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의 기일인지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대구로 내려갔다.
물론 가는 길에 시아버님과 의성김씨 조상들이 누워계시는 무설재 신선의 고향 문경을 당연히 들려간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신선의 일상 중에는 조상을 모시는 일이 우선 순위 안에 들기도 하고
모처럼 아버님의 기일을 맞아 나머지 자식들이 모여 시아버님과 조상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기본 정성을 드리는 일.
때로는 지나치는 길목마다 혹은 일부러라도 그곳을 들려서 인사를 드리고 볼 일을 봐야하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원래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 집안인지라 늘 그러려니 로 동행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유지하면
살아가는데 소신 없이 휘둘릴 일은 없기는 하겠지 로 이해하곤 한다.
어쨋거나 그렇게 나선 길은 푸르르다 못해 무거워진 신록의 무게만큼이나 마음이 바빠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체되었다.
하지만 이미 형님네 며느리-질부-들이 기본적인 것은 죄다 준비해 놓았으므로 여러가지로 여유롭게 제사 준비를 하면서
차 한잔 나눌 시간도,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가질 만큼의 한가로움도 생겨서 일을 끝낸 후 티비 앞으로 모두들 다가 앉았다.
일요일 저녁의 일정 부분을 책임져 주는 티비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족간에 각자의 취향껏 채널을 선택할 권리는 있으나
무설재 쥔장 역시도 언제부턴가는 무의식 적으로 MBC에서 제공하는 "복면가왕" 프로그램의 매력에 빠지기는 했다.
전에는 별로 관심권에 들지 않았으나 "음악대장"이 출연하고부터는 그가 매번 들려주는 색다른 노래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던지라
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가 출연하게 되는 결승전은 꼭 시청을 하곤 하였다는 말이다.
매번 다양한 컨셉으로 혹은 허를 찌르는 노래 선택으로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던 음악대장.
그가 있어 일요일 저녁이 기다려지고 그를 만나는 시간이 행복하였으며 그가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재미가 즐겁긴 했다.
누구와 대적을 하더라도 여유만만하게 무대를 흔들고 청중들의 기대감을 적절히 활용하여 고공행진의 선율을 선사하는가 하면
절묘한 화법의 노래로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더러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던 "음악대장"
그가 가진 폭풍성량과 가창력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요 밴드 "국카스텐"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설마 그가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전 까지도 많지 않았다.
더러 가왕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부를 때 즈음에 혹시? 라는 느낌과 "서태지"의 "하여가"를 부를 즈음에
모 인터뷰 내용으로 보아 그가 하현우 일 것이라는 조짐은 있었지만 말이다.
헌데 8연승 즈음 부터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음악대장"의 정체가 얼마 전에 게재된 인터넷 사진-일종의 스포일러-으로 인해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확실하다 는 단서를 제공하였으므로 언제부턴가는 음악대장의 정체를 알면서도
그가 부르는 노래에 더욱 더 집중을 하면서 오히려 기대치를 높여가며 듣게 되었다.
사실 몰랐다고 하여도 워낙 뛰어난 가창력을 어필하며 매력적으로 다가온 음악대장 이었기에 알고 듣는 재미도 플러스 알파였으나
결국 이미 누군가에게 노출되어버린 이상에는 10회 연승까지 무대를 점령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그런 것이 또 방송의 묘미요 기본 흐름이니 이번에 음악대장이 하차를 하게 된 연유이기도 할 터.
물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청중들의 마음도 오락가락하고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이 시점에는 음악대장이 내려갈 때 즈음이라는 뉘앙스로 노래를 듣기도 하였다고 본다면
그가 마지막으로 이미 마음을 비운듯이 선택을 한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의미 심장하며
부드러움으로 무장한 채 휘파람 소리와 함께 매력적으로 불러준 그 노래는 또 하현우의 노래로 기억될 듯도 하다.
그러니까 그 노래를 듣다보니 이쯤에서 자진하차를 결정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는 말이다.
무엇을 하던지 간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 베일에 쌓였을 때,, 혹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을 경우가 그나마 아름답고 관심이 오르게 되는 법.
특히 복면가왕 같은 경우는 더욱 말할 필요도 없이 노래하는 사람이 누군인지 몰라야 재미를 양산하고
그로인한 궁금증의 증폭이 시청하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법이니 이미 노출되어버린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비밀유지와 흥미유발이란 공존하기 어려울 터.
스스로가 그런 낌새를 느끼고 선택한 노래에서도 국카스텐 하현우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고심했을 마음을 느끼겠다.
여하튼 그가 있어 오래도록 즐거웠다.
