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거창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전 30대 중반 미혼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곳에 가입한지는 얼마 안 되었어요. 그래서 거의 매일 다양한 게시판 기웃거리고 있는데,
가장 놀랍고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신용카드를 없애겠다, 혹은 없애야한다" 라는 글들이었습니다.
물론 신용카드가 있으면 아무래도 쉽게 충동구매를 하겠죠.
싸인만 하면 끝이니까요.
또 신용카드 자체가 결국엔 신용, 그러니까 빚으로 물건을 사는 거니 가능하면 안 쓰는 게 좋긴 합니다.
그런데, 카드소비로 10년, 20년을 살아온 사람이 카드만 없앤다고 바로 충동구매를 안 할까요?
그럼 카드 대신에 현금만을 사용하면 충동구매 절대 안 할까요?
저는 그렇진 않다고 봐요.
충동구매 자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지불수단이 현금이든 카드이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요즘 신용카드 없이 살 수가 있나요?
교통비만 하더라도 신용카드로 후불로 지불하면 얼마나 편리해요.
물론 충전하는 교통카드도 있긴 합니다만,
출퇴근 하시는 분들, 특히 수도권 쪽 분들은 한달 교통비가 10만원은 훌쩍 넘을텐데
그거 번거로워서 어떻게 매번 충전하고 있나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교통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시피하고요.
저희는 장을 볼 때 요즘엔 꼭 카드로 결제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쓰는 신용카드는 가맹점에서 물건을 샀을 경우, 우수리돈을 할인, 캐쉬백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요,
자주가는 저희 동네 슈퍼가, 가맹점이더라구요.
그럼 한 달에 몇 천원은 캐쉬백으로 다시 입금되어요.
카드를 잘만 쓰면 이런 좋은 점들이 있는데 무조건 카드를 없앨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대신 소비에 대한 신념을 바꿔야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모든 것을 무조건 아끼기만 해서는 정신건강에 해로워요.
그래서
1. 무조건 아낄 것,
2. 가끔씩은 쓸 것,
3. 흥청망청은 아니지만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쓸 것... 이렇게 나누고
각 범주에 자신은 어떤 지출을 넣을 것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집은, 관리비만큼은 스트레스 안 받고 써요.
부모님 철학이 집은 시원하고, 따뜻하고 편하고 환해야한다.. 라는 주의고
저 역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겨울에는 절대 춥게 안 살고, 여름에도 더울 때 가끔은 에어컨 켭니다.
물도 따뜻한 물 많이 쓰고요.
대신, 아낄 건 절대적으로 아껴요.
아니 아낀다랄까, 굳이 소비할 필요가 없는거죠.
예를 들면, 저희집 tv는 배불뚝이 브라운관이고요,
냉장고는 20년 넘게 쓰다가 더 이상 고칠 수 없다 해서 바꿨고,
얼마 전에 10년 된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났는데, 수리비가 8만원 정도 된다 하시더라구요.
고쳤습니다. 고치면 기능 멀쩡한걸요.
그런데 기사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수리비가 8만원이니 고치실지 말지 결정하라고.
고칠 수는 있는데, 수리비치고는 비싸서 안 고치는 경우도 많다고.
당연히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그냥 사면 몇 십만원이고 고치면 8만원에 새 걸 쓰는 건데 왜 수리하지 않아요.
저희집 옷장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이 사신 거라 저보다 나이가 많고,
저희집 왠만한 건 다 10년, 20년은 가볍게 넘은 것들입니다.
오래된 것들을 버리지 않고 쓰는 이유는,
그것들의 기능이 아직 멀쩡하기 때문이예요.
텔레비전은 잘 나오면 되는거고, 자동차는 잘 가면 되는거구요,
김치냉장고는 김치보관 잘 되면 되는거고, 에어컨은 시원하면 되는 겁니다.
그 기능이 멀쩡한 걸 새로 사고 바꾼다는 건 사실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어요.
이건 개인 물품에서도 마찬가지.
가방은 짐을 넣을 수 있으면 되는 거고, 화장품도 화장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음 되는거구요.
화장품 아무리 좋다고 해 봤자, 그냥 거기서 거기라는 게 제 경험입니다.
핸드폰도 전화 잘 걸리면 되구, 참고로 스마트폰도 쓰기 시작한지 2년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별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거든요.
주변사람들은 제가 스마트폰 안 쓰는 거 아니까, 옛날에 그랬듯 문자로도 충분히 의사소통 가능했고요.
지금은 어디선가 거저 주다시피 했던 "프라다폰" 쓰고 있어요.
프라다폰도 아직 전화 잘 걸리고, 카톡 잘 됩니다. ㅎㅎ
물론 옷이나 가방 같은 건, 여자들로선 한두 개 정도 좋은 게 있어야 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그게 꼭 명품일 필요는 없는거죠.
