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르주 상드와 남자들
조르주 상드의 <그녀와 그>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인터넷 서점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평점 좋은 소설을 한 편 만나 읽게 된 것이란다.
지은이 조르주 상드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프랑스 이름들이 비슷비슷해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조르주 상드는 1804년에 태어난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고 하는구나.
18세에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작가 생활을 했는데, 남장 차림으로 지내기도 했대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한 때 시인인 뮈세와 사귀게 되었고,
뮈세와 사귀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그녀와 그>라는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조르주 상드는 뮈세 뿐만 아니라 쇼팽과도 사귀었고,
평생 사랑을 나누거나 우정을 맺은 사람들이 이천 명이 넘었다고 하는구나.
MBTI를 검사했다면 첫번째 알파벳은 I는 0%인 E가 아니었을까 싶구나.
이번에 읽은 <그녀와 그>에는 주요 등장 인물 세 사람이 나오는데,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서 실존 인물과 매칭은 다음과 같단다.
테레즈 자크라는 사람은 조르주 상드 자신의 분신이고,
로랑 드 포벨은 앞서 이야기한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분신이고,
리처드 파머라는 사람은 이탈리아 의사 피에트로 파젤로의 분신이란다.
1. 여와 남
소설의 내용은 평점이 왜 이리 좋은가? 싶을 정도로 아빠의 취향은 아니었단다.
일단 주인공 남자 로랑이 약간 찌질남으로 나온단다.
테레즈는 서른 살이고, 로랑은 스물네 살이며 둘 다 화가란다.
로랑은 같은 예술계에 몸을 담을 있다가 테레즈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로랑이 테레즈에세 사랑 고백을 하는데,
뭐랄까? 사랑을 한번 해본 적 없는 남자처럼 좀 지저분하게 고백을 한단다.
테레즈는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귀는 남자가 있다고 거절을 했단다.
거짓말이었고, 일종의 떠보기 또는 밀당이었을 거야. 그것도 아니면 부담감이던지…
테레즈 주변에 리처드 파머라는 미국인 사업가가 있는데,
로랑은 테레즈가 이야기한 남자 친구가 파머라고 단정짓는단다.
그런데 파머가 파리를 떠나면서 로랑에게 이야기하기를,
테레즈에 관한 옛 이야기를 해주었어.
아버지가 테레즈를 강제로 결혼시켰는데 얼마 안 있다가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결혼한 남자는 알고 보기 유부남에 사기꾼이었다는 거야.
아들과 함께 도망가서 살려고 했는데, 그만 아들 마저 빼앗기고 말았어.
남편은 아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갔는데, 얼마 후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지.
테레즈는 힘든 시간을 보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미술 공부를 하게 되었고,
오늘날 화가가 되었다는 거야.
이런 아픈 과거가 있어서
테레즈가 사랑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테레즈도 로랑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단다.
이 이야기를 듣고 로랑은 다시 용기 내어 테레즈에게 고백을 했고, 로랑도 받아들였고,
그렇게 테레즈와 로랑은 사랑을 시작했단다.
그러나 한 달도 못 가서 티격태격.
이 티격태격의 주된 원인은 로랑의 옹졸함, 배려 없음, 비꼼, 끊임없는 의심이었단다.
사랑한다고 하면 조건 없이 사랑을 해야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속으로 생각하고 그래야지,
마음이 있는 말들을 아무런 필터 없이 다 쏟아내니, 상대방의 기분이 좋겠니.
아빠 같으면 당장 헤어졌을 텐데,
로랑이 다시 사랑스럽게 대하면서 관계가 유지되었단다.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도 했어.
낯선 곳의 설레임으로 가득 찰 여행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고,
여행은 최악이었단다.
싸우기와 화해를 반복되다가 나중에는 싸우기만 하고
로랑은 숙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외박을 했어.
당시 파머도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었는데,
파머는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어.
둘은 헤어졌단다.
그래, 이런 커플은 빨리 헤어질수록 서로에게 좋아.
잘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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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이제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우리 서로에게 솔직해집시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아요. 서로 사랑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요! 서로를 속여왔던 겁니다. 당신은 그저 연연이 있었으면 했던 거고, 아마 당신에게 저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무것도 아니었을 테지요! 당신에게 필요했던 건 하인이나 노예였다고요. 불행한 저의 성격, 제가 진 빚, 저의 권태, 무분별한 생활에서 느끼는 저의 무기력함,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저의 환상이 저를 당신의 재량에 맡기게 될 거라고, 제가 다시는 정신을 차릴 일이 없을 거라고 믿게 만든 겁니다. 이렇게 위험한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조금 더 행복한 성격, 더 큰 인내심, 더 많은 융통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많은 재능이 당신에게 필요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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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테레즈와 헤어지고 난 뒤 로랑이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낯선 곳에서 아무도 없는데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미운 정도 정이라고 테레즈는 로랑을 찾아갔단다.
