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바른도리 가르쳐서 지혜기르고 삿되거나 부정한곳 기웃거리며 발을들여 놓지않게 힘써야하리 是故 敎之以義方 弗納於邪 -----♡-----
가리키다指와 가르치다敎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가리키다는 지적이고 가르치다는 곧 풀이입니다 가령,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저게 달이야'라고 얘기했다면 일차적 지적指摘에 해당합니다 이 지적에는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달이라 가르친다 하여 달에 관해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요
달은 우리 지구의 위성입니다 거기서 끝나서는 알 수가 없겠지요 궤도 성질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긴 반지름은 얼마나 되며 궤도 둘레나 이심률은 얼마이며 근지점과 원지점은 무엇인지 공전 주기와 삭망 주기 공전 속도와 궤도 경사 등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한 채 달을 이해할 수 있겠는지요
가령 동물의 왕국을 관람하다가 "저놈이 사자야"라고 한다면 그 한마디로 사자를 알 수 있나요 여기에는 반드시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자라 지적하는 게 가리킴이라면 사자에 관한 세부적 설명이 다름 아닌 가르침입니다 이처럼 가리킴과 가르침은 다릅니다 손가락으로 '저게 사자야'라면서 지적함은 말 그대로 가리킴입니다
한자에서 가리킬 지指 자와 가르칠 교敎 자는 분명 다릅니다 가리킬 지指는 손가락扌소속이고 가르칠 교敎는 회초리攵 소속입니다 채찍鞭과 회초리撻를 아시지요? 지도指導 편달의 그 편달 말입니다 요즘은 편달을 들 수 없습니다만 옛날에는 당연한 일이었지요 손가락은 가리킴에서 끝나지만 채찍과 회초리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 해인사 지대방에서 선후배 스님들에게 한문을 가리켰다며 '가르치다'를 '가리키다'로 했는데 겸손을 가장한 게 아닙니다 1976년 스물네 살 어린 사미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가르치겠습니까 그냥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글자만을 가리킨 것입니다 문법을 살그머니 지적해 주신 모某 작가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는 곧잘 지적합니다 저것은 달이고 태양이고 별이며 이것이 개미고 벌이며 모기라고요 또 요게 개나리 철쭉 진달래며 얘는 개구리 재는 두꺼비 재는 토끼 얘는 거북이라고요 이런 지적이 가리킴이고 달과 태양에 관해 설명하고 개미와 벌과 모기 따위에 관해 속속들이 이해시킴이 가르침입니다
불교에서는 지월指月을 얘기합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킴이지요 여기서 끝나면 '가리키다'고 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다면 그를 일컬어 '가르치다'라고 합니다 선사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느냐'라고 설명 없이 가리키는 달만 보고 달을 다 알았다 할 수는 없습니다
손가락 끝에 비친 달을 바라보며 '저게 달이로구나'라고 해서 달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듯 '이게 바로 마음이야'라고 해서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가 있습니까 가리킴은 순간에 지나지 않으나 가르침이란 오랜 시간을 요합니다 아버지나 스승이 올바른 방향에 관해 아들과 제자들에게 가르칠 때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가르칠 교敎 자에서 들여다보면 한 손에 회초리攵를 들고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敎는데 무엇을 가르치는 걸까요 바로 효孝를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효는 무엇일까요 자식이 부모를 받드는 게 맞지만 앞서 표현했듯이 효에 담긴 뜻은 시니어耂와 주니어子의 조화입니다 이들 조화를 떠나 효는 없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인간人間의 사랑이 곧 효입니다
사람과 인간은 같은 말일까요? 사람人은 하나의 개체지만 인간은 사람과 사람 관계人間입니다 이를테면 '인간'이란 표현이 일본어에서 비롯되었다 하여 무턱대고 멀리하는 게 좋을까요 '사람'이란 '살암'에서 왔습니다 살암은 '살앙'을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살앙의 순화어가 곧 '사랑'입니다 살암과 살앙의 어근이 뭘까요 두말할 것 없이 '살'입니다
살은 곧 '살'과 '살갗'의 준말이며 동시에 '삶'의 다른 의미입니다 '살'이 말뿌리語根인 '사람'이 '삶'에서 필요한 게 곧 사이間입니다 이를 묶은 표현이 '인간人間'이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처럼 꼭 있어야 할 게 사랑입니다 사랑보다 더 큰 귀함은 없습니다 '사람은 소중해'는 '가리키다'고 그 소중한 까닭을 찾아내어 낱낱이 알려줌이 '가르치다'입니다
가르치는 일은 가리키는 일보다 훨씬 넓고 깊숙한 실상입니다 올바른 방향을 가르침이 교지이의방敎之以義方이며 삿된 곳 부정한 곳을 기웃거릴 때 바르게 지적指하고 안내導함을 지교指敎라 표현하는데 지도하여 가르침을 뜻합니다 아버지 할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삿되거나 부정한 곳을 기웃거리며 발을 들여놓지 않게 해야겠지요
이를 본문에서는 뭐라 했나요? 불납어사弗納於邪입니다 한마디로 삿된 곳에는 발 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닐 불不 자가 버젓이 있는데 왜 말 불弗 자를 썼느냐고요 '안 하다' '못하다'의 차이일까요? 용성 조사의 선문촬요가 있습니다 당시 우리 조선어 번역인데 지월指月에 관한 말씀이 상세詳細하면서 깔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