요즘 물가로 20만원짜리 정도 가죽가방이면 결혼식이나 사람들 많이 만나는 행사에 충분하지 않겠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당장 필요하지 않는데도 뭐가 갖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저는 일주일 정도 고민합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너무너무 갖고 싶으면 눈 딱 감고 사고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면 안 사구요.
카드로 소소한 지출을 할 때도, 한번은 꼭 생각하죠.
좀 더 싸게 살 수 없을까. 이걸 꼭 써야하나.. 뭐 이런 식으로.
장은 확실히 동네 슈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달도 잘 해주고, 나름의 포인트 누적 회전도 빠르고요,
서로 아는 얼굴이니 사은품이라도 하나 더 줍니다.
절대 왕창 안 사고 필요한 것 조금씩조금씩.
사 오고나서는 2, 3일 안에 그 식료품으로 요리를 합니다.
이것도 음식 버리지 않는 방법이더라구요.
시간 지나면 뭐 사왔는지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집의 정리정돈을 잘 해두는 것도 돈을 아끼는 방법 같아요.
어디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야
중복으로 사지 않으니까요.
또 오래된 가전제품이나 가구라도 깨끗하게 잘 정리해두면
신기하게도 오래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답니다.
정리정돈이 습관이듯, 소비도 결국 습관인걸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소비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부모님 댁에서 캥거루로 살고 있는지라
비슷한 또래 다른 분들에 비해선 분명히 생활면에서 여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결혼을 바로 한다고 해도
이러한 소비에 대한 제 신념은 변할 거 같지 않습니다.
부모님 세대야 다들 힘들게 가정 일구신 분들이긴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더더욱 힘들게 신혼살림 시작하셨어요.
단칸방에서 고리짝 하나 놓고 신혼을 시작했다 하더라구요.
저희집 부자라고 할 수있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부모님, 진짜 맨주먹에서, 수도권에서도 꽤 비싼 지역에 아파트 두 채 장만하시고,
그 와중에 본인들 자기 계발에도 충실하셨고,
또 저 역시, 제가 하고 싶은 공부 부족하지 않게 시켜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부모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런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절대 적은 나이도 아니고 내 돈을 벌면서도
용돈 받아쓰는 아이들처럼
스스로 소비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요.
어느 분이 저희집 타올을 보시고는 "구멍난 거 쓰고 있다"며 흉 아닌 흉을 보신 적이 있어요.
그 때 저희집 가족은 진심으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타올이 그럼 쓰다보면 구멍도 나고 하지, 그게 뭐가 문젠데? 이런 느낌이었던거죠.
그 때 알았어요. 다른 집은 타올에 구멍이 나면 안 쓰는가보다.
저희집은 타올이 구멍이 점점 커지면 그걸로 걸레하고,
걸레하다가도 더 떨어져서 조각이 나버리면 현관 바닥 청소하거나, 개수대 청소까지 하고 버리는 분위기거든요.
헌 속옷도 마찬가지이고요.
그 때 우리 부모님이 정말 알뜰하게 살림을 일구셨구나, 라고 알았습니다.
부모님의 소비습관을 물려받은 것만 해도 저는 귀하고 큰 유산을 받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시길. ^^
첫댓글 미혼이시라는데 참 바른 판단력이 있으시고, 검소하시네요. 저와 사고도 약간 비슷한 것도 읽고 글 재미있게읽었네요.
쓰다보니 길어져서 죄송했는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
저 동의합니다~^^
고맙습니다.^^
멋진부모님이시네여. 소비습관도 학습이 되네요 좋은환경서 자라셨어여^^
전 그렇지않은집에서 자라서 이제야 소비습관 되돌아보며 고쳐가고 있어요.
좋은하루되세요~~!
네, 전 참 부모님 운이 나고 난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소비습관 고쳐가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꼭 목표 이루시길~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그러게요. 고맙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잘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
너무공감되는내용이고 대단한부모님이시네요~이제 좋은신랑만나야겠군요~^^
좋은 신랑감을 아직도 못 만났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바른 가치관을 가지는게 쉽지 않죠...저희 두딸도 이런 소비습관을 가지길....
결혼은 안 했지만, 나이들수록 부모란 존재가 자식한테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따님들도 좋은 소비습관 갖게 될겁니다. 결국엔 본 만큼 배우는거니까요. ^^
긴글 잘읽었어요.저도 우리 아이들한테 본받을점이 많은 부모가 되어야겠다 다짐하게되는 글이네요.
