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겨레 토요판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자 한 주요한 골자가 지면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러면 애초 인터뷰에 응한 목적이 사라지는 거다. 하여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그대로 담긴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 전문>을 게재한다.
2. 한겨레 지면에 실린 내용 중 일부는, 추가 인터뷰 동안의 긴 답변들이 지면관계 상 축약되는 과정에서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내 인터뷰라는데 내 어법이 전혀 아닌지라 읽는 내가 다 어색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고치고 싶으나 귀찮아서 그 중 일부만, <답변 정리>한다.
3. 한겨레에 요청한 수정사항이 아직까지도 적용되지 않아 일단 블로그에 게재해둔다. 한겨레에 수정사항이 반영되면 이 포스트는 자동으로 폭파된다.
-4·11 총선 결과에 대한 나꼼수의 평가.
다양한 측면의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다른 곳에서 거론치 않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우선 양 진영 미디어의 비대칭 전력이 극명하게 확인된 선거다. 조선일보는 의제설정 능력을 상실했다. 조중동 묶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중동 아젠다의 지상파 영상화라는 새로운 패키지가 출현했다. 여기까진 많이들 논한다. 그러나 이 패키지의 진짜 힘은 실제 여론을 좌우지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총선 기간 중 김용민 파문을 아무리 틀어대도 지역구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엔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데이터가 그러하다.
하지만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이라 유권자들은 그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후보 당사자들과 당은, 여론이 크게 움직일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동요했다. 김용민 때문에 15석을 잃었단 조중동 프레임은 그 노림수가 분명한 허위다. 그러나 그 패키지가 후보들과 당의 공포를 자극한 건 사실이며, 이 패키지 위력의 본질은 바로 그 대목에 있다. 그리고 그 점이 김용민 파문이 야기한 진짜 피해다.
두 번째로 선거 국면의 특수한 감정선, 그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절감케 한 선거다. 아무도 언급치 않는 사안이나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 여겨 짚어두고 싶다. 우선 지난 10월 이후의 지지율이 몇 달간 어떤 야권 내부의 잘못들로 휘발 되었는지 반추하고, 그 책임을 묻는 접근만으론 유사한 실수의 반복을 충분히 예방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두련다.
인간이 이미 손 안에 들어왔다 여기는 떡고물 앞에서, 그 욕망 앞에서 버둥거리는 건 앞으로도 영원히 반복될 터다. 더구나 극적 사건 없는 선거는 없다. 하여 중요한 건,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대응 능력이며, 특히 선거 국면의 감정선을 독해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는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드라마다. 선거는 관전자 각자에게, 감정이입의 정도에 따라 몰입의 수위가 다를 뿐, 고유한 저 마다의 감정선을 생성시킨다. 우리가 그 전개를 지켜보며 환호하거나 탄식하다가 그 결과에 따라 웃고 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정선이란 관점에서, 불법사찰 건은 역풍이 될 거라 예상했다. 진보매체들은 그 사안을 지나치게 인수분해 해 그 본질이 파편화되고 이슈 피로도가 축적되는, 매우 피곤한 방식으로 사건을 취급했다. 한두 줄로, 직관적으로 정리되지 않는 사건으론 감정선의 몰입도와 정서적 전선이 유지되지 않는다.
그 경우 불리한 사건을 자기 진영의 감정선을 자극해 결집의 소재로 활용하는데 매우 능숙한 보수가 얼마든지 물 타기 해낼 거라 판단했다. 실제 사찰문건이 공개된 이후 80%가 노무현 시절의 것이란 아주 간단한 물 타기에, 여야 지역구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역전은커녕 오히려 더 크게 벌어졌다. 일상적 추론만으론 사찰문건이 보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선거 국면의 감정선이란 관점에선, 자기 진영에 가장 불리한 소재가 동시에 가장 극적 기회가 된다. 저 멀리 초원복집 사건이나 정몽준의 단일화 파기부터 가장 최근의 불법사찰과 김용민 파문까지. 야권 지도부에, 선거 국면 감정선의 예외적 비일상성에 대한 섬세하고도 통섭적인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
별도로 우리 입장에선 김용민이 산화한 선거다. 파문이 시작된 순간부터 우리는 김용민의 낙선을 받아들였다. 보수 결집의 소재로, 민주당의 공포를 자극하며 나꼼수 와해의 수단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김용민이 활용될 것이 명백했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기로 결정했다. 사퇴하면 젊은 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 보도됐던데, 우린 그렇게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극단적 대결국면에서의 사퇴는 감정선을 단절시키고 정서적 전선을 와해시키며 상실감, 열패감을 야기한다. 이건 논리적 설득으로 단기간에 만회할 수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그 사퇴의 의미를 도덕적 결단으로, 최대한 호의적으로 포장 유포해 줄 매체 패키지도 없다.
그러나 김용민이 총알받이가 되면 감정선은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유지하고, 마지막 주말엔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판단했다. 실제 주말을 지나며 지역구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가 사찰문건 공개 이후 처음으로 좁혀지기 시작했으나 절대 시간이 부족했으며 그건 김용민에게 너무도 잔인한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진보진영으로부터도 공격 대상이 될 거란 것도 뻔했고 사후 그 사정을 설명해봐야 통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았다. 하지만 우린 의사결정의 기준이, 우리를 어떻게 변명하고 면피하는가에 있지 않다. 우린 우리 자신에게 누구보다 냉정하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그 근본을 되돌아봤고 결국 김용민은 끝까지 그 전선을 지키며 피투성이가 됐다. 가슴이 미어진다.
