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가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경험한 것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출근길 길거리 토스트, 교통카드로 지하철 타기와 환승하기, 육교보다 지하도,
전문점 피자, 별다방 커피, 서울말 쓰는 남자들, 모범택시, 휴양림 찾는 사람들,
내 손으로 죽 끓여먹기, 새벽 두 시 남산타워 같은 것들.
케찹맛이 나는 스파게티가 아니라 파스타를 먹게 된 것도 상경해서부터이다.
유난히 샌드위치나 값싼 파스타 가게가 많았던 숙대 앞에서
처음으로 먹었던 파스타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아는 파스타라고는
강하고 미끈하고 길쭉한 면발에 케찹맛이 강한 학교 급식1세대표 스파게티 뿐이었던 것이다.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한 종류라는 것을,
그래서 납작한 면이 있을 수도 있고 포크로 찍어 먹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소스가 하얀색이거나 투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크림스프에 면을 말아 놓은 것 같은 하얀색 파스타에 적응하는데는 의외로 며칠 걸리지 않아서
여대생들 대부분이 파스타를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자주 파스타를 먹었다.
조개가 들어간 오일 파스타, 루꼴라와 잣을 갈아 소스를 만들었다는 파스타,
이태리식 젓갈 엔쵸비가 들어갔다는 파스타 별별 파스타를 다 맛보고 이제는 평가도 곧잘 내린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모양이 특이한 파스타를 보면 하얀 파스타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을 생각한다.
며칠 전에 서울에 올라갔다가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터미널 백화점에서 하트파스타를 조금 사 왔다.
모양도 색갈도 예쁜 하트 파스타를 만지는 사이
케찹같은 토마토 소스가 아니라 차가운 샐러드처럼 만드는 파스타를 상상도 못 했던 몇 년전 그 날이 또 생각난다.
그러니 사람은 음식을 손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라는 양념으로 만드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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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양념한 견과소스 냉파스타 (1인분)
주재료 하트 파스타 90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1작은술, 당조고추(혹은 파프리카), 오이
구운채소 양파, 당근, 가지, 식용유 약간
견과소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1+1/2큰술, 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레몬즙 1/2작은술, 꿀 1큰술, 호두+캐슈넛+아몬드+땅콩 20g, 참깨 1큰술, 다진마늘 1/2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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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는 계량에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에 있는 여러가지 채소 유연하게 적당량 사용하세요.
+ 하트파스타 대신에 펜네나 푸실리를 사용해도 좋아요.^^
+ 꿀, 식초의 양은 취향에 맞게 가감합니다.
제시한 견과소스 재료를 넣고 믹서에 갈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채소는 파스타 크기 정도로 자른다.
볶아야 할 채소 역시 파스타 크기 정도로 잘라 약간의 식용유를 두르고 굽듯이 볶은 다음 식혀서 준비한다.
파스타면은 삶아서 물에 헹구지 말고 물기를 뺀다. 물기가 빠진 파스타 면을 올리브유에 버무려 식힌다.
모든 재료는 차게 준비하고 먹기 직전에 소스에 버무려 내면.....
차가운 파스타, 파스타샐러드 완성~
새콤달콤 깔끔한 동양식 소스에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사랑 하나, 사랑 둘 스푼으로 떠먹는 맛도 쏠쏠하다.
서울에서 처음 맛보는 음식들을 만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식구들 생각이 났다.
그렇기에 파스타 한 그릇을 가운데 놓고 나누어 먹는 이 시간이 귀하기만 하다.
더 많은 음식 이야기를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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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함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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