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교접의 심오한 비결- 주요 등장 인물
● 소녀(素女-‘소녀경’의 주인공, 아마추어 여성을 대표하는 방중술에 도통한 선녀이며 신선)
● 황제(黃帝)
● 채녀(采女)
● 팽조선인(彭祖仙人)
● 현녀(玄女-‘현녀경’의 주인공, 프로 여성의 대표이며 방중술에 도통한 선녀이며 신선)
● 고양부(高陽負)
● 중화자도사(仲和子道士)
● 청우도사(靑牛道士)
● 서왕모(西母)
● 무자도(巫子都)
● 도인 유경(道人劉倞)
● 동현자선인(洞玄子仙人)
● 에드몬드 킨제이
● 핑크 카사노바
● 거양 강장쇠
● 로즈 칼멘
● 하준(河浚)
● 진 귀비(陳 貴妃)
● 여 소의(呂 昭儀)
● 악설령(右補關·諫官)
● 달구지(宦官)
● 고역사(高力士)
● 동녀 란(蘭) : 팽조 선인의 수제자
똥물에 빠진 황제
“어머머, 팽조(彭祖) 사부님. 아니그래 황제가 내일 안으로 작살난다는데 그렇게 태평세월이십니까?”
동녀 난이 수선을 떨기 시작하자 팽조 선인(仙人)은 비틀려 말라 빠진 만두꼭지같은 코를 실룩거리면서 시큰둥하니 뇌까렸다.
“운명인 것을 난들 어찌하랴?”
“그 놈의 운명 한번 내가 횃까닥 돌려 놓을라요.”
“네가 정녕 성화발광할 셈이면 내가 한 수 훈수하마.” “사부님 그것이 무엇이요? 답답 울울하니 냉큼 알려 주사이다.”
“정신 혼란하게 하지말고 냉큼 떠날차비 갖추거라.” 팽조 선인은 붓을 들어 대나무 쪽 엮어 만든 서찰 한통 휘갈려,
“난아,이 서찰을 소녀에게 전하면 황제 수중으로 들어갈 것이고 이 환약은 내일 아침 수라상 물리는대로 꼭 씹어 삼켜야한다고 전하거라.” 난은 서찰과 환약을 받아들고 의아한 듯 되물었다.
“아니 그래 이 환약이 황제의 목숨… 아니 운명을 바꾼다는 거요?”
“군소리 작작하고 냉큼 떠나거라. 날 밝기 전에 궁궐에 당도해야 될 것인즉…” 달빛이 시냇물 얕은 곳의 돌들에 부딪히며 떠 있었다.바람이 강을 스치고 지나가며 신록으로 침전된 수면에 잔 물결을 일구며 물가의 마른 풀들이 나부꼈다. 동녀 난은 길들인 숫사슴 등에 올라 질풍처럼 들판을 달렸다. 팽팽한 김박감 속에 어둠이 끝없이 퍼져가고 있었다. 일순 바람이 멈춰질 때 구름 사이로 내비친 별이 가냘프게 비쳐 보였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윤기가 감도는 머루알 같은 눈동자가 있었다.
앙증스러운 동녀 난이 소녀의 중계로 황제 앞에 몸을 조아리며 예사롭지 않은 서찰과 환약을 두 손 모아 바쳤다. 황제는 서찰 한번 펴보고 불편한 심사 감추면서 가가대소(呵呵大笑) 되물었다.
“해괴망칙한 이 서한이 진정 사실이란 말이더냐?”
“틀림없은께 제발 그 환약 드시고 만수무강 하시랑께요.”
“팽조 선인이 짐을 해칠 까닭이 없은즉 이 환약을 복용하겠노라. 하나 이 따위 황당한 천기누설은 죽음에 해당되는 중벌이 내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될 것이니라.” 아침 수라상 물리면서 황제는 어김없이 팽조 선인이 진상한 환약을 복용했다. 한데 이게 왠일인가? 황제의 얼굴이 푸르락 붉으락하더니 미간에 내천자(川) 주름잡으며 아랫배 웅켜쥐고 뒷간으로 뛰었겠다. 격심한 복통에 시원히 배설할량치고 뒷간문 걷어차고 뛰어들었으나 황제는 입한번 딱 벌리며 …
“애고∼!” 소리 내지르며 나자빠져 뒷간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로 이 순간 미미하나마 요상한 지진이 황궁을 뒤흔들어 하필이면 황제가 아침 수라마치던 그 자리에 천장에서 거목으로 짜 맞춘 석가래가 나가 떨어져 옥좌는 산산이 박살나고 말지않았겠는가? 똥물에 빠진 황제를 건져낸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다람쥐처럼 몸집 작은 동녀 난의 몫이었다. 왜냐하면 뒷간의 작은 구멍으로 기어들어갈 마땅한 신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절정감에 도달했을 때 사정하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목숨 구해준 은혜 신세 갚노라고 황제가 하사한 백만금과 비단필 마다하고 동녀 난은 빈손 털고 팽조 사부가 기다리는 심산유곡으로 사슴타고 돌아갔다.
