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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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안과 밖이 다르고, 주장과 속내가 다르다.
도대체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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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늘 변한다.
친근한 얼굴로 다가왔다가도 어느 순간 화난 모습을 보인다. 우리 경제에 축복인 것 같다가도, 갑작스레 재앙을 안기기도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서 우리는 그것을 톡톡히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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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세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중국이 보여주는 면면들을 관통하는 근본적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막힌 길을 뚫고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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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 펑유란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아편전쟁에 져 서방에 무릎을 꿇었던 19세기 중반 이후 중국의 모든 지도자들의 꿈은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중화민족의 부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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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중국몽’의 핵심은 ‘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엔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의 모든 전략과 정책은 오로지 이를 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마디로 ‘차이나 퍼스트(China First)’라는 국내 우선주의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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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국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최강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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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중국몽의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시진핑이 강력 추진 중인 군 개혁도 순조롭지 않을뿐더러, 역점을 두고 있는 일대일로 (일대일로 :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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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몽을 향한 중국 공산당의 의지를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이미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G2로서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의 꿈에 딴지를 거는 상대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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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앞으로도 사드 보복과 같은 조치를 계속해서 취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경제적 보복을 가해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었을뿐더러, 상대가 소극적이거나 굴종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더욱 압박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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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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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국론의 통일이 중요하다. 공산당 일당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국과 맞서려면 우리 내부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야 중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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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발생한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
한중 관계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소통을 즉시 시작하는 ‘핫라인’ 구축 등이 그런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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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중국통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중국 전문가가 많아지면 중국을 보는 눈, 중국을 대하는 방법 등 대중국 전략을 한층 세련되게 구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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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에 대한 연구와 관계 맺기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친구가 하나 더 있으면 살아갈 길이 하나 더 많아진다(多一個朋友 多一條路)’는 말처럼, 가능한 한 많은 중국 친구들과 ‘관시(關係)’를 맺어야 한다. 중국과의 외교나 비즈니스는 지뢰가 도처에 깔린 초원을 달리는 것과 같다. 지뢰를 피하려면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중국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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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갖추고 있지 못한 분야, 허술한 분야를 찾아내 공략해야 한다. 산업별, 기업별로 중국의 서플라이체인을 연구하고, 한국이 참여(input)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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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가 장기적으로 안정된 발전을 도모하려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견을 좁혀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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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입장이 다른 사안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중국을 설득해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국제 규범이나 보편적 가치를 굳게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