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혁명적 사상과 철학을 담다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

“내게 천사를 보여 다오. 그러면 천사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쿠르베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천사는 현
실에 존재하지도 않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서양
그림에는 귀여운 아기 천사가 많이 등장합니다. 화가가 머릿속으로
꾸며 낸 것이지요. 그때까지 화가들은 이처럼 예술적 아름다움을 위
해서는 얼마든지 사실을 왜곡하거나 변형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쿠르베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어요. 천사를 보지 않고서는
천사를 그릴 수 없다고 말이죠. 그는 자신의 말대로 성서나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단 한 점도 그리지 않았어요. 그런 작품은 아무리
훌륭하게 잘 그렸다 하더라도 결국 화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가
짜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진실을 원했어요. 쿠르베의 이런 태도는 사실주의라는 새로운 미술
의 흐름을 만들어 냈답니다. 사실주의란 막연히 눈에 보이는 것을 사
실적으로 그린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림 속에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잘못된 현실을 담아낸다는 의미를 띠고 있지요.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은 사실주의 미술이 지닌 특성을 잘 보
여 주고 있답니다. 그의 고향 마을에서 그린 이 작품은 당시 노동자
들의 비참한 삶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요.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남자
는 군데군데 기운 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지요. 망치를 잡은 앙상한 손과 뒤꿈치에 구멍이 난 양말, 그리고
앞쪽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냄비에서 이 남자의 고단한 삶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뒤에는 나이 어린 소년이 돌무더기를 들고 낑낑대는
모습입니다. 힘에 겨운 듯 돌무더기를 무릎으로 받쳐서 겨우 들어 올
리고 있습니다. 멜빵 띠도 하나만 걸친 채 등 뒤쪽의 윗도리가 찢어
져 살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미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의 그림
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요. 신화나 성서, 역사 같은 고상한
주제를 다룬 그림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렇듯 하층민의 삶을 그린 작
품을 못마땅하게 여긴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들은 예술의 목적이 아
름다움에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고
상한 주제를 품위 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요.
그러나 쿠르베는 아름다움을 버리고 사회적 진실을 추구했어요.
귀여운 아기 천사나 아름다운 여신이 들어갈 자리에 헐벗은 노동자
의 모습을 그려 넣었지요. 쿠르베는 왜 비난을 무릅쓰고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유럽은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커다란 사회구조의 변
화를 겪게 되었어요. 신분제와 농업경제가 중심이 된 중세 봉건사회
가 몰락하면서 새로운 사회질서가 만들어졌거든요. 자본가계급과 노
동자계급으로 나뉜 사회질서인데, 이를 일컬어 자본주의라 하지요.
많은 돈을 가지고 공장이나 회사를 세워 주인이 된 사람을 자본가라
하고, 거기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일한 대가를 받고 살아가는 사
람을 노동자라 불러요. 산업혁명으로 공장제 기계공업이 발달하면서
일감을 잃은 수공업자나 가난한 농민들은 노동자가 되었어요.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현재의 사회구조는 산업혁명
때부터 시작된 것이지요.
그런데 초기의 자본주의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산업의 발달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생겨났지만, 몇몇 자본가들이
그 이득을 거의 다 차지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쥐꼬리만 한 임금
을 받으며 가난에 허덕였지요. 욕심 많은 자본가들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데 골몰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자본가는 더욱 부자가 되었고, 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해졌어요. 빈부 격차가 커지고 불평등이 심해지자 노동자들은
당연히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요.
따지고 보면, 자본가는 큰돈을 들여 공장이나 회사를 세웠을 뿐이
지 일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공장을 돌려서 얻는 이익은 노동자들
이 일을 해서 상품을 생산해 낸 덕분이지요. 만약 노동자들이 일시에
손을 놓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자본가 역시 돈 한 푼 벌지 못합니다.
따라서 자본가들이 가져가는 이익도 알고 보면 노동자의 손에서 나
온 거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노동자가 중심이 된 새로운 세상
을 만들자는 사상이 싹트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 사상입
니다. 이 사상의 핵심은 쉽게 말해 자본가계급을 없애고, 경제적 이
득을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나누면 세상 사람 모두가 잘살 수 있다는
얘기지요.
쿠르베가 살던 시대는 사회주의 사상이 널리 번져 나가고 있었으
며, 그 자신도 이를 적극 옹호하는 혁명적 화가였어요. 〈돌 깨는 사람
들〉에는 그의 사상과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그는 이 그림을 보는 사
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왜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가?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꾸
기 위해 우리는 계급투쟁을 벌여야 하는 게 아닌가? 결국 쿠르베는
이 그림을 통해 사회 정의와 평등을 부르짖은 것이지요. 그러면서 부
자나 가난한 자나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것
입니다.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년) | 프랑스 국경 근처의 오르낭에서 태어났습니다. 21
세에 파리로 가서 독학으로 화가가 되었어요. 그는 자신을 사실주의 화가라고 선언
하고, 현실의 모습을 과장이나 꾸밈 없이 묘사했지요. 〈돌 깨는 사람들〉같이 당시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을 발표하여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답니다. 그림뿐 아니
라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벗으로서 혁명적인 삶을 살았지요. 1871년 프랑스 파리
에 수립되었던 세계 최초의 노동자 민중 자치 정부, 이른바 ‘파리코뮌’이라 불리는
혁명정부에 평의회 의원으로 참가하여 미술가 동맹의 대표로도 활동했어요. 하지
만 파리코뮌이 불과 두어 달 만에 붕괴하자 쿠르베는 나폴레옹의 기념탑을 파괴한
죄로 감옥에 수감되었지요. 석방된 뒤에는 전 재산이 몰수되고 막대한 벌금이 부과
되자 스위스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생애를 마쳤답니다.
* 별첨 사항: 이 글은 <새콤달콤한 세계명화 갤러리>(길벗어린이)에서 일부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글과 도판은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싣는 것이며, 본 내용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