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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은 첫 날이 대구 詩의 날이라 시 낭송회를 일주일 연기하여 열리게 됩니다.
올해로 6회째 회원시집을 발간하며 시의 멋을 즐기는 반짇고리문학이 『詩하늘』시 낭송회에 다시 모습을 보이게 되어 기쁩니다.
『푸른 갈비뼈 사이로 바람 분다』라는 회원시집으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좋은 시 보급운동을 선도하는 시하늘이 못 찾아갈 곳이 없듯이
시가 참으로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이와도 우리는 소통하고자 합니다.
함께하여 이들의 시를 가슴으로 받아 따뜻하게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일시 : 2012년 11월 8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못 남쪽에 위치한 레스토랑 ‘케냐’
-회비 : 없음,
-제공 : 단 장소는 2시간 임대하므로 식사는 각자 주문하여 드셔야 합니다.
다과, 반짇고리문학 제6집과 詩하늘 가을호 드립니다.
-연락처 : 가우/박창기 010-3818-9604
반구대 암각화
-박복조
돌 속으로 오라 하네
육천여 년 전의 나팔 부는 남자
그 소리 따라 돌 속으로 들어가네
잡혀온 흰수염고래로 축제가 열리는 날
혼령을 불어넣어 고함지르고 춤추는 사람들
바다가 우쭐거리며 파도 몇 됫박 넘겨주네
구경하던 노루, 범, 멧돼지도 따라 모두 눈빛 환하게 말하네
시간이 촘촘히 둘러쳐진 울타리 안
검버섯이 번진 흙의 무늬로, 큰 젖을 덜렁대며 허옇게 웃고 있네
그물을 기우며 들판에 순명인 듯 숨 쉬고 있네
신석기를 휘돌아 검불을 헤치며 발가벗은 여자들 고래 살을 널어 말리네 풋것을 캐던 여자들 함성 따라 달려가네
오늘은 포경선이 바다로 떠나는 날
샤먼은 이상한 암호로 바다를 부르고
두 팔 두 다리로 하늘을 날아 풍어를 노래하네
긴 머리, 손이 암사자 발 같은 사내들이 바쁘네
작살을 날리는 어깨 힘줄이 펄럭이네
내려 꽂히는 작살, 고래 심장을 뚫어, 내뿜는 피 기둥
부두에 수염고래 끌려오며 만선의 노래가 들리네
문득 벌거벗은 내가 부끄러워
대곡천 저쪽 2012년 유월 대숲 휘파람 따라 돌 속을 나오네
신석기 동네 사람들 왜 가느냐며
포경선이 만선이라고 같이 살자며 말리네
나를 쪼고 깎아 돌 속에 암각하고 나오네
비릿한 문장들이 쓰여 있네
*박복조 / 호 지원(志苑)․대구 출생․대구가톨릭대 약학과 졸업․『문학시대』, 『수필문학』으로 등단․제1회 대구의 작가상, 국제펜 대구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시집 『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 『세상으로 트인 문』,『빛을 그리다』. 수필집 『사랑할 일만 남았네』 등․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국제펜, 대구펜, 대구가톨릭문인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새벽길
-이정애
새벽길 걷다가
하늘 멀리에서 반짝이는
별빛 보고 있으면
한낮의 일상들
잠든 고요와의 만남
이 세상 어디엔가
마르지 않을 샘이 있어
그 물에 목마름 적실 때
물결 틈으로 비쳤다 사라지는
부끄러운 삶의 파편들
뜨거운 눈물과 만나게 된다
찢어지고 녹아져서
새벽별로 빛나고 싶어질 때
아침은
새와 나무를 풀어 놓고
해맑은 당신의 길 열어 주고 있었다
*이정애 / 『한맥문학』으로 등단․대구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기독교문학, 국제펜 대구지회 회원․대구여성문인협회 8대 회장, 반짇고리문학회 3대 회장 역임
지우개
-신구자
지금 머리 속에는 지우개 하나
내 보폭만큼 함께 자라나면서 갈잎 갉아 먹듯 사각사각
맛있게 뇌를 갉아 먹고 있는 모양이다
그제는 우리 집 기둥 아들 생일을 콩 까먹더니
오늘은 생각만 해도 아롱삼삼한 손녀 생일도,
무수히 꽃피고 꽃 지던 속수무책의 그리움도
봄눈 녹듯 사르르 녹여 버린다
멀쩡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다가도
기억의 괄약근이 풀어지면
멍하니 먼 산 돌아서는 구름의 뒷꽁지를 쫓다
개울물에 빠지기도, 발길질 당하기도 한다
두렵다
큰길 접어 두고 지름길로 달려오고 있는 것 같은
저 무뢰한의 지우개,
살살 꼬드겨 꽃그늘 속에 코 박아
도끼자루 삭아 내리도록 잠재울 수 없을까
돌부리에 걸려 무릎 팍, 꺾이게 할 수 없을까
