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11화 중원(1)
[나와 함께하자. 그럼 너에게 힘을 주지. 이 세상의 모든 부정한 것을 없앨 수 있는 힘을]
한 순간의 메아리는 머릿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 나왔다. 마치 적풍의 속마음을 알고 유혹을 하듯이 살며시 속삭였다. 허나 그 대답을 하기 전에 끌어 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절도하고 말았다.
“형님, 형님 정신차리시우”
서수가 적풍의 볼을 양 볼을 치며 깨웠다. 눈을 뜬 적풍은 다른 동생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만약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면 그들 또한 주주처럼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여긴 어디냐?”
“대청이지 어디겠수. 공터에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제가 들고 왔수다. 도대체 뭘 했기에 양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기혈은 들숙날숙 했던 것이우?”
사실대로 대답할 수 없던 적풍이 가만히 있자.
“말하기 실으면 됐수다. 운기조식이나 해서 기혈이나 진정시키시우”
자리에서 일어선 서수들은 대청 밖으로 나갔다. 대청에 혼자서 남자.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울지 않으려 상처 입은 손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운기 조식으로 기혈을 다스린 적풍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곳 목막각에서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은 죽으려고 작정한 것과 진배없기 따름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조광과 방아가 음양쌍마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떠났다. 이 소식은 단죽을 통해들었고 그날 이후 목막각내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살아남은 아이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둔 것을 시작으로 기관진식에 몰아넣었으며 아이들을 감시하던 복면인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탈출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게 되었는데, 일전에 탈출을 시도했던 아이들이 해독약을 먹지 않아 죽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1년 동안 기관진식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이들의 생활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아이들에게 웃음과 동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생활은 철저한 혼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적풍 형제들도 연일 삐걱거리며 형제의 맹세가 깨질번 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 와중에 덕배가 싸우고 있는 형제들을 보호하려고 기관진식의 암기에 왼쪽어깨를 잘리는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언제나 형제들의 싸움을 말리던 그의 부상은 싸움을 종식 시켰다. 이런저런 일을 격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목막각에 들어온 지 5년이 흘렀다. 같은 해 기관진식의 훈련도 끝났으며, 철저한 올가미에 걸린 아이들은 중 몇 명은 중원으로 살행을 떠나기도 했다. 물론 그 아이들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걷어 드렸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와 반대로 가장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문지기를 척출되었다.
“만금산장이 뒤에서 손을 쓰고 있다고?”
표독스런 목소리가 짜증스러움을 동반하고 있었다. 이내 못 마땅한 듯 발을 구르고 뒤로 돌아섰다. 그녀의 뒤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수백의 사람들은 급히 머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뭐하느냐? 어서 아버님을 매셔오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위관 그놈 때문에 골치가 아프거늘”
으득! 이빨을 갈고 있는 그녀는 키도 작고 피부는 검었으며 질투가 심했다. 수백의 시종들이 따라다니는 그녀의 이름은 가남풍 바로 사마충의 태자비였다. 일찍이 사료에는 “가씨 집안은 투기 때문에 아들이 적고, 낳은 딸도 못생겼다”는 말이 적혀 있었는데, 그 말대로 가남풍의 얼굴은 역대 태자비 중에서 가장 못생겼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뛰어난 제주가 하나 있었는데 능수능란한 권모술수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런 가남풍이 태자가 될 수 있던 것은 지금 찾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 가충 덕분이었다.
“그래 날 찾았다고 무슨 일이냐?”
딸이 자신을 찾자. 단숨에 달려온 가충이 물었다.
“아버지, 요즘 만금산장에서 돈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나요?”
가남풍은 자신의 아버지 앞에서 사근사근 말했다. 비록 그녀의 심보가 사갈 같으나 부모님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충은 처음 듣는 다는 듯이 말했다.
“만금산장? 거기가 어디냐?”
“아버님 저번달 금 천냥을 상납했던 산장도 잊으셨나요?”
“그렇게 말하니. 이제야 기억이 나는구나. 하지만 애야 금 천냥을 상납하는 곳은 하루에도 수십 곳이 넘고 있단다. 그런 푼돈이나 써대는 곳을 내가 어찌 기억이나 하겠느냐?”
가충의 표정에 별 볼일 없는 곳이라는 표정이 역역했다. 가남풍은 잠시 뜸을 드려가며 가충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잠시 영문을 모르겠다던 가충 또한 권모술수에 능한자였다. 일찍이 사마소의 반위 도운 일등 공신으로 서진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숙부 사마유를 제치고 무제(사마소)가 세자가 되도록 하는 데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바 있었다. 그런 그가 딸아이의 심기를 헤아리지 못할 것 없었다.
