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장작집은 비워지고 있는데...
2023년 1월 26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초닷샛날
밤새 반갑지가 않은 손님이 왔고, 지금도 오고 있고,
하루종일도 모자라서 밤까지 내릴 거란다. 눈이다.
올겨울은 지겨울 정도로 한파와 눈이 자웅을 겨루듯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기승을 부리며 괴롭힌다.
지구의 몸살인가? 하늘의 심술인가? 아니면 뭘까?
여전히 한파경보가 이어진 것도 모자라서 대설경보
까지 발효가 된 오늘 아침이다. 이른 아침의 기온은
영하 15도, 눈이 내리고 있어 그런지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제와는 달리 춥다는 느낌은 없다.
도대체 오늘 눈은 또 얼마나 더 쏟아 놓으려나?
어제는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
전날 재미삼아서 해물짬뽕을 먹자며 내기 화투를
쳐서 만들어 놓은 돈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더니 영하 27도까지 떨어졌던
기온에 얼어서 시동이 걸릴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서방 자동차는 휘발유 차라서 괜찮았다.
경유차인 촌부의 차는 두고 이서방 차로 다녀왔다.
햇볕이 좋아서 그랬는지 다녀와서 다시 걸어보니
그때서야 부르릉~ 하며 시동이 걸리는 것이었다.
그렇잖아도 오후에 보험사 출동 서비스를 부를까
했는데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전날 이서방과
함께 자동차 본넷에 보온덮개를 씌워 두긴 했는데
강추위에는 별 소용이 없었던 같다. 하긴 해마다
이맘때는 한두 번씩 얼어붙어 출동 서비스를 불러
해결하곤 했다. 더 이상 한파가 없으면 좋겠는데...
겨울의 절정이라고 말하는 1월도 어느새 하순이다.
아주 이상하게 올겨울은 더디게 가는 느낌이 든다.
혹독한 한파와 자주 많이 내리는 눈 때문이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텅빈 공간이 많이 생겨있는
장작집을 보며 겨울이 가는 만큼 생기는 공간인데
올겨울에는 더 빨리, 더 많이 비워진 것 같다고...
밭가 바깥 장작집도 2/3나 비었고, 현관옆 다용도
창고는 이제 거의 다 비워졌다. 넉넉하게 마련했던
것인데 꽤나 많이 땐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장작집이 비워져가는 모습을
보면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 이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장작집 비워지는 것과 겨울이 가는 것은
비례한다는 촌부의 산골살이 경험치는 혹독한 추위
때문에 빗나가는 올겨울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는
하지만 걱정은 않는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한
난롯불 지피기는 오는 4월까지 이어지겠지만 나름
넉넉하게 장작을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정말로 그렇군요.
장작나무가 없어지는 것과
겨울이 가는 것이 비례하고 있군요.
이제 다음주에는 입춘입니다. 봄을 기다리는 맘으로
오늘도 많이 웃으시면서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