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이사들 “국고 지원 더 받아야”
⊙ 수당과 상여금도 연 800만원(1인당)씩 꼬박꼬박 지급… 사원복지 비용 연 210억원
⊙ 구조조정은커녕 매년 수백 명 신규채용
⊙ 수당과 상여금도 연 800만원(1인당)씩 꼬박꼬박 지급… 사원복지 비용 연 210억원
⊙ 구조조정은커녕 매년 수백 명 신규채용
건보공단 측은 이에 대해 “매년 이맘때 이뤄지는 전년도 소득에 대한 보험료 정산이며, 지난해 경기의 영향으로 월급이나 성과급이 오른 곳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2004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보였을 정도로 워낙 큰 금액이다 보니 직장인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언론을 통해 건강보험 적자 및 재정파탄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건강보험공단은 2010년 결산 결과 1조185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들어 3월까지 1분기 당기순이익 결산 결과 785억원의 적자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6개월치(18조원)를 보유해야 하는 건강보험 적립금은 현재 원래 기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88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파탄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는 최근 <2010 활동보고서>를 통해 “재정 문제를 현 상태로 두면 2030년 연간 적자가 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안 정도가 아니라 절망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이 지경이 되도록 그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 속을 들여다봤다.
2011년 직원수 늘고 연봉도 인상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이미 전문가와 언론을 통해 계속 지적받고 있던 터였다.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으로 건강보험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날 것이 자명한 만큼 건강보험 재정은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정상화되기 힘든 형편이었다. 재정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비상경영’, 올해 ‘위기경영’을 선언했다. 공단의 위기경영이란 어떤 상태일까. 《월간조선》이 정보공개 청구와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 공단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의 경영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의 수지는 2006년 이후 급속히 악화돼 왔음에도 불구하고(표1 참조) 공단은 지출을 줄이지 않는 등 자구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건보공단 직원의 급여를 알아봤다. 2010년 공단 전 직원의 평균보수는 5349만7000원이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건보공단 직원의 직급별 급여와 상여금을 조사했다. 2010년 1급(30년 근무) 8191만원, 2급(26년 근무) 7049만원, 3급(23년 근무) 6039만원, 4급(21년 근무) 5235만원, 5급(12년 근무) 4064만원, 6급(4년 근무) 2829만원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직원 평균보수는 2006년 4896만원, 2007년 5135만원, 2008년 5268만원, 2009년 5246만원, 2010년 5348만원으로 꾸준히 늘어 왔다. 5년간 수익은 급속히 줄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줄었는데 직원 평균연봉은 약 10%가 오른 것이다.
지난해 건보공단의 평균보수 5349만원은 같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평균 5089만6000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평균 5209만8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09년 결산 결과 당기순이익이 492억원으로 2008년(1807억원)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5246만원이었던 평균연봉이 2010년 5349만원으로 오른 것은 공단측이 최근의 재정위기를 좌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임원 연봉도 꾸준히 올랐다. 2006년 8400만원이었던 임원 평균연봉은 2007년 8700만원, 2008년 9600만원, 2009년 1억800만원으로 3년새 2400만원이나 올랐다.
같은 부처 산하 타 기관보다 높은 연봉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의 2011년 직원 평균보수 예산을 조사한 결과 건강보험공단은 2011년 직원 평균보수 예산을 지난 2010년보다 2% 정도 상향된 5449만원으로 잡았다. 기본급이 2010년 3569만원에서 2011년 3888만원으로 늘었고, 실적수당도 480만원에서 560만원으로 늘었다. 계속되는 적자 예상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주는 돈을 끊임없이 늘리려는 것이다.
이는 같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보수 예산을 지난해보다 줄여(5089만원→4749만원) 잡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지난해와 같은(5209만원) 수준으로 동결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0년 영업이익이 흑자를 나타냈지만 연봉을 동결 또는 하향조정했고, 건강보험공단은 1조 이상의 적자를 내고도 연봉을 인상했다.
비상경영·위기경영에도 불구하고 직원수 역시 꾸준히 늘어났다. 2009년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신규채용 인원은 253명, 2010년에는 307명이었으며 올 들어 신규채용된 인원도 14명이었다. 퇴직자를 감안하더라도 한 해 100명 이상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은 2006년 이후 수지가 급격히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수당과 상여금을 꼬박꼬박 챙겨 줬다. 실적수당과 상여금을 2006년부터 1인당 약 800만원씩 지급한 것. 공단은 고정수당 외 ‘실적수당’으로 1인당 2006년 463만원, 2007년 467만원, 2008년 475만원, 2009년 484만원, 2010년 484만원을 줬다. 또 ‘경영평가상여금’이란 명목으로 2006년 286만원, 2007년 327만원, 2008년 373만원, 2009년 301만원, 2010년 346만원을 지급했다. 적자를 기록한 공단이 어떤 ‘실적’과 ‘경영평가’가 있었기에 수당과 상여금을 계속해서 줄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하다. 더군다나 공단은 2011년 예산에 실적수당으로 직원 1인당 560만원을 배정해 놓은 상태다. 또 내년 예산에 ‘기타성과상여금’ 명목으로 14억2680만원(1인당 11만5000원)을 추가해 놓았다.
