º 재개봉과 공룡과 시네마테크
부쩍 더워진 탓인지 요즘 바퀴벌레를 종종 보게 되는데 얼마 전에는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큰 바퀴벌레를 보고 말았다. 게다가 살아 있었다. 당장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몰라서 가끔 뒤를 돌아보며 할 일을 하다가… 죽였다. 며칠 후 해충 방역사가 주인공인 <네이키드 런치>(1991)를 보았다. 고약한 일정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끝내주는 영화였다. 동명의 원작 소설 『네이키드 런치』와 원작 소설가 윌리엄 S. 버로스의 삶을 마치 그의 소설처럼 마구 뒤섞고 환상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영화를 본 후 작가에게 흥미가 생겨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가 최근 개봉한 루카 구아다니노의 <퀴어>(2024)가 같은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1991년 작품이 2025년에 재개봉하는 까닭이 궁금했는데, <퀴어>의 개봉이 영향을 준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렴 요즘의 극장가는 “이 영화도 재개봉한다고?”라는 말을 매주 하는 상황이니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곧이어 극장에서 본 영화가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인 바람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재개봉은 마치 적도에 갇혀서만 생존할 수 있게 된 쥬라기 월드의 공룡처럼 게토화된 예술 영화 ‘산업’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걸까? 그런데 이런 재개봉 시류가 시네마테크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을까? 마치 내가 쥬라기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을 <네이키드 런치>와 별다른 시차 없이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런데 바퀴벌레는 공룡이 멸종했을 때도 살아남은 종이지 않은가. 그런데 바퀴벌레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지금까지…. (김나영)
º “데이비드 린치 회고전” @광주극장
광주극장에서 “데이비드 린치 회고전”을 진행 중이다. 상영작은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광란의 사랑>,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이며, 회고전은 7월 30일(수)까지 이어진다. 7월 25일(금) <스트레이트 스토리> 상영 후에는 김병규 평론가의 시네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전체 상영작 및 일정은 광주극장 네이버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º 『미장센과 영화 스타일』(에이드리언 마틴 / 허문영 번역 / 컬처룩)
영화평론가 에이드리언 마틴이 2014년에 쓴 『미장센과 영화 스타일』은 미장센을 키워드 삼아 여러 방식으로 영화 분석을 시도하는 한편, '영화'의 영역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미장센이란 개념이 무엇을 지시하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할리우드의 고전 영화 뿐 아니라 TV 뉴스 보도와 핸드폰으로 보는 영상 등을 어떻게 비평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가격은 28,000원.
º 『시네마의 미래를 찍다:한국영화아카데미,40년의 장면들』(영화진흥위원회/미디어버스)
1984년에 개관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4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들의 인터뷰를 기록한 책이 나왔다. 1기 졸업생인 김소영 감독부터 봉준호 감독(11기), 김태용 감독(13기), 이숙경 감독(23기), 유지영 감독(30기) 등 모두 25명의 인터뷰이가 참여했다. 이들은 학교에서의 기억은 물론 요즘 새로 마주친 영화에 관한 고민들을 솔직한 어조로 들려준다. 가격은 25,000원.
출처: 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