그가 그동안 보여준 노래 실력은 넘치도록 당연하고 특히 귀여운 이미지로 보여지면서 자신의 능력을 한껏 드러내며
한편으로는 알게모르게 그가 보여준 매너와 배려는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면서도 놓치지 않았다.
어깃장을 놓는 페널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아니하고 절대 흔들리거나 어긋나지 않았으므로
그의 마력같은 매력이 방출되는 순간에도 끝까지 패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청중단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언제 어느 공간, 어느 곳에서 노래를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의 "음악대장"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역시 이름은 잘 짓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떤 상황, 무슨 경우 던지 간에 이름은 정말로 중요해서 이름이 주는 기운을 무시 할 수 없으며
그 이름이 가지는 에너지와 긍정마인드는 이름에 걸맞게 행동을 하게 되고 걸맞음에 알맞는 행태로 보상을 해주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음악대장" 이라는 이름은 오래도록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만한 명 이름이요
그뒤를 바짝 쫒아온 "하면 된다" 역시 이름값을 무시하지는 못할 듯.
좌우지간 국카스켄 하현우 덕분에 정말 즐거웠다.
또한 그가 존재했던 151일간의 기록물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제 복면가왕은 새로운 가왕을 맞이하였다.
그 역시 오래도록 권좌를 누리기를 희망해보면서 그가 누구일지를 유추하는 재미도 플러스 알파.
이참에 제작진에게도 부탁의 말을 조심스레 드려본다면
그동안 복면가왕에 등장하였던 모든 가면과 복장을 취합하여 출연하였던 참가자들의 사진과 더불어
MBC 한 공간을 제공하여 그들을 추억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복면가왕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많은 프로그램이 존재하겠지만 복면가왕 같은 경우는 특별한 경우요
치유의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본다면 지나간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의미는 배가 될 것이며
그런고로 그렇게 많은 출연자들과 의상과 복면이 매회 등장한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무궁무진의 재미를 제공할 소지가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100회 기념하여 한 부스를 창조하고 또 200회를 기념하여 또다른 부스를 만들어내는 재미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그곳의 공간 또한 관광 명소로 탈바꿈 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덧붙인다.
암튼 복면가왕 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면 뒤에서 자존감을 되찾게 하는,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 은밀함으로 인해
의기소침 했던 보컬들이나 노래하고자 하였던 노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찾거나 용기를 갖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나 은근슬쩍 치유받고 내려오는 모습은 감동이기도 해서
그야말로 MBC가 최근들어 만들어낸 프로그램 중에서도 아름다운 프로라는 생각도 첨부한다.
가면 뒤에 숨어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싶던 사람들일지라도 그로인해 세상밖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제작진의 의도에 딱 알맞는 금상첨화요 누구일지라도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차별적으로 무대를 선사한다는 취지도 공감대를 형성할 것 같다.
또한 "김성주" 라는 걸출한 명 MC가 아니었다면 복면가왕이 주는 재미는 반감이 되지 않았을까 싶도록
목청껏 불러제끼는 "바로오오오" 앞에서는 MC 김성주가 보여주는 프로로서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하지만 패널들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기도 하다....일정 부분 다양한 패널들의 의사나 공감대 혹은 억지춘향까지도 소화하고 지켜본다고 해도
더러는 저런 패널들은 왜 출연하였는지 궁금한 패널들도 옥에 티 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긴 그렇게 출연을 하여서라도 인지도를 높이고 다음 기회를 주자는 제작진의 숨은 의도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가끔은 과연 별 도움이 안되는 패널의 존재가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그렇게 국카스텐의 하현우, 음악대장의 시절은 끝이 났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사하고 편곡의 뛰어남과 노래에 대한 공들임을 일상처럼 보여주었으며
노래를 듣는 내내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였으며 자중의 겸손함과 유머까지 갖춘 멋진 남자.
그런 그가 오래도록 록밴드로서의 존재감과 일취월장의 보컬로서의 자존감과 긍지를 뽐내길
국카스텐의 팬으로서 응원한다.
첫댓글 밴드의 보컬이 tv에 나오지 않아도
연주가 흥행하는 풍토가 있었으면 하네요 아무리 공연을 해도 대중이 모르는듯해서 나왔다는 말을 하는걸 보면~!
동감입니다요....그러기엔 우리 음악 시장 풍토가 좀 애매하죠?
어딘가에 얼굴을 알리고 음원이 팔리기 위해서는 모종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진정한 실력으로만 옥석을 가리기엔 좀 그렇긴 하죠.
그래서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효과도 주효했으며 나름 선방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