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541 --- 강아지와 개새끼
강아지와 개새끼는 같은 말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사뭇 다르게 들린다. 강아지는 귀여움이 몽실몽실한데 개새끼라고 하면 상대를 싹 무시한 아주 진한 욕이다. 하는 짓이 얄밉거나 더럽고 됨됨이가 좋지 아니한 남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언제부터 쌍스럽게 되었는지 궁금한 면도 있지만 확실치가 않다. 할머니는 귀여운 손주를 보면 곧잘 내 강아지라고 한다. 당연하게 여기며 아무도 이의 달지 않고 웃음꽃이 핀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옆에서 “아, 이 아이가 할머니 개새끼로군요.”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고약하게 하느냐며 대뜸 분위기가 험악하게 달라졌을 것이다. 개새끼와 강아지는 같으면서도 현격히 다른 말이기도 하다. 아니 그렇게 들리고 또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강아지는 귀엽고 괜찮은데, 개새끼는 망나니로 욕설이며 부정적이면서 거부반응을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딘가 야릇하면서 알쏭달쏭한 측면이 있다. 오래전부터 습관적으로 두루 써온 말로 당연시하고 있으므로 강아지는 괜찮은데 개새끼는 삼가는 것이 좋다. 어미와 새끼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 구분되는 동물이 있다. 특히 가축 중에 소와 송아지, 말과 망아지, 닭과 병아리, 개와 강아지가 있다. 그리고 꿩과 꺼병이, 고등어와 고도리도 있다. 싫다는 것을 굳이 고집부릴 필요는 없다. 분명 개새끼는 강아지다. 강아지라고 하면 누구나 너무 귀여워한다. 하지만 개새끼라고 하면 껄끄러워한다. 자칫 큰 소동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강아지와 개새끼는 같은 이름인데 무엇이 다른 것인가. 사람을 개새끼라고 하면 더 없는 쌍욕이 되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발끈한다. 왜 하필 개새끼만 그럴까? 가깝게 지내는 가축 중에 소새끼도 있고 닭새끼도 있고 돼지새끼도 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유독 개가 그렇게 만만한 것인가. 개새끼가 그렇게 못마땅한 것인지. 두말할 것 없이 강아지가 크면, 개새끼가 크면 그냥 개로 불린다. 요즘은 개가 사랑을 아예 독차지하면서 사람과 대등하게 여기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