*신구자 / 경북 칠곡군 약목 출생․1994년 『대구문학』과 1999년 『불교문예』 신인상 시 당선으로 등단․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불교문인협회, 대구여성문인협회, 칠곡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솔뫼’ 동인, 반짇고리문학회 4대 회장 역임․시집 『낫골 가는 길』
황홀한 통증
-김숙영
소나기 삼 형제 지난 뒤
천장에 얼룩 지도
보이지 않는 손이 그려 놓고 갔다
좋아하는 시집 몇 권 책장에 꽂아 놓고
아득한 기억 속으로 소풍 간다
열린 장롱 틈 사이로
세월 무게에 눌려 어깨 처진 옷가지들
뒤축 닳은 신발이 외출 서두르는데
시장기가 노란 꽃잎으로 피어날 때쯤
보리밥, 된장찌개
고향 집 낮은 담장 너머 걸린 노을은
갓 쪄낸 호박잎 쌈이다
시 속에 남은 삶
황홀한 통증 되고
세상 소식 목마르면
토막 난 천 년 꿈까지도 그 속에 녹아 있다
빈 병 속에 풀벌레 한 마리
검은 베개 베고 돌아눕는 저녁나절
*김숙영 / 경남 진주 출생․『시와 의식』 신인상 수상․2007년 제6회 국제펜클럽 대구아카데미 문학상 수상․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자유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대구여성문인협회 6대 회장 역임․시집 『아베 나라 아베 땅』 『억새는 바람에도 눕지 않는다』 『그런 날은 비가 오더라』 『빙하를 건너온 사람』
수박 한 통
-허수현
햇볕이 가마솥 뚜껑에다
부침개라도 구워 줄 것 같은
작열하는 칠월 한낮
시원한 수박 한 통 꺼내 놓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앉았다
이 큰 덩어리 쪼개면 누가 다 먹지
어릴 적 두 통 쪼개 놔도 부족했던
흙담집 마당이 생각난다
늘 잔칫집같이 득실거리던
반은 담 넘어 나눠 먹을
우람한 감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윗집에 큰아들 오고 아랫집에는
누가 다녀가고 저절로 알고 사는
부족한 것 많아도 아쉽지 않았던
그림들이 자꾸
시퍼런 덩어리 위에 그렸다 지웠다 한다
몇 조각 쟁반에 담아 나가 봤지만
대답 없는 아파트 초인종
모두 외출 중이라
문 쪼끔 열린 어느 한 집에는
무서리 하얀 노인 한 분만 계셨다
*허수현 / 2004년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한국문인협회, 국제펜 대구지역본부, 대구여성문인협회, 경산문인협회 회원
호야등
-류호숙
콧등 시린 겨울 새벽,
부뚜막에 올려놓았던 운동화 신겨
기차역까지 바래다주시던 아버지의 호야등
그 불빛이 간간이
내 눈가에서 부챗살로 퍼진다
잠 덜 깬 오솔길과
기지개 켜는 개울 밝히려고
그을음 오르는 심지 자꾸 밀어 올려
등피 한쪽을 까맣게 태우시던 그 사랑
멀리 간이역만 보여도
그 시절 생생히 기억해 내는
내 발등
그때 호야 불빛 따라갔던 기적 소리가
흰머리 듬성듬성한 내 귓바퀴에 앉아
굽은 등 한껏 낮추라 한다
거기 발등에 박혀
은은하게 비치는 별 하나,
아버지
*류호숙 / 충북 영동 출생․전 초등학교 교사․『문예비전』 신인상 등단․문예비전상 수상(2010년)․문예비전 운영위원. 은시문학회 회장(전). 대구문인협회 이사(전). 한국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대구문학아카데미 회원․시집 『연둣빛 떠난 자리』․삼성이주공사 대구지사 지사장. EGG문화어학원 원장
아들 사랑
-김정숙
아들아
언제 보아도 언제 불러도
남산만큼 배부른 마음이다
하지만 늘 빈구석이 먼저 보여
허기를 느낀다
아들아
언제 보아도 듬직하고
언제 쳐다보아도
어미에겐 따뜻한 햇살이다
어미의 욕심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릇을 들고 보니
늘 잔소리가 먼저 튀어나가서
반기는 어미의 마음
너는 얼마나 알려나
열 달을
배 속에서 어화둥둥
탯줄을 끊어서부터 마른자리 진자리
넘어질세라 다칠세라 애지중지
그러나
욕심으로 늘 한구석은
차지 않은 그릇
자식 사랑이
어미 욕심이 그런 거란다
*김정숙 / 『한맥』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대구위원회 회원. 여성문인협회 재무국장. 한맥문학 동인회 이사․ 시집 『여로의 물빛』
통곡
-함명숙
파르르 연꽃 한 포기 연지 수반에
붉은 노을처럼 부풀어 올랐다.
마른 가슴에 왈칵 무언가 터져 나올 듯,
까만 연자 속 새싹 자란다
쏟아지는 세상 오욕의 진창들,
늦여름 묵은 나무
쓰르라미처럼 매달려 운다 악착같이,
그 진창보다 견딜 수 없는 오욕
안간힘 쓰며 벗어나려
풋사과 여린 꽃들 뚝뚝 떨어진다
바람에 쓸려 나풀거리는 흰 명주너울처럼
폭력 아래 어린 양들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먼 소식처럼 가늘게 날아오는 연꽃 향기
오래 오래 마른 가슴에 왈칵!
