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블루스 '서던(Southern) 록'의 전설로 불린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기타리스트인 디키 베츠가 18일(현지시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과 음악전문매체 피치포크 등은 20년 동안 매니저 일을 한 데이비드 스페로의 성명을 인용, 고인이 플로리다주 오스프라이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베츠는 1969년 그레그·듀안 올맨 형제 등과 함께 올맨 브라더스 밴드를 결성한 뒤 듀안과 리드 기타 연주를 분담해 특유의 사운드를 창조하고 서던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다. 특히 잼 공연을 보통의 일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컨트리, 리듬앤블루스(R&B), 재즈에 1960년대 록을 결합한 이 밴드의 음악은 후대 음악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줬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액됐으며, 2012년에는 그래미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기타 연주뿐 아니라 작곡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이 밴드의 최대 히트곡이란 평가를 받는 '램블링 맨'(Ramblin' Man)을 비롯, 팬들의 사랑을 오래 받은 '블루 스카이'와 '사우스바운드' 등을 썼다. '램블링 맨'은 이 밴드가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까지 올린 곡으로 그는 자니 캐시를 위해 곡을 썼는데 밴드 멤버들이 모두 좋아해 밴드 앨범 ‘Brothers and Sisters’(1973)에 넣었다고 밝혔다. 나중에 밥 딜런이 1995년 밴드와 공연하며 이 곡을 연주해 화제가 됐다.
밴드는 약물 말썽 등으로 1976년 해체됐다가 1996년 재결합했는데 베츠는 2000년 올맨 브라더스 밴드를 떠나 솔로의 길을 걸었으며, 그의 아들인 기타리스트 듀안 베츠와 함께 밴드 '그레이트 서던'에서도 활동했다. 또 꾸준히 개인 앨범을 발표했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다른 멤버인 듀안 올맨은 1971년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고, 팝스타 셰어의 남편이기도 했던 그레그 올맨과 부치 트럭스는 2017년에 별세했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는 플로리다주에서 결성된 뒤 조지아주 메이컨으로 근거지를 옮겼는데 이 때부터 당시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돈독한 인연을 맺었다. 카터가 대선 출마의사를 피력하고도 별다른 호응을 얻어내지 못할 때 후원금을 모으는 공연을 밴드가 먼저 제안해 성사시켰다. 카터는 평생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틈나면 밴드가 녹음하는 스튜디오를 찾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3일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레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메이컨에 돌아왔다. 카터를 마지막으로 봤다고 돌아본 베츠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 사람에 대해 좋다는 말을 충분히 할 수 없다. 그레그가 떠나자 카터가 장례식에 왔다 그들의 형제애는 내게 많은 캐릭터들을 보여줬다.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을 준 한 남성을 결코 잊지 않았다. 경호요원을 달랑 한 명 데리고 왔더라. 그는 대단한 남자였다. 마치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내가 말하는 것으로 들려 이상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는 98세다. 내 말은 그가 잘 살았다는 것이다. 나는 지미 카터와의 기억을 좋아하며, 그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베츠도 떠났고, 카터 전 대통령 부인 로절린 여사는 지난해 11월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장례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18일 호스피스 치료 1주년을 넘겼다.
The Allman Brothers Band - Ramblin' Man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