히나 발상의 전환의 진면목을 보여준 화장실...굿 아이디어 였으므로 칭찬받아 마땅하나
그곁에 파란 플라스틱 통까지도 아울러 뭔가 가림막 같은 것을 설치하였으면 금상첨화였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였다.
친구의 사무실이 존재한다는 장소 역시 딱딱한 형태의 사무실 풍광이 아니어서 좋. 았. 다
무엇이든지, 어떤 공간이던지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근사하고 멋진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분은 아주 좋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공간이 작품으로 변모되는 것, 기막힌 발상의 전환이었고
또 그런 공간을 시민들이 마음 놓고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삼스러웠다.
대체로는 모양새만 좋은 잔디밭을 망가뜨릴까봐 접근금지 팻말만 번듯한 곳이 얼마나 많더란 말이냐.
하지만 이 공원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캠핑장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여기저기스스로 놀거리, 먹을거리를 지참하여 누리도록 조성해 놓았으니 저절로 시민 의식도 높아지고
나름대로 익숙해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 같아 아주 좋아보였다.
어쨋거나 임진각을 진두지휘하는 친구가 새삼스럽게 자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몸 사리지 않고 제일 마냥 즐겁게 일하는 친구를 보니 뿌듯하기까지 하더라는 것.
그렇게 공원을 탐닉하고 제3땅굴 견학을 위해 이동을 하면서는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미성숙한 사람들 때문에 열을 받다가
그것도 다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로 이해하고 넘어가면서 분단의 땅에서도 마지막 역사라는 도라산역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것은 그런 좋은 여건과 괜찮은 아이템과 꽤 좋은 여건으로 정부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가 막히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었다.
장단콩으로 유명하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게 자신들의 자랑거리 농산물을 파는 장소가 허접하기 짝이 없는 파주시 이야기다.
그렇게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총체적 난국이 한 눈에 보인다.
지역 농산물을 파는 곳이라면서 그에 걸맞는 물품과 물건들이 온전하게 뽐내듯이 자랑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농산물과 뒤섞여 마구잡이로 팔리고 있으니 당당하고 자존감을 지녀야 할 특산물이 무슨 그런 웃지 못할 처지라는 말인지.
지역 특성화는 무슨 개뿔? 지역의 자랑거리라면 그에 걸맞는 노력이 더해져 생산되어지는 농산물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겨우 장단콩과 된장, 간장 정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는데다 손님을 대하는 자세도 참 마뜩치 않다.
그외의 농산물들은 지역 농산물인 아닌 곁들임 농산물이라고 한다면 특성화 사업으로 국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일들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많은 관광여행객들이 국내외를 망라하여 찾아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빈손으로 나가게 한다는 것,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닐까?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비교되는 이웃 일본의 장삿술을 좀 배워왔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
암튼 여전히 총체적인 부실 국면의 지역 축제나 특산물 홍보가 여전히 형편무인 지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나니
마음이 참으로 씁쓸하고 변화되지 않고 나아지지 않는 그런 행태들이 아쉬움을 넘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랬다는 말이고 이후로 이어지는 광폭의 친목은 부천까지 이어져 돌아올 길이 바쁜 무설재 쥔장은
좋아하는 홍어를 먹으러 간다는 말에 홀려 식탐 대왕을 자처하고 부천까지 동행하였다가
겨우 여섯점의 홍어만 탐닉을 하고 뒤늦게 합류한 친구들에게 눈도장만 찍은 채 바쁜 걸음으로 총총총,
주말이라 돌아올 차편을 예약하지 않은 죄는 무려 한 시간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늦은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어리석음을 남발하였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니 역시 내 집이 최고야 가 절로 나오고
역시 친구는 묵은 된장같은 옛친구가 최고야 더라는....
첫댓글 하루가 참 다양한 일로 즐겁게 분주했군요.
맞아요 친구는 묵은 된장같은 친구가 최고죠~! ^ ^
ㅎㅎㅎㅎ 즐거운 하루였습니다만 돌아올 차편이 만만치 않고 주말이라 불편하긴 했어도
모처럼 친구들과 마음껏 웃고지고 하느라 그것도 상쇄되더라는.
어쨋거나 새롭게 만나진 시기와 상관없이 오래 된 친구라는 사실은 무엇을 해도 이해가 되고 좋기만 하여
역시나 싶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