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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어체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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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에선 무왕의 국책사업이 가속력이 붙는 사이, 서경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다. 대야발에 이어 발해의 두번째 서경군 대총사가 된 설지환은 곧 임강, 화천성으로 각각 군사를 파견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계책대로 영주 거란진영에선 가돌우가 건평으로 10만명에 가까운 8개 부족 연합군을 출동시켜 결계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당나라 최고의 명장 충왕 이준은 20만명이 넘는 대병력을 이끌고, 또다른 명장 장수규를 앞세워 거란토벌에 나섰다. 당나라의 주력부대가 거란토벌을 위해 빠져나가니, 당의 안동도호부는 더더욱 발해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그러나 발해군은 당의 안동도호부의 감시망을 피해 야음을 틈타, 산길로 군사를 속속 임강, 화천성으로 보내고 있었다.
무왕의 교서를 받은 설지환은 요동을 향한 공격준비를 철저히 마무리 짓는다. 721년 8월 27일, 5만이 넘는 발해군과 소고구려국의 원수 고진운에게서 지원받은 향도군 수백을 합쳐 화천성과 임강 일대에선 공격준비가 완료되고 출전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설지환은 서경본영 국내성에서 빠져나와 화천성에 당도한다.
[화천성, 발해군의 전진기지]
충왕 이준의 공격에 일부러 성을 내주며, 군대를 은닉한 설지환은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어놓았다. 공성무기로 포차(抛車), 창뢰(槍雷), 강노(强弩), 운제(雲梯), 충차(衝車)를 비롯하여, 그물, 모래주머니, 맥궁, 방패, 검차 등 다른 부수무기까지 철저히 준비해놓았다. 발해군의 사기는 드높았다.
668년, 고구려가 제 3차 고당전쟁에서의 패전으로 패망하고 어느덧 5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나라의 노예로 끌려가서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아야 했고, 나라를 빼앗겼으며, 살던 고향과 터전마저 빼앗기고 30년이란 세월을 당과 투쟁해야 했다. 마침내 되찾은 나라… 그러나 요동 땅의 고구려백성들은 아직도 당나라의 노예로 살고 있었다.
저 피빛에 그을려, 신음하고 있을 그 요동을 향해 오늘 5만여명의 발해군이 모였다. 서릿발같은 칼날이 이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창공을 나르는 그 화살이 이들의 뜨거운 의기를 저지할 순 없었다.
721년 8월 27일 밤, 바로 그날이었다!
새찬 밤의 기운을 뚫고, 저 창공을 뚫을 듯한 기개가 병풍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그 요동땅에 다시 깃발을 휘날리기까지 무수한 피와 땀과 눈물이 뿌려졌다. 적셔진 그 대지를 뚫고 나오는 피, 그리고 땀, 흘려진 눈물은 유유히 바람결에 날리는 풀잎에 그을려 있었지만, 그 풀잎 하나하나가 죽어간 수많은 목숨들의 진혼곡(鎭魂曲)이었다.
달빛어린, 숨소리가 비칠 때 찬란한 대지의 꿈은 사그러들줄 몰랐다.
"우리가 싸우러 가야할 저 요동에선 오래전부터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바로 지금의 우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얼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저 전장에서 수없는 목숨들이 사라졌다. 허나 우리가 오늘 이렇게 살아있고, 다시 밟을 저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를 위해 피와 눈물을 흘렸던 저 고구려의 우국열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그들의 눈물로 지켜내야 했던 그 땅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차례가 되었다. 저 요동이 어떤 곳인가. 우리 고구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곳엔 우리가 지켜야할 우리의 형제들이, 또한 당적 오랑캐들에게 짓밟혀 흩어져야 했던 우리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싸웠던 순간을 기억하라. 우리가 언제 단 한번이라도 적들보다 유리한 적이 있었고, 풍족한 적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우리는 패배를 몰랐다. 모두들 명심하라! 우린, 승리도 패배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오직 하나! 이 나라와 이 땅과 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의 가족과 우리의 후손을 지켜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세상에 그 어떠한 전리품을 준다한들 그보다 클 것이며, 세상에 그 어떠한 상급을 준다해도 그보다 더 큰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시 밟을 우리의 강토에는 다시는 우리의 아픔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크고 그보다 더 한 승리가 어디에 있겠느냐. 그렇기에 저 요동벌을 향해 나가는 것이다. 모두 명심하라! 우리의 승리는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오랑캐도 이 땅을 넘볼 수 없고,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를 믿고 우리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바로 그 모습이다. 지금 나와 함께 하는 5만 3천 발해군은 저 요동을 향해 출정하라!"