특히 안타까운 건 마지막 나흘이다. 나꼼수가 청취자군 전체에 도달하려면 통상 1주일이 걸린다. 새로운 업데이트를 인지하고 다운로드 후 청취까지 수도권은 2-3일, SNS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은 4-5일이 기본 소요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마지막 방송을 겨우 선거 이틀 전에야 업로드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번 총선의 총 득표수만으로 야권이 승리했다는 진단은 자위다. 대선은 대선의 공식이 따로 작동한다. 하지만 보수는 이번 총선을 박근혜의 대선 종자돈으로 받아들였고 김용민을 극단까지 활용했으며 보수 종교계도 뛰었다. 그렇게 보수는 충분히 결집했고, 그리고 그 정도가 확인되었다. 그 점은 큰 소득이다. 이제 남은 건 나머지를 어떻게 설득한 것인가 하는 숙제다.
선관위의 나꼼수 고발에 대한 입장.
우리는 투표 독려와 시국 강연이란, 우리가 해야만 한다고 믿었던 일을 했다. 동시에 선거법이 정하는 범주 이내에서 그 일을 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어야만 하는 선관위는 독립적인 선관위이라면 당연히 했어야만 할 일을 다 해내지 않았다.
선관위가 제대로 엄정하겠다면, 박근혜와 손수조의 카퍼레이드를 먼저 문제 삼았어야 했고,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해놓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친 박근혜 논설을 내놓았던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먼저 지적했어야 했으며, 하나님이 아니라 대형교회의 목사들을 비판한 김용민의 발언을 왜곡해 수천 부를 무가지로 배포한 조선일보를 먼저 고발했어야 했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 투표율 상승을 막으려 개표방송 시간을 늦추겠다고 한 결정을 선거개입으로 먼저 규정했어야 했다.
-선관위 고발과 검찰 수사 등을 나꼼수 탄압이라고 보나.
내가 알고 있는 분명한 한 가지는, 현 집권세력은 나꼼수를 어떻게든 와해시키고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그 적절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는 것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비근한 예로 우리 통화는 상시 체크된다. 얼마 전 주진우가 지인에게서 자금조달 부탁전화를 받았다. 알겠다는 답변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단 한 번의 통화 이외에는, 나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그 내용이, 얼마 후 주진우가 얼마의 투자 이익을 취했다는 식의 정보보고가 되어 모 기관에 떴다. 그 외에도 딴지일보 해킹의 전모를 어떤 경로를 통해 확인한 적 있다. 모 기관으로부터 사주 받았으며 지하철 사물함을 통해 선수금 500에 잔금 1,500을 수령했고 그 열쇠는 퀵서비스로 전달받았다는 디테일까지. 또한 우리 동선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고 있다는 것도. 우린 민간인 사찰의 직접 대상이다.
-앞으로 나꼼수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계획인가.
매우 잘.
-여권의 권력은 이미 ‘가카’가 아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쪽으로 쏠려 있는데, 여전히 가카를 주요 타켓으로 할 것인가.
박근혜 위원장이 명실상부한 여권의 대선후보에 등극한 만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과 나경원에 주목했던 것처럼 박근혜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갈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정기관이 가카 주변을 집중적으로 터는 것은 가카의 레임덕 때문이 아니다. 박근혜 대선가도의 걸림돌을 일정한 가이드라인 하에 질서정연하게 조기정리 해두겠다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가카와 박근혜의 거래 없이는 불가능하다 본다.
-오는 12월 대선에 임하는 나꼼수의 자세.
이긴다.
-트위터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귀찮다. 난 나를 남들에게 이해시키려고 사는 게 아니다.
-대선 끝나면 뭐 할 건가.
패션 디자인을 해볼까 한다.
2. <답변 정리>
- 도입부부터 내가 한 말과 다르다. "지금은 김용민이 멘붕 상태이니 인터뷰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내가 멘붕이라고 한 게 아니라.
- 그런 가이드라인이(박근혜와 이명박이 합의한) 존재한다고 믿는 근거는 뭔가?
이렇게 일사분란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명박 측근 수사가 진행되면서도,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수준까지는 가지 않도록 조절되는 것은 사전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박근혜의 개인적 히스토리를 감안해 그녀 입장에 감정이입하자면 그녀는 대통령에 직접 대항하는 것을 꺼릴 거라 본다. 자신의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던데다 보수적 위계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 대통령에게 직접 대항하는 데 대한 생래적 불편함이 있을 게다. 지난 4년 내내 피해자 모드만 취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이 대통령까지 비리에 직접 연루되는 것은 자신의 대선 가도에 결코 유리한 게 아니다.
4. 내가 이래서 인터뷰를 하고 싶지가 않은 거다. 씨바.
첫댓글 그러게 정리를 해주시지 그래었요. 곡 그대로 싫으라고
한겨례 기자가 이렇게 뒤통수칠줄몰랐죠 뭐 진보매체도 이제 적이 득실한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