“오라, 알고 보니. 그 집안이 태자비의 자리를 노리고 있기에. 네가 이리도 심통이 나있었구나. 내가 다 손을 써둘 터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아버지, 저는 만금산장에서 태자비를 노렸다는 것이 정말 불쾌합니다. 다신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래, 내 그리하마. 대신 너는 태자나 잘 보필하도록 해라”
이번에 무제가 태자를 시험하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제게 맡겨주세요.”
웃고 있는 것이 이미 생각해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딸아이의 시원스런 답변에 가충은 큰 소리로 웃으며 자신의 세상이 올 것을 자축했다. 오래전 엄청난 뇌물공세를 펼쳐가며 가남풍을 태자비에 올린 것이 작금에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때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사그라진 봄 어느 날이었다. 수명의 사람들이 마차를 이끌고 강남땅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녹음이 막 시작된 산서중 봄꽃이 그 생명력을 아름답게 빛내었다. 마차는 아름다운 절경이 있는 산이 보이면 간혹 서다가고는 했는데 마차를 타고 가는 아가씨가 이런 풍경은 처음 인듯했다.
“이곳의 풍경이 뭐가 볼 것이 있다는 것이오? 이런 이름 없는 산을 둘러볼 바에야. 시간 내 오악이라도 둘러보는 것이 어떻겠소?”
막 마차 밖으로 나온 사내가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은근히 화를 내며 봄 풍경에 감탄을 하고 있는 아가씨의 뒤에 섰다. 감탄한 표정으로 산 아래를 내려 보던 아가씨가 문득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악이라고 뭐 대단한가요? 생명의 아름다움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이름 없는 산의 풍경 또한 아름답지 않나요? 남궁소협”
남궁소협이라 불린 사내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아가씨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분노를 토로하였다.
[나 남궁민이 너를 만궁산장의 금지옥엽이라 귀여워 해주었더니 보이는 것이 없나 보구나!]
남에 속도 모르고 신이 난 아가씨는 사내의 말을 못내 들어주는 척. 마차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같은 오룡의 일인이라도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역시 모용오라버니를 따라올 사람은 어디에도 없구나. 어서 가서 만나 봤으면 좋으련만.]
첫 만남부터 좋지 않았던 이 둘은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한 체 마차를 타고 달렸다. 둘 사이에는 오고가는 말이 없었으니. 지루한 마차 여행이 얼마나 재미없었겠는가? 그 지루한 자존심 싸움에 손을 든 것은 천성이 밝고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여인이었다.
“아버지가 말하신 목막각은 어떤 곳인가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문파인데, 아마도 2류 문파에도 들지 못하는 방파일 것이오.”
마침 남궁민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인지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특별히 이야기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을 물어오는지라. 짧은 대답만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사실 남궁민도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흥이 나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2틀 밤낮을 이야기를 해도 상대방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만금산장의 아가씨는 속으로 ‘네가 아는 것이 뭐가 있겠느냐’했다.
“그럼 그곳에 준비시켜 놓았다는 보표의 무공이 형편없겠군요.”
“그렇다하더라도 시골의 날고기는 잡배들은 상대할 수준은 될 것이오.”
남궁민은 본래 자신내 집안사람이 아니면 무시하는 경양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타향 사람들과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고, 그의 만복검이란 명호도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남궁민이 시골의 잡배들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가 생각하는 수준은 분명 일류고수임이 확실했다. 만금산장의 아가씨는 무공을 모르기에 남궁민이 그렇게 말하자. 사실이 그러한 줄 알뿐이었다.
“아가씨, 목막각에 도착했습니다요.”
마차가 멈춰 서자. 하인 한명이 서둘러 달려와 이 사실을 알렸다. 마차 안에서 꼼짝 않고 앉아 있던 여인은 답답했던지 그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면 여염집의 규수임에 틀림없건만 가끔씩 마음대로 하는 것은 사람들을 해 깔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본래 문을 열고 닫는 것은 하인들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하인을 제처 두고 목막각이라는 곳의 모양새를 살펴보았다.
