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혀요”… 질식 공포 싣고 달리는 김포골드라인
“밀지 마세요.” “숨을 못 쉬겠어요.”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아비규환이 아직 생생한데, 날마다 질식의 공포에 시달리는 곳이 있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김포공항역까지 23.67km 구간을 지나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다. 11일 오전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폭설이 내린 작년 12월에도 한 여성이 호흡 곤란으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지옥철’이란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김포골드라인은 2019년 9월 개통됐다. 차량 바탕색이자 노선의 이름인 골드는 김포의 황금 들녘을 달린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하지만 개통 초기부터 극심한 혼잡으로 오히려 승객들의 얼굴이 누렇게 뜰 지경이 됐다. 일평균 7만8000명이 이용하는데 3분의 1이 출퇴근 시간대에 몰린다. 전동차에 오르면 옴짝달싹할 수 없어 차렷 자세를 취해야 한다. 겨우 빠져나온 뒤엔 어지러워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지하철이 붐비는 정도는 보통 혼잡도로 표시한다. 정원에서 좌석을 빼고 입석 인원이 붐비는 정도를 계산한다. 정원대로 타면 100%다. 혼잡도가 150%로 증가하면 서 있기만 해도 서로 어깨를 부딪칠 정도다. 170%면 팔을 들 수 없고, 200%가 되면 몸과 얼굴이 밀착돼 숨이 막히는 수준이다. 출근 시간대 김포골드라인의 최근 3년간 평균 혼잡도는 200%가 넘는다. 최대 285%에 달하기도 했다. 정원 172명 열차에 387명까지 탔다는 얘기다. A4용지 반쪽 위에 사람이 서 있는 정도다.
▷애초에 노선 계획부터 잘못됐다. 신도시 조성에 따른 급격한 인구 증가와 서울 통근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2량짜리 꼬마열차를 기준으로 설계하는 바람에 열차 추가 연결도, 역사 확장도 불가능하다. 분통이 터진 시민들은 2021년 2월 정치인들에게 ‘너도 함 타봐라’ 챌린지를 제안했다. 열차를 타본 당시 김포시장은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였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방문한 정치인들은 “(이대로 방치하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며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김포도시철도 측은 혼잡 해소를 위해 내년 9월 열차 5대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숨통이 조금 트일 정도일 뿐이다. 근본적으론 지하철 노선 연장과 확대 등이 필요하겠지만 버스전용차로 확대 등 당장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단기 대책도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 사고 전날 아찔한 상황이 있었는데도 비극에 대비하지 못했던 지난해 이태원 참사의 기억이 뼈아프다. 오늘 넘겼다고 내일 무사하란 법은 없다. 이어지는 실신 사고가 대형 참사에 대한 긴박한 경고라는 생각으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김재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