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문친구들과 전국 돌며 전법 고생 많았지만 그때가 그리워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넓게 보아야 한다. 4년 동안 불교학을 배웠으니, 혼자의 학력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제 배운 것을 불교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널리 전하여야 한다. 1962년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필자 는 방학 동안이라도 전법일선에 나서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때 양주동박사가 대학원 원장의 소임을 맡고 있었는데, 순회강연을 계획하기에 앞서 원장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 찾아갔다. 원장님은 이제 갓 대 학원에 입학한 사람이 무엇을 안다고 전국순회강연을 하느냐고 걱정했다. 그래서 강연을 나설 동문들과 함께 각자 아는 바를 성심성의껏 설명했다. “그럼 한 번 해보라”고 하며 허가를 내주었다.
대학원장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김인덕, 박동기 등의 동문들과 나는 불교종립 학교중심으로 강연하기로 하였다. 대전 보문고등학교, 대전 심광사, 대구 능인고등학교, 보현사, 부산 해동고등학교, 대각사, 마산 추산동 포교당, 경주 법장사, 포교당, 포항, 영주, 강릉포교당, 주문진 속초 등으로 버스, 기차 등을 갈아타면서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부처님의 교설을 열심히 전법했다.
김인덕 학형은 ‘불교란 무엇인가’란 제목으로 여름 더위를 무릅쓰고 있는 힘을 다하여 정열을 쏟았다. 박동기 동문은 또 ‘태권도와 건강’이라는 제목으로 열강을 하면서 연단에서 태권도의 자세시범을 보였 다. 당시는 태권도가 별달리 유행되지 않던 시대라, 고등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았고 일 반인들도 관심 있게 들어 주었다.
필자는 ‘불교의 인간관’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였다. 부처님의 깨침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가. 그리하여 그 깨침의 내용을 설명하였다. 첫째는 연기법이요. 둘째는 삼법인, 셋째는 팔정도로 한정 하였다. 이 우주는 모든 것은 인연화합으로 이뤄졌다가, 인연이 다하면 모두가 소멸한다는 법칙을 설명 하고 이러한 법성은 모두가 무상하고 자기라고 주장할만한 당체가 없는 무아임을 전했다. 또 이 무상과 무아를 깊이 깨쳐 알게 되면 열반적정을 터득하게 된다고 설파하여, 또한 이러한 세계에 진입하려면 팔 정도를 닦아 나가면 부처님의 정법을 이룩할 수 있다고, 있는 힘 다하여 설명하였다. 사람들에게 박수도 받은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강연 내용은 모두 불교학과 교수님들에게 수학한 결과물이었다. 특히 나의 은사인 현곡 김잉석 박사님의 불교학.화엄학.구사학 내용 중 연기, 삼법인, 팔정도가 녹아있어 항상 스 승의 가르침을 가슴에 아로새겨 있었기에 1962년 여름 한 더위도 별로 무섭지 아니하였다.
세 사람은 강연을 마치고 나면 온 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우린 대중목욕탕에 가서 목욕하고 칙칙한 여 관방 세수간에서 내복도 빨고 양말도 헹구기도 하였다. 어떤 때는 아직 마르지 않는 세탁물을 신문지에 말아서 룩색에 넣어 짊어지고 다니기도 하였다. 흰색 런닝에 먹물이 들기도 하였다.
그때 전법강연회를 하던 때가 좋았다. 그 벗들이 있으면 다시 그러한 정열을 쏟을 수 있을까. 젊음은 아 름답고 귀한 것이다. 나는 그때 그 인연을 잊을 수 없어 남산아래 약수법사라는 수행처를 갖고 있다. 이 수행처 3층 법당에는 천불을 모시고 있다. 이 천불 중에는 김인덕, 박동기, 고익진 학형도 모셔 놓았다. 내 마음의 위안을 삼기 위한 것이므로, 조용히 모신 것이요, 그리하여 축원 기도를 할 때 이미 망자가 되 어 아미타불 극락세계에 계시고 있지만, 그래도 왕생 회향하기 위하여 내 친구들 동지들을 위하여 천불 중 일불이 되었으니, 내 마음이 위안된다. 세상은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는 마음 으로 기도하는 것이 아닌가.
*********************************************************************** http://www.bupsa.or.kr .법사원불교대학. http://cafe.daum.net/panan .관 음 사.
[불교신문 11월21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