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5월 16일 밀양사건 피해자 중학교 선생님이 작성한 글 >
8년 전인가 7년 전인가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에 한 전학생이 왔었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그 전학생의 어머니가 하는 말을,
정확히는 울음을, 교무실에서 들었다. "제가 배운것도 없고 돈도 없고... 남편은 술만 마시면 우리를 때려서... 너무 억울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큰 애는 미쳐서 방문 밖으론 절대 나오지도 않고 작은 애만이라도 살리려고 없는 돈에 서울로... 돈이 없어 방도 못얻고 애들은 시설에... 전 여관방에서 자고..." 뭐 드문드문 이런 말들이 들려왔다.
그 당시 시끄러웠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한없는 동정을 느꼈고 무서운 선생이었던 나답지 않게 그 아이에겐 무척 부드럽게 대했지만 단 한번도 웃는 걸 본 적이 없다.
가해자들이 씨부린 것과 달리 이 아이가 먼저 남자애들을 유혹했을 리 없다.
한 학기 동안 가르쳤고 대화해 봤기 때문에 확신한다.
정말, 어쩌면 저렇게 안스러울까 싶었다.
그 아이 어머니의 오열을 듣고 그 아이를 보면서 먹고 살아야 하니 치욕스럽게도 가해자들하고 합의를 봐야했으니 더 어쨌을지.
41이라는 소설이 최근에 나왔는데 이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41은 성폭행에 가담했던 남자애들 숫자다.
이 가해자들은 유력인사의 자식들이라 모두 지금 잘 산다.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현재 얘기까지 담겨져 있다.
피해자 여자애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누가 이 아이의 인생을 보상해줄 것인가?
내가 가르쳤던 어두운 표정만 보이던 작은 아이,
그 아이의 엄마가 꾀죄죄한 몰골로 부들부들 떨며 울던
그날의 풍경이 생각나 버렸다.
41 때문에. 그 아이 생각하고 7년 뒤 피해자 아이들의 현재를 알고 나니 마음이 미어진다 정말 미성년자 성폭행은 절대 용서해서도 가볍게 처벌해서도 안 되는데, 우리나라 사법부는 겁나 개판이다.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데 당사자는 어땠을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