통곡으로 머문다
*함명숙 / 경북 안동 출생․『문예사조』로 등단․문예사조문학상 수상․국제펜클럽 대구지회, 현대불교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자유시인협회, 대구여성문인협회 회원
새벽차 타는 엄마
-이선영
남도 천 리
아득한 길에
봄눈 내린다
첫새벽 출근으로
다 못 먹인 탓인가
앞섶 파고드는 고 작은 입술이
분분한 눈발 속에 자꾸 따라와
안쓰러운 젖줄 핑 돌게 하면
구석으로 돌아앉는
영하의 체면
오디 빛 한기 탄
살뜰한 순백의 모정
지퍼 팩에 모이는 따스한 체온
어미 짓 아내 일
겹겹이 쌓이는 눈
털기도 전에
내민 손길 잡느라
뛰어도 모자란 짧은 하루해
차창에 부딪치는 눈들이
머잖아 봄 온다는
귀엣말 전해주면
봄눈처럼 마음 녹는
새벽차 타는 여자
*이선영 / 경북 안동 출생․『한글문학』,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제25회 영남아동문학상 수상․대구문학아카데미 초대 회장, 제9대 대구여성문인협회 회장, 제9대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사)색동회 대구경북지회 회장, 『반짇고리』문학회장 역임. 『은시』문학동인 . 한국, 대구, 경북 아동문학회 회원. 국제펜클럽 회원, 가톨릭문인회 회원․동시집 『꽃잎 속에 잠든 봄볕』 『맞구나 맞다』, 동인지 『바람이 도착하는 갈대 역에서』 등 다수
웃음을 주는 꽃송이
-권대자
아기가 태어날 때
병원이 무서워서 울까?
아니면 괴로워서 울까?
응애응애 응애애애
울음이 웃음을 준다
새 생명이 태어날 때
어머니의 고통은
아기 울음과 사라졌다고
할머니와 어머니의 이야기
웃음이 행복을 준다
날마다 부쩍 자라면서
아기는 방실방실
자연스러운 생명의 빛
맨날 맨날 뜨는 해님같이
웃음을 주는 꽃송이
*권대자 / 1942년 안동 출생․영남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한국문학예술가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대구지부 감사. 비둘기환경합창단 단장․영남아동문학상(2009)․저서 『다다』, 『하늘은 하늘 땅은 땅』. 환경시집 『세상은 자연』, 『풀꽃 사랑』, 『구슬 빗방울』, 『손뼉 치는 바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기념 시모음집 발간(영문 합본, 2011)
먼 길
-황여정
가령 사람들은
장미 꽃잎이 붉으면 빨간 장미라 말하고
줄기에 가시가 있으면 장미 가시라고 한다.
하늘에는 하늘빛이 있고
물에는 물빛이 있고
해바라기는 키가 크고
채송화는 키가 작고
나팔꽃은 아침에 피고
분꽃은 저녁에 핀다.
네가 강물처럼 흐른다면 너는 물이고
내가 바람처럼 흐른다면 나는 바람이다.
가끔씩 물리적인 거리가
우리 사이를 가깝게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 낯선 얼굴로
지구 밖의 일처럼 아득한 일
나에게서 내가 아닌 너의 나를 찾거나
너에게서 네가 아닌 나의 너를 찾아서
늘 쓸쓸함의 먼 길을 떠난다.
*황여정(黃汝晶) / 『동방문학』(2002년 6월) 등단·시와 반시 문예대학(1993, 4기) 수료·대구문인협회, 경산문인협회 회원·선율, 시사랑문인협회, 동방문학, 징검다리문학회 동인 활동·한국예술가곡연합회 회원. 명사회(1996년~ 현재)사진 동우회 부회장·시집 『내 마음의 다락방』(2009.신세림)·『숲』 『그리운 소리들』 『가을에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동인지 발간·현 진량초등학교 교장
자벌레
-오영환
쪽빛 물들여 놓은 무명 저고리감
꼼꼼하게 품을 재는 자 벌레 한 마리가
굽은 등 한껏 받치던 울 엄니 손등 같다
길어진 팔소매와 늘어난 가슴 품을
두 번 재고 못 미더워 다시 재던 손 떨림
자벌레 발자국 따라 엄니 얼굴 겹친다
한 치라도 어긋날까 다짐 놓던 말씀이
땀땀이 엮여져서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반백 년 귓전을 돌아 앞섶 품에 안긴다
*오영환 / 『현대시조』 신인상․대구시조, 대구문인협회 회원․대구시조문학상 수상
첫댓글 '오월의 푸른 숲' 황여정님도 계시니 더 반갑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류호숙님의 호야등을 낭송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들께서 낭송을 미리 부탁드리신 분도 있으니,
일단 연습은 해오십시오.
낯익은 얼굴도 좀 계시네요. 그 날 뵙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선생님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이 반짇고리문학회 시 낭송회 날이군요.
어제 문무학 시인이랑 김용락 시인을 만났는데 기억하고 있더군요.
오늘 오신다고 했으니 기다려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축하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