물론 한 달을 두고 알현하는 신하들의 콧구멍을 간지럽히는 뒷간 냄새 풍기는 황제의 위상은 말이 아니었다. 한편 황제의 부름받고 소녀가 취락궁을 찾았을 때 밤하늘에 흐르는 구름은 월광(月光)을 하나가득 머금고 급한 걸음으로 남쪽 하늘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잘 다듬어진 궁궐 정원에는 어지럽게 변모하는 역사가 마치 식용우(食用牛)의 시체처럼 축 처져 별빛아래 쭈그리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파가 달빛아래 그 해골같은 그림자를 질질 끌고 가듯이 힘없는 등불이 깜박이는 취락궁에 자리한 황제는 오만가지 속세의 고뇌를 한 몸에 지닌 듯 잔뜩 찌푸리며 소녀에게 자문을 구했다.
“소녀 선녀! 일전에 전수한 그 비결은 가당치가 않으이…
짐은 수 많은 여관(女官)들과 교접을 갖었으되 사정(射精)을 삼가라 했지만 그게 그리 용이하지가 않으이…”
“폐하! 사정의 횟수를 줄이시면 옥체는 튼튼해지시오며 만병인들 옥체 속에 남아 있을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교접시 사정을 억제하시려면 우선 상대를 돌이나 바위쯤으로 생각하시옵고 폐하 스스로는 차원이 다르신 뛰어난 존재로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여인이 감흥을 이기지못해 몸을 떨며 부둥켜 안게 되오면 지체없이 남근(男根)을 철수(?)하셔야 하옵니다.”
“인출(引出)하라고…? 어찌 그런 잔인한 짓을…?”
“폐하 여성을 정복하시려면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에게 회초리 짓을 하시는 그 기개로 대하셔야 하옵니다.” “야생마에게 회초리짓하듯이라 하였는가?”
“예 폐하! 깊은 함정에 빠지시면 몸이 부서지고 말것이니 정력을 과다하게 사용치 않으시도록 배려 하시오면 생명과 활력은 샘물처럼 끊임이 없을 것이옵니다.”
“참으로 수긍이 가는 가르침이로다. 하나 정(精)을 귀히 여기라는 그 본 뜻은 알겠으나 교접시 상대방을 목석(木石)으로 여기며 자신의 정을 아껴 사정 직전에 남근을 빼버린다함은 참으로 비정한 짓거리이며 지나친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상이 아니겠는가.”
여명은 불길처럼 빛나고 있었고 몇 조각의 뜬 구름 사이로 빛살이 찬연한 생의 약동을 구가하며 대지를 향해 내려 꽂히고 있었다. 여자의 행복과 여자의 슬픔을 가득 담은채 그렇게 아침 햇살은 소녀를 비쳐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서시랑(中書侍郞·차관급 공무원)인 아버지를 둔 어린 시절의 소녀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었다. 첩살이. 그것도 갓 피어난 어린 하녀에게 잉태케한 부친이 고고소리를 내지르며 탄생한 소녀에게 고운 눈길을 줄리 없었다.
언제나 어둠침침한 헛간같은 행낭채에서 다른 하인들과 다름없는 박정한 대접을 받으며 생의 의의를 찾지 못한채 회의와 굴욕감 그리고 좌절감속에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다 빈방 한칸이 생겨 소녀의 보잘 것 없는 침상이 그리 옮겨져 16세에 비로소 초라하나마 방 하나를 찾이하게 됐다. 어느날 밤 잠자리에 든 소녀는 인기척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성관(星冠)을 쓴 이목(耳目)이 수려한 대장부가 침상곁에 서 있질 않은가? 방안은 정숙과 찬 공기 속에서 응결된 어둠의 입자에 지배된 듯 죽어 있었고 사나이의 얼굴에는 엄숙함과 따사로운 미소가 뒤엉켜 있었다.
“보기 드문 너의 미색(美色)에 채색하려 내가 왔노라.”