로랑은 정신도 잃은 채 중병에 걸려 있었어.
파머도 함께 로랑을 돌봤지만,
테레즈는 로랑이 깨어나기까지 약 20일 동안 침대 곁을 지키며 보살펴 주었단다.
그렇게 로랑이 깨어났어.
테레즈가 자신을 보살펴 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는 했지만,
정신을 들자마자 파머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사귀냐며 의심했고,
말끝마다 비꼼이 들어 있었단다.
한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결국 테레즈는 로랑을 다시 떠나 파리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우정을 나누던 파머와 결혼하기로 했어.
로랑 말대로 로랑을 같이 보살피면서 좀 더 깊은 관계가 된 것은 맞지만,
그때는 이미 테레즈와 헤어진 다음인데 잘못된 것은 없지, 뭐.
테레즈와 파머는 미국에서 결혼하기로 했고,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하려고 했단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로랑은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테레즈와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테레즈의 집에 왔단다.
이 정도면 이제 스토커 아닌가 싶구나.
그런데 테레즈도 마음을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파머와 결혼 약속을 깨고 다시 혼자가 되었어.
혼자가 된 이후 로랑과 다시 밀당하기도 하고,
로랑은 또 의심을 하고… 책을 덮어 버릴 정도로 짜증나는 커플…
그러다가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테레즈를 찾아왔어.
테레즈는 로랑과 밀당도 끊고 아들 테레즈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어.
결국 연인들의 사랑보다 자신간의 사랑이 더 크다는 진리를 알려주려고 했던 건가.
음, 아빠가 소설을 읽긴 했는데, 집중해서 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소설의 줄거리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 아빠가 이야기한 줄거리는 대충 흐름만 읽어주길…
2. 뒷이야기
그런데 있잖니, 소설은 아빠의 취향이 아니어서 그리 재미있지 않았는데
소설의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더구나.
아빠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은이 조르주 상드의 관점에서만 소설을 써서
상대방이었던 뮈세가 이 소설을 보면 기분이 무척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뮈세의 입장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이 소설이 나왔을 때 뮈세는 이미 죽었다고 하는구나.
사실 이 소설 전에
뮈세가 조르주와 사랑을 다룬 <세기아의 고백>이라는 단편 소설을 먼저 썼대.
그 소설이 나온 지 24년 후이자 뮈세가 죽은 지 2년 후에
조르주가 <그녀와 그>를 썼대.
뮈세가 죽을 때까지 기다렸던 건가?
뮈세가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어렸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녀와 그>는 <세기아의 고백>에서 왜곡된 일들을 바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어.
출간 당시 이 책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신문 등에서도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고 하는구나.
뮈세 대신 뮈세의 형이 움직였어.
<그녀와 그>가 나오고, 뮈세가 남긴 편지를 바탕으로 뮈세의 형이
<그와 그녀>라는 책을 출간했다는구나.
<그와 그녀>에서는 ‘그’가 ‘그녀’에게 농락당한 불의의 희생자로 그려졌대.
동생을 사랑하는 형. 역시 가족 간의 사랑이…
그런데 사실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겠구나.
당대 유명인들의 스캔들에 대해 스스로 작품을 통해서 공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I 가득한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좀 힘든 조르주의 행보였단다.
…
이 소설을 통해 19세기 파리와 이탈리아의 모습도 살짝 볼 수 있어서 좋았고
19세기 젊은이들의 사랑과 자유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빠는 다른 이들만큼의 평점은 아니었던 것 같구나.
너무 기대를 했었나?
PS,
책의 첫 문장: 친애하는 테레즈(당신을 ‘마드무아젤’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제게 허락하셨으니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우리는 친구 베르나르가 예술계라고 부르는 곳에서 중요한 소식 하나가 들려와 당신에게 알려드립니다.
책의 끝 문장: 미래의 여성들, 세기에 세기를 거듭해서 너의 작품들 바라봐줄 여성들, 네 자매이자 네 연인이 바로 여기 있어.
책제목 : 그녀와 그
지은이 : 조르주 상드
옮긴이 : 조재룡
펴낸곳 : 휴머니스트
페이지 : 348 page
책무게 : 348 g
펴낸날 : 2022년 06월 20일
책정가 : 14,000원
읽은날 : 2023.07.23~2023.07.26
글쓴날 : 2023.08.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