하늘 높이 휘날리는 삼족오깃발과 해태기는 찬란한 기상을 저 하늘로 뻗어내고 있었다. 이어, 설지환장군의 출전명령과 함께 발해군 5만 3천명과 소고구려국의 고진운이 보낸 백여명의 향도군은 요동으로 출정을 개시했다. 야음을 틈타 움직이는 이들의 군마소리는 조용하면서도, 강했다.
화천성과 임강진을 빠져나온 5만 3천여명의 발해군과 백여명의 향도군은 요동을 향해 맹렬하게 뻗어나간다. 서기 671년, 고간에 의해 요동의 고토를 빼앗기고 685년 일시적으로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과 그의 동지 걸사비우가 요동을 되찾았다가 697년 당의 대총관 이해고의 공격을 받고, 요동을 잃어버린지 24년 만의 일이었다.
설지환은 곧바로, 오연명과 신문덕, 하조경, 공백계를 불렀다. 자신의 아내와 알덕 등이 발해의 서부변경을 책임지고 있는 동안, 신속하게 남소성, 창암성, 목저성을 공파하고 봉황성으로 돌입해야 했다. 또한 모든 첩보망과 연락망을 지휘하는 지평훈이 발해군의 눈이 되어 있는 이때, 확실하게 처리해야 했다.
"향도군이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당은 남소성과 창암성, 목저성에 각각 5천의 군사가 배치되어 있고, 봉황성에 3만의 군사가 배치되어 있다고 하오. 우린 먼저 창암성을 칠 것이오!"
"장군, 첫 성인 남소성을 치지 않고 창암성을 친다는 말씀이시옵니까?"
"그렇소!"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사옵니까. 자칫 잘못하면, 남소성과 목저성의 당군으로부터 협공을 받을 수가 있사옵니다."
"내가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오. 적의 군대가 한꺼번에 몰리기 좋은 위치는 바로 중간에 있는 창암성이오. 창암성이 뚫리게 되면 남소성과 목저성은 서로 연락망이 끊어지게 되고 특히 남소성이 고립되고 말 것이오. 또한 우리가 선발대를 목저성에 파견하여 그들의 연락망을 차단하면, 두 성이 고립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오. 중간을 뚫으면, 우린 한꺼번에 그 세성을 얻어낼 수 있소!"
"!"
설지환장군의 지략에 크게 놀랐다. 향도군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파악한 설지환장군은 당군의 주요거점과 이동로, 교통로, 연락망을 모두 알고 있었다. 남소성, 창암성, 목저성으로 이어지는 봉황성의 외곽 삼성의 방어선에는 크나큰 허점이 있었다. 이들 성이 하나같이 완고한 성이긴 하나, 중간에 놓인 창암성이 함락되면 가장 위쪽에 있는 남소성은 꼼짝없이 고립되고, 목저성이 바로 다음 표적이 되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당군은 발해군이 창암성을 칠 경우, 그들의 병력이 창암성에 집중되고 말 것이다. 설지환은 그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가장 아래에 있는 목저성과 봉황성과의 연락을 차단하면, 목저성이 붕괴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설지환장군의 의중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전에선 되도록 피해가 적고, 압도적인 승리를 얻어내야 한다. 특히나 봉황성 외곽 삼성은 모두 대단한 성들이기에, 이 성이 압도적인 속도와 일방적인 전투로 함락될 경우 봉황성의 당군본부에 큰 부담과 사기저하를 줄 수 있었다.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으시오. 나와 오연명, 신문덕장군은 3만의 군사로 먼저 창암성으로 향할 것이오. 그리고 하조경과 공백계장군이 각각 1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남소성과 목저성으로 진군하여 향도군들이 미리 준 정보대로 저들의 이동경로와 교통로를 차단하고, 매복하여 있을 것이오. 또한 3천의 군사는 보급과 연락, 지원으로 묶어놓고 지평훈이 지휘할 것이니, 하조경과 공백계장군이 이끄는 우리 군이 남소성과 목저성에서 나오는 당나라 군대를 처리하고, 성을 포위해버리는 즉시 창암성을 낙차시킬 것이오. 그때까지 모든 군세를 철저히 위장하고, 저 창암성을 우리의 첫 공격지로 할 것이니 이점 모두 숙지하시오!"
"예, 장군!"
설지환장군의 전략대로 발해군은 먼저 하조경이 이끄는 1만의 군사가 남소성방면으로, 공백계가 이끄는 1만의 군사가 목저성 방면으로 각각 서북진, 서남진을 개시하고, 향도, 연락, 지원망을 가동하는 지평훈이 3천의 군사로 계속 첩보와 지원을 담당하는 동안 설지환장군의 3만의 본군이 창암성을 총공격하여 함락시킨다는 전략이었다.
