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또 지역감염… 위기경보 ‘주의’ 격상
확진 9명중 1주새 4명 지역감염
거주지 다르고 역학 관련성 없어
“2월 이전 국내전파 시작된듯
밀접접촉자 추적 차단 이미 늦어”
국내 9번째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해외여행 이력이 없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 확진자는 총 4명으로 늘었다. 한 주 사이 엠폭스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2월 이전에 시작된 것으로 보고 고위험군의 추가 감염을 예방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청은 13일 엠폭스 위기경보를 총 4단계 중 가장 낮은 ‘관심’에서 ‘주의’로 한단계 격상했다. 이에 따라 대책반을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격상하고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은 “전 세계 발생은 감소세이지만 일본, 대만 등 인접국에서 확산이 지속되고 있고 국내 확진자가 연달아 발생하는 상황을 종합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경기 지역에 사는 한국인 A 씨가 국내 9번째로 엠폭스에 확진됐다. A 씨는 12일 피부 병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보건소로 신고돼 유전자검사를 받았다. A 씨는 첫 증상이 나타나기 전 3주 동안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고, 국내에서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이 확인돼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지역사회 감염 엠폭스 확진자는 7일 처음 발생한 뒤 A 씨까지 총 4명이 됐다. 이들은 서로 역학적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주 지역도 전남과 서울, 경기 등으로 각기 달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산발적 감염이 확인되고 있는 현 상황과 엠폭스의 잠복기(3주)를 감안하면 최소 2월 이전에 국내 전파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국내 엠폭스 유행을 ‘추적 전략’으로 차단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원을 파악한 뒤 밀접접촉자를 감시하는 추적 전략은 감염 경로가 명확하고 단순할 때 효과가 있다. 반면 최근 엠폭스로 확진된 4명은 서로 감염 경로가 겹치지 않는다.
유행 규모가 커질 것에 대비해 ‘선제 접종용’ 백신을 확보해 두자는 제안이 나온다. 엠폭스 예방에 쓰는 3세대 두창 백신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게 접종한다. 다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면역력이 약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를 대상으로 3세대 두창 백신을 선제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