근데 많은글에서 카드를 없애자라고 하는건
대부분 많은분이 그런 패턴의 소비성향이 안되다보니
먼저 강제로 카드를 쓰지 않는방법을 강구하자는 묘책?같은거라고 이해하심 될껍니다. 물론 님처럼 처음부터 카드를 계획적으로 쓰는분은 이해가 안될 부분일꺼에요. 님글을 읽으면서 이건뭐지 했는데 읽다보니 저도 반성하게되네요.수건요.
사은품이든.어디행사.그런데서 수건 많이들어오거든요. 쌓아노니 짐되고 남주기도하고. 학기초되면 아이들학교에서 걸레 가지고오라할때 헌 수건 여유있게 갖다줘요. 구멍날때까지 쓴다니 .반성합니다
아이들 학교에서 걸레 가지고 와라 하면, 당연히 헌수건 여유있게 줘야죠. ㅎㅎ 저 초등,, 아니지 국민학교 때 걸레 갖고 오라하면, 그 때만큼은 엄마가 구멍난 타올은 안 주더라구요. 새거에 가까운 걸로 줬던 기억이.. ㅎㅎ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공감해요~ 소비는 삶에 대한 신념이라는거..전 가치관이라고도 생각해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치 않은지에 대한.. 여기 카페는 많은이들에게서 배움 얻고 가는 공간이라 좋아여.. ^^
맞아요. 가치관이죠.. 소비라는 행위보다, 그 삶에 대한 가치관이 결국 소비로 나오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뚱이님이 소비습관이 들어서 신용카드를 잘 쓰시는 거에요. 소비습관 잘못 들어잇는 사람은 신용카드 쓰심 안된다고 생각해요. 신용카드 자체가 소비를 관대하게 만들고 빚에 익숙해지게 하기때문에 소비습관 안좋은 분들은 체카 현금쓰셔야 한다생각해요 신용카드는 저 없이 사는데 불편함이 없어요. 올해초에 잘랐는데 제 소비습관이 180도 변하는걸 보고 신용카드의 무서움을 알았어요. 확실히 소비에 관대해 지게되요. 그래서 저는 일단 과소비를 줄이고 절약의 첫 단추가 신용카드 없애기 라는건 꽤동의해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
바람직한 소비패턴 생각만 아니라 몸소 느낄수 있도록 노력하고 애들도 어릴때부터 배울수 있도록 실천하는 부모가 되도록 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가정교육을 제대로 배우셨네요~
결혼해서도 잘 사실듯~
결혼20년차인 제가 한수배우고갑니다.
별말씀을요. 과찬이십니다. 고맙습니다.
글을 읽고 나니 정말 바르게 알뜰하다란생각이 드네요.남들 따라하면 나도 저렇게 될수있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갖는것보다 나에게 맞는 알뜰함을 찾아서 생활을 해야겠다는생각이드네요.좋은글 읽게 해 주셔셔 감사해요.꾸벅.
네네, 각자 성향이나 취향에 맞춰서 소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차가 없어도 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없으면 아예 생활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다 다양하니까요.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바르게 소비하고 절약함이 몸에 뵈어있네요 많은걸 느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멋진 부모님께 제대로 배우신거 같아요.^^
바른 소비습관이 중요하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멋진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뚱이만세님은 행운아에요 ^^
금수저 물고 태어난 애들도 갖지 못한 복을 님은 가지셨어요 ㅎㅎ
부럽습니다~~
저도 어릴 땐 잘 몰랐는데, 30대를 지나면서 새삼스레 느끼게 됐습니다. 부모복은 잘 타고 난 것 같습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
저도 부모님께서 자식을 참으로 잘 키우셨다고 느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의 본질만 잃지않는다면 지나친 구매는 자동으로 절제될텐데 저도 주변을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어요.
이번 명절에 조카가 남친이 사줬다면서 이백만원하는 백을, 동서가 대학생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맘은 알겠지만, 이백만원하는 금목걸이를..하고 왔더라고요. 저는 고2인 아들 립글로즈 다 썼다는 아들 붓으로 알뜰하게 바르라고 하는데..ㅠㅠ
가장 큰 재산은 어쩜 바른 소비와 절약일지 모르겠어요.
저희집이랑 다른듯 비슷하네요
엄척알뜰하진 않아도 함부로 버리진 않하죠
양말도 기워서신고 속옷도 꿰매서입히고
내가 할수있느넌 아끼는편입니다
김치냉장고도 하나는17년-18년쓴듯하고
자동차도17년쓰다가 바꿨어요
우리집은 무조건페차까지 가는걸로 알고탑니다
양말도 신다가 기워신고 손에끼워 방걸레로쓰다가 창틀닦는 걸레로씁니다
남보기는 궁상맞아 보여도 내스스로 대견합니다
얘들에게는 저희보다 한단계나은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서
내가할수있는 절약은 해봅니다
유익한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