산 한 면을 쭉 가로지르는 담벼락은 이곳의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 가를 말해주고 있었지만 출입구와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볼 품 없어보였다. 쉽게 말하자면 크기만 큰 별 볼일 없는 곳이라는 아가씨의 평이었다. 문득 문이 있는 곳을 쳐다보니 문지기와 만금산장의 일꾼들이 실랑이를 버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본래 이런 일은 여인이 나서는 것이 아니었으나 호기심이 생긴 만금산장의 아가씨가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다.
“글쎄, 이곳에 마차를 끌고 들어갈 수 없다니까요!!”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이러는 것 아니겠나? 사정 좀 봐주게”
같은 갈색 옷을 입고 있는 사내 중 한명이 극구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고 만금산장의 일꾼들은 어떠해서든 들어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끝내 손을 든 쪽은 만금산장의 일꾼 쪽이었다. 뇌물도 먹히지 않는 문지기를 어떻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어떤 세력가의 문지기라도 금 10량이면 표정을 풀고 편의를 봐주기 마련인데. 상대방은 요지부동인 탓이었다.
“이봐. 뭐 잘난 곳이 있는 곳의 문지기라고 위세를 부리는 건가!”
여기저기서 만금산장의 일꾼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남궁민이 나섰다. 그의 등장은 이 일대의 상황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일꾼들은 잔득 기대한 찬 눈빛으로 남궁민을 우러러 보았고 문지기는 왜 다된 일에 코를 빠트리고 있는 야는 표정이었다.
“이보시요! 우리는 규정상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오! 그러니 더 이상 불필요한 실랑이는 그만둡시다. 얼마 안 있으면 안쪽에서 사람이 나올 터이니. 그와 상이를 해 보시오.”
문지기는 귀찮다는 듯이 말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남궁민의 표정이 사나운 호랑이와 같아지더니 버럭 소리 질렀다.
“지금 나 만복검 남궁민을 무시하는 것이냐!!”
청년 후지기수 중에서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의 호통이었다. 무엇이든 순위를 매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금의 무림에서 가장 강한 청년들이 누구일까 하는 의문을 풀고자 회의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중 무, 용, 지를 따져 오인을 뽑았는데 남궁민도 그 오인(오룡)에 속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퍼지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순위가 정설로 굳어져 있었다.
“지금 뭐라고 그랬습니까? 당신이 남궁세가의 만복검 남궁민이라고 말한 것입니까?”
문지기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만금산장의 아가씨는 흥미 있는 표정으로 문지기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남궁민의 이름과 명호를 들으면 깜짝 놀라서 한발 물러서고는 했는데. 문지기의 놀람은 그들의 것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남궁민은 놀란 물음에 의기양양 하여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렇다! 내가 바로 그 남궁민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지기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남궁민과 문지기사이에 만금세가의 일꾼들로 인벽을 이루고 있었지만 문지기는 마치 작은 돌담이라도 넘듯이 가볍게 넘고서는 남궁민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신속한 일수 옜으나 청년 후지기수를 대표하는 오룡 중의 일인인 남궁민이 막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한쪽 소매를 털어내는 수법으로 문지기의 권력을 소리 없이 털어버렸다.
문지기는 자신의 일권이 소용없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는지. 보법을 펼쳐 남궁민의 뒤를 잡고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남궁민은 뒤쪽에도 눈이 날려 있는 듯 발을 뻗어 주먹을 막아냈다. 남궁민의 내력을 받아내지 못한 문지기가 서너 걸음 물러섰으나, 그것도 잠시뿐 이리저리 움직이며 남궁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체 공격을 받아 정신이 없던 남궁민도 이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문지기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격을 하는 문지기와 여유롭게 공격을 막아내는 남궁민이었지만. 무공을 모르는 만금산장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기저기서 나타는 문지기의 공격에 남궁민이 곧 쓰러질 것만 같아 보였다. 모두가 걱정스러워하며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혼자만 웃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만금산장의 아가씨였다.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을 이리저리 공격하는 모습이 자신의 속마음을 긁어주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남궁민은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문지기의 공격을 받아가면서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거늘 자신에게 이토록 살수를 가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특이한 것은 분명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무공이 수법이 낫 설지 않은 것이었다.
[미천한 놈. 상대방이 봐주는 지도 모르고 제 세상인 듯 날뛰는 꼬락서니하고는. 내 개를 죽여 집주인이 화내는 것을 피하자고 생각하지만 않았어도 죽은 목숨이다.]
