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6개월 가까이 지났다. 핵심은 상장사들이 PBR(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비교 공시하고 기업가치 개선계획을 공표할 것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 흐름이 있었고 저PBR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실제 기업이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찾기 어렵다. 단순히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비판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상장사들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전수 분석해보니 특히 주주들과의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설명회(IR)의 꽃으로 불리는 실적발표 현장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IR 자체를 극히 일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이런 행태에 불만이 크다고 한다. 수백 천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팀 쿡 애플 CEO, 젠슨 후안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은 실적 발표를 할 때마다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발표는 온라인에서 투명하게 공개된다.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의 모델로 삼은 일본은 2015년 거버넌스 코드, 2018년 투자자와 기업의 대화 가이드라인, 2022년 정보공시 및 주주관여 요건 강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의사소통' 확대를 진행해왔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순한 주가 부양 계획으로 이해되면 주가와 기업가치 상승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