이렇게 될 경우 당군은 고립상황을 피하기 위해, 봉황성에 증원을 청하거나 증원요청에 실패할 경우 결국 자성의 병력을 동원해 창암성을 구하려 들 것이다. 이 모든 계산이 확고하게 서 있던 설지환은 남소성, 목저성의 교통로와 군사이동로를 완전히 수중에 떨어뜨리고 창암성을 공격하는 계획을 수립했던 것이다.
발해군은 곧 그의 전략대로 하나하나 움직였다. 설지환장군은 3만의 군사를 이끌고 당군이 감시하지 못하는 산길을 통해, 창암성방면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진군을 개시한지 불과 이틀도 채 안되어, 발해군은 창암성인근의 야산으로까지 진출해 있었다. 당군은 발해군이 이토록 움직이고 있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창암성, 인근 야산]
오연명과 신문덕이 설지환장군에게 다가와 보고한다.
"장군, 아직 적들이 눈치를 못챈 것 같사옵니다. 저들도 우리 서경을 감시하고 있을 것인데 말이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오. 먼저 이 지도에 표시된 창암성의 암문(暗門: 교전시에 적몰래 성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문)으로 5백의 군사를 배치하여, 적의 전령들이 이동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시오."
"예, 장군.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다음엔 창암성의 서문과 북문쪽으로 군사 3천을 나눠 진출시킨 후 등에 횃불을 많이 지게 하여 수만의 군사로 위장시키시오. 그럼 2만 5천명의 우리 주력군이 창암성의 정문으로 들이닥칠 것이오. 또한 신문덕장군은 동북쪽에 나있는 창암성의 암문쪽으로 지평훈의 군사 1천 5백을 거느리고, 잠입하도록 하시오. 단, 주력군이 정문을 공격하며 신호를 줄때까진 절대로 적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숨어서 대기하도록 하시오. 내가 이끄는 주력군과 위장군사들은 군세를 바로 드러낼 것이나, 성을 당장 치진 않을 것이오. 남소성과 목저성의 당병들을 다 처리하고 나서 성을 칠 것이오. 지금은 창암성을 압박해, 남소성과 목저성의 당병들을 성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오. 그리되면, 우린 큰 피해없이 창암성을 얻을 수 있소!하조경과 공백계가 남소성과 목저성의 당병을 다 처리할 수 있도록 우린 창암성을 압박해야 하오. 그런 연후에, 남소성과 목저성의 당병이 다 처리되면 창암성을 일격에 쳐서 함락시킬 것이오. 신문덕장군은 성에 잠입하면, 당병들이 백성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백성들을 보호하고, 당군과의 직접적인 교전보단 백성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당병들로부터 무사할 수 있도록 하시오. 이제부터 창암성 내의 백성들의 안전은 모두 신문덕장군께 달렸음을 명심하시오!"
"알겠사옵니다!"
모든 작전회의를 마친, 발해군은 곧바로 3천의 군사를 서문과 북문쪽으로 나눠서 진출시켜놓고 아무런 움직임도 나타내지 않고, 대기하였다. 곧이어, 2만 5천여명의 군사들을 창암성의 정문방향으로 서서히 진군을 시켜나갔고, 1천 5백여명의 군사를 신문덕이 이끌고 창암성의 동북쪽 암문에 숨어들었다. 이 모든 것은 충분히 요동의 지리와 적정을 탐색한, 설지환의 책략에서 비롯되었다.
설지환장군은 곧 칼을 빼들고 전군에 명령을 내린다.
"지금이다! 창암성을 압박하며, 군세를 드러내라!"
이윽고...! 야밤에 엄청난 횃불이 일어나며, 발해군이 창암성을 포위하고 군세를 드러냈다. 또한 대장기에는 발해의 서경군 대총사 설지환이라는 장군기를 명확히 치켜들었다. 이는 창암성을 압박해, 남소성과 목저성으로 미리 진출해서 기다리고 있는 아군에게 남소성과 목저성의 당병을 밖으로 빼내 모두 처리하고, 그 두성을 낙차시켜버린 후 창암성을 무너뜨리려는 계책이었다. 어차피 3곳 중에 한 곳은 상당한 공성전을 치러야 했다. 설지환은 이를 알았기에, 두 성에선 최소한의 공성전으로 쉽게 성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이러한 책략을 구가한 것이다.
발해군이 모습을 드러내며, 기습적으로 창암성을 압박하자 창암성의 당군은 비상이 걸렸다. 곧 창암성에선 소라가 불고, 북이 울려지며 5천의 군사들이 철저한 전투태세에 임했다. 충왕 이준의 명령이 있었고, 발해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고 있었던 창암성은 확실히 빠른 속도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 모습을 보자 오연명은 설지환장군에게 더욱 대단함을 느꼈다.
"장군, 적들이..."
"이것은 시작이오. 이제 저 창암성을 압박해, 나머지 두성의 군사들을 성밖으로 나오게 할 때가 된 것 같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