문지기의 공격이 정신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단조로운 수법뿐이기에 이제는 지겹기까지 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목막각 좁은 문에서 몇 사람이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공격을 받아주는 것을 끝낼 때가 된 것이다. 내력을 5할 가량 끌어올려 문지기를 향해 뻗었다. 그의 무공이 형편없음에 조금한 변 초도 썩지 않았다. 남궁민은 자신의 일격이 문지기의 가슴에 격중 할 당시만 해도 피를 쏟아내며 쓰러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름 없는 개는 상대를 봐가면서 덤비는 것이다.”
일종의 충고를 할 여유까지 챙겼다.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눈을 돌려 상대방을 살폈다. 어느새 뜨거운 열기를 포함하고 있는 일권이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급히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눈앞에 아른거린 주먹의 힘은 자못 대단해보였다. 문지기가 이런 한 수를 숨기고 있을 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이권, 삼권이어지는 상대의 수법에 무림인이 가장 수치스러워한다는 뇌려타곤의 수법으로 권세에서 벗어났다.
“내 너를 살려두려 했건만 내 오늘 살계를 열리라!!”
기성을 터트린 남궁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공격하려 했지만 한 번 빼앗기 기세는 찾을 수 없었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다면 신중을 기해 쉽게 제압할 수 있었건만 벌써 기회는 떠나간 후였다. 이리저리 공격하는 수법은 아까와 같은데 무공의 경지가 틀려지자 남궁민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한번 구른 후 헝클어진 옷차림이 방해가 된 탓이기도 했다.
“멈추라고 하지 않았느냐!”
거대한 내공이 담긴 목소리와 함께 검은 옷차림의 사람이 남궁민과 문지기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렇게 싸움 한가운데 갑자기 끼여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임에도 그는 제 손을 뒤집듯 쉽게 해낸 것이다. 일단 둘의 사이를 갈라놓고 제 빠른 수법으로 문지기를 제압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은 싸움 한가운데 검을 돌풍을 보고 있는 듯할 것이다.
“남궁공자이시오?”
단번에 쓰러뜨린 문지기의 등을 밟고 예를 표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젊었다. 무공수준이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수준이 것 같기에 같은 연배라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그는 삼십대 정도 되어 보였다. 얼떨떨한 남궁민이 막 정신을 자리며 그렇다고 대답을 하자. 그의 발밑에 있던 문지기가 발더둥치기 시작했다. 허나 그의 천근추 수법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한 일인 것이다.
“이 녀석은 남궁공자를 존경하고 있었는데, 공자가 이곳을 향한다는 것을 안 무뢰배들이 공자를 사칭하며 이곳에서 한바탕 난리를 부렸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오. 뭐하느냐. 어서 용서를 빌지 않고!”
발을 때며 소리치자. 자리에서 일어난 문지기가 남궁민에게 공손히 용서를 구했다. 차갑게 눈빛을 빛내던 남궁민의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공연히 화를 낼 수 도 없게 되었다.
“내 어찌 그러한 일이 있었을 줄 알았겠습니까? 만약 알았다면 서로 이렇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영문도 모르고 화풀이 대상이 되었던 자신이. 화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짜증이 물신 솟구쳐 올랐다. 연이어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흐트러진 옷맵시도 고칠 줄 모르는 생각에 빠져 있는 남궁민은 보고 있던 만금산장의 아가씨의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새로 나타난 사내와 일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먼지를 털고 있는 문지기에게 다가섰다.
“이봐요? 당신 이름이 뭐지요?”
“뭐야, 너는?”
여인의 물음에 귀찮다는 듯이 대답한 사내가 언덕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남궁소협을 흡모하지 않고 있어요. 그렇지요?”
귀여움이 한가득한 여인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자. 볼이 통통 부은 얼굴을 사내의 바로 앞에 들이 밀었다. 소녀의 경험상 자신이 이런 얼굴을 하면 아무리 화가 나있던 상대도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곤 했기 때문이었다.
“붕어 같은 얼굴저리 치워”
사내는 고개를 돌려 다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옆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내의 동료가 문지기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적풍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심통이 난 것 같으니 공연히 말을 걸지 마시오.”
“고마워요. 이름은 적풍리라고 하는군요. 제 이름은 미생화라고 해요. 잘 기억해두세요.”
사내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뭘 기억하는 거지? 오늘이 지나면 다신 볼일이 없을 텐데”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요”
뭇 사내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던 매혹적인 미소를 보이던 미생화는 검은 차림의 사내와 함께 목막각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 있던 사람들이 마차까지 안으로 끌고 들어가자. 싸늘한 바람들과 문지기들만 남아있었다.