기념품비·근무복비 등 연 210억원
건강보험의 존재이유는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 빈곤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환자. |
급여성 복리후생비에는 보육지원비 19억9778만원과 중고생자녀학자금 63억930만원, 선택복지비용 85억5215만원이 포함돼 있었다. 비급여성 복리후생비에는 재해보험가입비(3억7659만원)와 사택임차비용(11억4800만원) 외에도 콘도구입비(6920만원)와 체육행사비(2억171만원)가 포함돼 있었고, 각종 기념품비가 10억6452만원, 근무복비가 11억1320만원으로 상당한 금액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념품비는 2008년 6억6350만원, 2009년 8억448만원에서 2010년 10억6452만원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는 공단 정규직 외에 유관기관과 공익 등 관련 인원이 수혜자에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택임차비용도 2008년 39억8900만원, 2009년에는 81억4800만원에 달해 타 공기업의 사원복지비용에 비해 다소 많은 것으로 보였다.
또 콘도구입비로 2006년 3억7429만원, 2007년 3억6488만원, 2008년 3억7168만원을 지출하는 등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콘도회원권을 꾸준히 구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콘도 계좌수는 56곳이다. 건보재정의 부실화는 1~2년 전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꾸준히 예상돼 오던 일인데도 공단은 지출을 줄이지 않았다. 공단은 2007년까지는 지급하지 않던 출산격려비도 2008년 3790만원, 2009년 8000만원, 2010년 9280만원을 지출했다.
건보공단이 2010년 공단경영과 관련해 지출한 주요 사업별 예산을 살펴보면 인력관리에 503억600만원, 정보관리 118억5900만원, 감사 3억1600만원, 고객지원 371억1100만원, 정책연구 24억7300만원, 경영계획 28억2900만원, 자격관리 34억5800만원, 급여사후적정관리 49억5200만원, 건강증진 38억800만원, 제도홍보 67억2900만원, 사옥관리 164억1400만원, 행정관리 271억14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비용은 2011년 예산에서도 비슷하거나 조금씩 늘어나 2011년에도 급여사후관리에 111억6220만원, 제도홍보 68억900만원, 행정관리 322억7100만원 등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임원연봉 인상, 사옥신축 의결
기관장 업무추진비 역시 줄어든 흔적이 없었다. 기관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2008년 4000만원, 2009년 8000만원, 2010년 7500만원이었다. 올 들어서는 임원들이 월 1000만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사장과 감사, 이사 등 임원 업무추진비는 올 1월 1369만4000원, 2월 1036만2000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추진비는 주로 회의진행과 직원격려, 경조금 등에 사용됐다. 공단 재정이 사실상 파탄났는데도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흔적이 없는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임원들을 비롯한 전 직원의 연봉이 인상됐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건보공단이 현재 진행중인 사안을 검토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22일 열린 제1회 정기이사회에서는 임원 기본연봉액 인상안과 지사사옥 신축안이 의결됐다.
이날 의안에 따르면 이사장 기본연봉은 1억754만원에서 1억1331만원으로 5.366%가 인상됐고, 상임이사는 9678만원에서 1억198만원으로 5.366% 인상됐다. 이날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또 233억원이 소요되는 지사사옥 신축 계획안도 이날 통과됐다. 공단은 올해 동해·함안의령·기장·사천·울진영덕·정읍·괴산증평·이천·강릉지사 및 청양출장소 등 10개소의 사옥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33억1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사옥 신축계획이 건강보험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검소하게 추진되길 바란다”는 한 이사의 발언이 있었으나, 다른 이사들은 꿀먹은 벙어리였고, 결국 신축 계획안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적어도 수지를 따져야 하는 곳이라면, 재정이 사실상 파탄난 상태에서는 건물 신축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거나 삭감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건보공단은 이런 상식마저 외면했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은 최근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지만, 정작 ‘허리띠 졸라매기’에는 소극적이다. |
<○○○ 이사 : 국고지원에 대해 토론장을 만들어서 국고지원을 더 받도록 해야지요. (재정확충 방안에) 그게 빠진 것 같은데요.
△△△ 이사 : 이 방안은 이사장님의 경영계획서상 재정확충 문제만 있는 것이고, 우리 자구노력으로 국고지원은 구태여 여기 기재 안 해도 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사 : 아닙니다. 그것을 더 강조해야지요. 우리가 자구노력으로 안되는 일이니까. 그 내용(국고지원)이 또 들어가야 된다는 겁니다.>
국고 지원은 결국 국민 세금을 덜어 가는 것이다. 보험료를 대폭 올리고 세금을 더 받아내야만 그나마 유지가 된다면 질병과 그에 따른 빈곤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건강보험의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구노력은 대체 어디에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는 건강보험 적자가 올해 약 5000억원에 달하며, 내년부터 계속 늘어나 2030년에는 적자폭이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표4 참조). 담보도 없고 차입할 곳도 없는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비상경영’에 이어 올 초 ‘위기경영’을 선언했고, 지난 3월 재정운영위원회에 <2011년 건강보험재정 안정대책>을 보고하고, 올해 위기경영을 통해 총 6000억원 규모의 재정효율화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책에는 고소득자한테 보험료를 더 걷고 의료기관 부당 허위청구 적발 등을 통해 지출을 대폭 줄이는 동시에 부과체계 개편과 재정누수 방지 등으로 재정을 효율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관리운영비를 다방면으로 절감한다는 계획 또한 포함돼 있다고 공단측은 밝혔다.
그러나 공개된 올해 예산을 볼 때 어디에서 뭘 절감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공단의 허리띠는 전혀 졸라매지 않으면서 건강보험료를 더 올리거나 나랏돈을 끌어다 쓸 궁리만 하고 있는 건보공단이 있는 한 국민들의 분노와 절망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