소녀는 오금이 저리고 말문이 막혀 죽어가는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너에게 이 지상에서는 다시 없을 아름답고 황홀한 쾌감의 최절정을 일깨워주리니 두려워말고 옷을 벗고 몸을 열라.” 소녀는 이미 예견했거나 정해진 숙명처럼 무의식중에 옷을 벗고 알몸으로 침상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사나이는 거침없이 옷을 벗어 던지며 유유히 소녀곁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소녀를 포옹했다. 그 야릇한 절정감은 뜬 구름위에 무지개처럼 감미로웠고 황홀했다. 열번째 방문을 끝으로 그 환상속의 귀공자는 발길을 끊었다.
“너의 미색에 버금가는 그 성희(性戱)와 방중술은 아마도 고귀한 사나이들을 미치게 할 것이다. 나는 너에게 모든 교접의 심오한 비결을 모두 전수했고 너는 충분히 터득한 것으로 생각된다. 부디 거친 세상 나가며 여자의 행복을 찾도록하라.” 소녀는 마지막 교접에서 하늘로 승천할듯한 황홀한 절정감에 몸을 떨었다. 소녀는 날이 새기가 바쁘게 그 사나이 옷자락에 꿰매놓은 명주실을 따라 뒷문 밖으로 따라 나섰다. 얼마간을 더듬어 가다 마지막 종착지에 도달했다.
거목이었다. 천년은 됐음직한 그 거목 나무 가지에 낯익은 그 사나이의 도포자락이 휘날리고 있을뿐 사나이의 종족은 영영 찾을 길이 없었다.
원탁의 방중술 자문회의
소녀의 나이 18세에 팔려가듯이 이웃마을 토호(土豪)의 셋째 첩으로 시집을 가게 됐다. 서른살이나 나이 차이가 있었으나 남편은 소녀의 미색에 취했고 그 무궁무진한 방중술에 넋을 잃었다. 하지만 소녀에겐 그 환상속의 사나이가 전해주던 그토록 현란하며 강렬하던 교접을 다시는 찾을 길이 없어 초조해하며 남편의 교접을 탐닉하다보니 남편은 3년만에 기력이 쇠진하여 황천길로 떠나고야 말았다. 본처와 일곱명의 애첩들은 소녀의 음탕함이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가진 욕설과 구타로 추방하고 말았다.
그 후 소녀의 애정행각은 무척 다채로웠으나 번번이 사나이들은 소녀의 정력을 감당치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으니 소녀는 어느날 홀연히 깨닫은 바 있어 입산수도하여 선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기구한 과거사가… 아린 상처로 소녀의 가슴 한구석에 언제나 모닥불처럼 타오르는 것이었다.
지난날의 알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리던 그 시절의 뜨겁게 맥박치던 혈조(血潮)는 이제 흐르고 있지 않다. 그건 스스로 혈관을 잘라 몸 밖으로 흘려 보냈기 때문이다.
그건 스스로 혈관을 잘라 몸 밖으로 흘려 보냈기 때문이다. 미련속에 산다는 것은 달콤한 유혹이 끊임없이 따라 다니고 그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인간다움을 확인할 수 있었건만. 이제는 아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매미 껍질의 잔해만이 앙상하게 남아 있을 뿐… 살아있는 시신과 무엇이 다르겠는다. 소녀는 시름없이 내려 퍼붓는 장마비속에서 나름대로의 이념을 정립키위해 다섯 명의 방중술 자문관을 불러 모았다. 에드몬드 킨제이, 핑크 카사노바, 강강쇠, 로즈 칼멘, 그리고 하준의 면면이었다. 원탁에 자리한 다섯 명의 쟁장한 방중술의 달인들은 오늘의 연구과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소녀 선녀! 오늘의 과제는 거근(巨根)과 여성의 최절정감과의 상관관계를 논함이 어떻소이까?” 색골 핑크 카사노바의 의미심장한 제의가 회의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궈놨다.
“어따 기왕이면 이 나라 최대의 남근을 선정하는게 워때유?” 이름하여 강강쇠, 아호를 거양(巨陽)이라 했으니 그의 소유물은 한 나라를 대표함에 있어 손색이 없음을 입증할만한 거포(巨砲)임엔 틀림이 없으렷다. 이때 방 앞을 지나던 고역사(高力士)가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던지 방안에 한발 들여놓고 울부짖었겠다.
“강강쇠! 그래 니캉내캉 한번 겨뤄보자 이거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