“적풍! 문지기 생활도 할만한가봐. 저런 어여쁜 아가씨가 이름도 물어오고”
“내 한 가지만 말하지. 문지기 생활 삼년 만에 처음 본 여인이라는 것을 말이야.”
사실 이런 인적이 드문 곳에 여인이 찾아오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미생화도 자신의 아버지가 이곳에 들렸다오라며 하인들을 보내지 않았다면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의 산골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눈앞에 원수를 두고도 손을 쓰지 못하다니”
“적풍, 방금 뭐라고 그랬어?”
적풍의 중얼거림에 상대가 물었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안으로 들어간 미생화는 이곳의 각주를 만나기 위해 내당으로 모셔졌다. 그녀의 옆에는 남궁민과 충실한 노복 한명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차를 마시며 시간을 조금 보내자. 회의인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손님의 예의로서 자리에 일어난 일행이 희의인에게 짧은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만금산장의 미생화라고 합니다.”
“남궁세가의 남궁민이오”
나긋나긋한 미생화의 인사가 끝나자 자부심이 가득한 남궁민의 인사가 이어졌다. 미생화는 옆에서 남궁민의 인사를 듣고 있다가 문 앞에서 문지기와 싸웠던 모습을 생각하고 속으로 웃었다.
[아무리 그렇게 잘난 척을 떨어도 당신은 이곳의 문지기도 상대하지 못하고 쩔쩔 맸다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에요]
이건 무공을 모르는 미생화의 생각일 뿐. 만약 그대로 싸움이 이어졌다면 종국에는 적풍은 남궁민의 손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회의인은 자신이 이곳의 회주라고 소개하고는 보표를 설 사람을 고르러 가자고 했다.
“회주님, 죄송합니다만 이미 점찍어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그 이름을 들을 수 있겠소?”
남궁민과 노복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분명 미생화도 이곳에 처음 왔을 뿐인데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뿐이다. 그 말을 들은 회주도 눈빛을 내며 호기심을 표했다.
“그 사람의 이름이 적풍이라고 하더군요.”
미생화의 말에 회주의 얼굴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듣고 있는 듯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니, 문이나 지키고 있던 놈의 어디가 미더워 그러는 것입니까?”
회주의 말에 얼굴은 찡그린 것은 남궁민이었다.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자신에게 덤볐던 사람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탓이었다.
[이 아가씨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군. 허나 그 녀석은 나의 상대가 되지 않아. 전력을 다하면 십초지적도 되지 않는 하수일 뿐이다.]
“그냥 재미있던 사람이더군요”
미생화는 솔직한 마음을 말했다.
“무공은 그런대로 쓸 만하지만 예의도 모르는 애송이일 따름입니다. 지금 소개하려는 보표들 중에는 무공도 대단하면서도 재치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한번 만나보는 것이 어떻게 습니까?”
“아니에요. 그 사람만한 사람을 다시 찾기 힘들 거예요.”
미생화의 말을 사실이었다. 어디 천하의 남궁민에게 겁 없이 덤빌 사람을 찾기 쉽겠는가? 모두 놀란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미생화의 생각을 알고 있는 남궁민만은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안목이 대단하다고해야 하나요. 분명 그는 다시 찾기 힘든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 각내에서도 특별한 사람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적풍이라는 아이를 보표로 딸려 보내도록 하지요. 그런데 이거 어쩌죠. 만금산장주께서 주신 금액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녀석을 딸려보는 것이라서.”
의래 사람을 소개할 때 오가는 말이나. 그 사이사이 회의인의 본심이 숨겨져 있었다. 조금 걱정스럽다는 말에 그녀가 나서서 말했다.
“그 일은 제가 잘 설명하도록 할게요.”
미생화는 자신이 말 한대로 되었기에 기분이 좋았다. 남궁민의 쓴 웃음도 보기 좋았고 시원스럽게 허락하는 회주도 좋았다. 미생화들이 밖으로 나가자. 한쪽 벽면이 열리며 예의 검은 옷 차람의 사람이 들어왔다.
“일호, 그 아이는”
“아아, 걱정할 것 없어. 그분도 어쩔 수 있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오타 투성이에 내용도 조금 이상할 겁니다.
하루 종일이 생각해 보아도 이 이상 쓸 수가 없어서.
흥미를 더 떨어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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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에헤, 무언가 다른 이야기네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적풍이 주인공 임엔 변함이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