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마포 나루
마포의 본 이름은 삼개요, 삼개 하면 삼개 삼주(三主)가 떠오른다.
나루를 지배했던 객주(客主) 색주(色主) 당주(堂主)가 그것이다.
객주는 집산하는 물화를 보관·위탁·판매하는 경제지배층이다.
삼개 미두(米豆) 객주가 사흘만 쌀을 매점하면 장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고
사흘만 새우젓을 매점하면 장안 밥상이 싱거워진다 하리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무시로 객주가 풀어놓은 무시로장수들의 ‘용수 채반 시루밑 시누이 뺨치기 좋은 밥주걱―’ 하는
호객소리는 삼개의 청각문화재였다.
왕족이나 고관대작들의 돈을 늘려주고 거간하는 벼슬객주, 팔도의 물화가
돛단배로 집산되기에 날씨를 미리 알아 팔아먹는 바람비 객주에 이르기까지
전통사회의 경제 사회구조가 이 삼개의 객주체계에 수렴 소형화돼 있었다.
천석배(千石船)의 소금을 혼자서 다 들여먹고도 물 한모금 마시지 않는다는 삼개 기생―색주(色主)다.
얼굴 길이보다 높은 트레머리를 하고 치맛깃 거둬들여 속곳 가랑이를 노출시킨 채
등롱들고 호객하는 삼개 색주들은 한양 8대 야경 가운데 일경으로 시의 소재가 돼 왔다.
일패(一牌)기생에서 삼패(三牌)기생, 갈보, 다방머리까지
한양의 홍등문화가 이 삼개에 압축돼 있었다 해도 대과가 아니다.
뱃길의 무사를 비는 푸닥거리가, 삼개의 무당수요를 부풀려
당주(堂主)가 삼개를 받치는 삼정(三鼎)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마포 인근에 공민왕신당 남이장군부군당 최영장군복개당 이태조신당 제석당 등이
명맥을 잇고 있음만 보아도 삼개는 한국 무속문화의 축소판이기도 했다.
무당조합이란 풍류방까지 있어 무당의 기강과 풍기를 사로잡았으며 형틀을 차려놓고 형까지 집행했었다.
지방자치제의 정착으로 관내 유형·무형 문화재의 복구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작금,
삼개의 삼주(三主) 문화는 유형·무형문화재일 뿐 아니라 한양의 서민생활을 압축하는 박물관적 가치에
관광가치가 상승(相乘)하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번영을 기원하는 마포나루 굿을 베풀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나루터에 삼주문화를 부활시켰으면 하여 권해 보는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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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4일 조선일보에 '이규태 유작'으로 실린 <이규태 코너> 마포나루를 옮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