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헬스케어
삼성, '반도체·휴대폰' 노하우 '바이오'에 쏟는다
100세' 바이오 시대 열린다
'바이오·헬스케어' 전략투자
▲ 지난 3월21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9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2013)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의료기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News1
삼성그룹은 2009년부터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건강하게 늙으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강해지면서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 산업은 성장잠재력이 높은데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휴대폰을 대체할 수 있는 신수종사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2020년까지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우선 IT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 개발로 헬스케어 사업부터 추진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바이오제약 사업은 신중하게 움직이겠다는 입장이다. 워낙 초기자금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글로벌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들과 정면승부를 하게 되면 아무리 삼성이라도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소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선도기업을 뒤따라가다 추월기회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 위해 M&A에 1조 투자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 사업 가운데서도 자금회수가 빠른 의료기기 시장에 좀더 집중하기 위해 관련기업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말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해 '삼성메디슨'으로 출범시켰고, 지난해 4월에는 국내 엑스레이기기 제조사인 레이를 흡수합병했다. 같은해 8월 삼성전자는 진단기기 판매 및 반도체 업체인 지이에스(GES)를 사들였고, 그해 11월에 다시 미국의 심장질환 관련 검사기기 생산업체인 넥서스를 인수했다. 올 1월 미국의 컴퓨터 단층촬영(CT) 전문의료기기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가 숨쉴 틈없이 M&A를 하면서 쏟아부은 비용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의료서비스 솔루션업체인 인피니트헬스케어도 인수할 예정이고, 미국의 건강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어서 삼성전자의 의료관련 기업에 대한 M&A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삼성은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기술력 있는 회사를 인수해 단기간에 기술수준을 올릴 수 있다"며 "의료기술을 처음부터 쌓기보다는 인수해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다보면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자금력이 있는 삼성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국내외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억 단위'의 합병이었다면 앞으로는 '조 단위'의 대형 M&A가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은 지난 3월 "의료기기 사업 확대를 위해 추가 인수합병을 검토중"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 지난 3월21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9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2013)에서 삼성메디슨이 선보인 초음파 영상진단기 'H60'© News1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시장진입이 너무 늦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GE, 지멘스 등 글로벌기업들은 IT기술을 앞세워 수십년전부터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연간 2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며 헬스케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GE그룹은 현재 매출액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진입이 늦었다는 것은 상대적인 평가"라며 "삼성전자가 IT업계에서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4년전 의료기기 시장진입을 결정했는데,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보유한 정보기술(IT) 기반을 삼성의료원의 치료사업과 연계시켜 다양한 융·복합사업들을 추진해 2020년에 GE헬스케어를 능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헬스케어의 핵심은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진단의학'이다.
'진단의학'은 환자 체내 조직의 이상 유무를 정밀하게 보여주는 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진단기기 분야가 핵심으로 꼽힌다. 또 지놈(DNA정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의료로 가야 헬스케어가 보편화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에서 개발하는 의료기기는 초음파와 엑스레이밖에 없다. 지놈 분석기술 개발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의료기기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의료기기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하고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삼성그룹에서 이를 육성하기 위한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시간을 두고 투자해 나간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에둘러 말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조감도© News1
◇2016년까지 바이오시밀러 개발 '목표'
바이오제약 사업기반을 다지기 위해 삼성은 우선 바이오신약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보다는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절반정도밖에 안든다. 때문에 삼성은 2016년까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으로 바이오신약 개발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의 비용이 투자되는 만큼, 투자재원 마련 차원에서 의약품 위탁생산을 병행하는 공장을 설립했고, 오는 7월부터 본격 가동한다.
삼성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전담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 85%)와 미국 바이오젠아이텍(15%)이 합작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바이오제약 사업을 시작한다하더라도 신약개발에만 몰두할 수 없다"며 "사업화 기간을 단축하고 자금 확충도 가능한 생산시설을 갖추자는 취지로 공장을 설립하고 별도의 회사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산업을 해본 적이 없는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선다고 했을 때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려의 시각은 여전하다. 일단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약청)로부터 항암제, 관절염 치료제로 쓰이는 '리툭산(맙테라)'의 바이오시밀러 임상승인을 받고 개발을 진행해왔으나 최근 중단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합작사인 '바이오젠아이텍'이 '리툭산' 신약 개발사업에 참여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참여할 수 없다는 계약 사항 때문에 임상실험이 중단됐다"며 "'리툭산' 개발은 합작사와 분리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합병을 추진하며 바이오의약 시장을 키우기보다 소규모 제약사와의 인수합병으로 국내 바이오시장을 쪼개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바이오의약에 대기업이 처음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삼성을 돈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며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기술력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런 전략 하에 위탁생산부터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로 바이오제약 개발에 경험을 쌓은 뒤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또 '웰에이징'(잘 늙는 법)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삼성그룹 내 최고 두뇌들이 모인 '삼성종합기술원(이하 종기원)'에 전담 연구조직을 본격 가동하고 노화 연구의 권위자인 박상철 전 서울대의대 교수를 최근 영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의 연구결과를 접목하는 실험 등을 통해 바이오 기술력을 쌓아갈 방침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이라도 투자 대비 효율을 생각해야 한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화상황을 단계적으로 지켜보면서 투자방향과 대상을 수정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정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