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찡이는 마취중이다.
스케일링을 위한 마취중...
그리고 나는 무능력하게 그저 기다리는 중.
'마취' 그것도 '전신마취'라는 말이 무서워 미루고 미루던 일이었었는데,
며칠 전 이를 닦아주다보니 흔들거리는 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이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먹기 좋아하는 녀석이 이가 다 빠져 먹을 걸 먹지 못하면 얼마나 상심할까.
살기 싫을지도 모른다.
강아지들은 음식물을 삼키지 않고 그저 꿀떡 넘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가 없는 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말만 믿을 수는 없다.
그래서 부랴부랴 엄마 병원 가는 날이 하루 미뤄지자마자 찡이를 안고 달려와 버렸다.
오기 전에도 얼마나 고민에 고민을 했는지...
최혜경 선생님 말을 언제나 100% 믿는 나이지만 '마취'라는 말에 자꾸만 의심을...(선생님, 죄송해요 T.T)
게다가 울 찡이 나이가 얼마인가.
사람도 나이가 들면 수술 후에 깨어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몇 년 전 우리 아빠 수술 때도 마취가 빨리 깨지 않아 온 식구가 가슴을 조였던 생각이 자꾸만 나는거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며 스케일링한 사례를 찾아 헤매고...
(소용 없었다. 스케일링을 해야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진정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거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
크게 마음을 먹고 동산에서 산책을 시키고, 얼굴을 닦아주고, 이도 닦아준 후 병원으로 출발!
쌀쌀한 날씨에 외출한 찡이는 신나는지 택시에서 내내 얼굴을 차창 밖으로 내밀고 상큼한 바람을 맞으며 즐겼다.
그러다 짜잔,,,, 최혜경 선생님을 보고 흠칫 놀라는가 하더니,
내 손을 떠나면서는 얼마나 덜덜 떨며, 가련한 눈빛을 하는지.
오면서
'찡이야, 병원가는 거야. 이 깨끗하게 고치러 가는 거니까 놀라지 말어.'
하고 열심히 설명해 줬건만 그땐 다 알아 듣는 얼굴이더니 뭐야, 전혀 소용이 없군, 쩝!
마취를 위한 사전 검사 결과 그런데????
게다가 귀에도 약간의 염증이,
눈에도 약간의 문제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마어마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왔다.
이거 뭐야, 우리 찡이 네 발 달린 종합병원이잖아?
선생님은 다른 건 나이에 비하면 훌륭한 거고,
콜레스테롤만 조금 문제가 있는 거라고 위로를 해 주시지만....
선생님네 고양이 녀석들도 열살 때 찡이처럼만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시지만....
찡이, 너 앞으로 관리가 더 필요하겠네.
지금쯤 마취가 깼을까?
5시쯤이면 다 깬다고 했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집에서 기다리던 엄마가 전화를 했다.
괜히 걱정할 것 같아 마취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간지 한참되었는데도 안오니 걱정이 되어 전화한 모양이다.
그래서 마취를 했고, 깨나면 데려갈거라고 했더니...침묵...
'그래, 조심조심 해서 데려 와, 응?'
찡아, 잠시 후엔 기운찬 모습으로 만날 수 있지?
아이고, 강쥐 스케일링도 사람처럼 마취 안하고 하면 좋겠다.
가족들 마음을 너무 졸이게 하는구나.
선생님이 아주 짧은 시간의 마취이고(아마도 사람의 수면 내시경 정도의 마취겠지?)
학교에서 마취쪽으로 박사 논문까지 쓴 분이 해주시는 거라고 하고,
서울대 병원에서 오신 선생님이 직접 스케일링 해주시는 거라고 아무리 말씀하셔도 귀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조금 있다가 펄펄 뛰는 찡이를 만나면 이 의심이 다 녹을까?
선생님께 죄송할 뿐.
찡이 문제엔 제가 자꾸만 소심해지네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시간아, 빨리빨리 가라....울 찡이 만나게.....
첫댓글 이번에 우리 토토 이 수술하면서 마취가 의식을 잃지 않고 호홉마취가 있다고 합니다. 좀 비싸지만... 의식도 있지만 활동할 정도는 아니고 고통은 느끼지 않는 정도...저희도 10살 이라 못 깨어날 것을 염려해 그렇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