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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진군농민회 원문보기 글쓴이: 철벽
이영수·전농 정책국장지난 5월 ‘2007년 농민투쟁 승리를 위한 시군 간담회’를 진행하던 중 경북 김창호 사무처장이 꼭 한 번 가봐야 할 때가 있다며 우리를 급히 이끌었다. 예천 지보면 이었다. 문경식 의장님을 비롯한 총연맹 간부들의 갑작스런 방문이 귀찮을 법도 한 데, ‘올 수 성적표’를 받은 아이마냥 생기가 넘친다. 의장님의 방문을 카메라에 담고자 갑자기 불려나온 고등학생 아들에게 ‘농민운동을 하는 이 분들이 장차 네 모습’ 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씀에 아들은 진지하기만하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뭐 하나 볼 것 없는 오지에 평일임에도 도외지 사람들로 북적대고, 하나같이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희망에 찬 회원들. 도대체 예천 지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예천의 명물로 자리 잡은 ‘참우마을’예천읍에서 지보면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60평 남짓의 정육식당이 있다. 이 조그마한 식당에 그곳도 읍내에서 제법 떨어진 이 곳에서 무슨 장사가 되겠는냐는 의문은 식당인근 도로변에 늘어선 차량을 보는 순간 ‘장사가 좀 되긴 하는구나.’ 라고 바뀌었다가, 매장을 꽉 채운 손님들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주말이면 대기번호가 50번까지 발급 된다고 하니, ‘참우 작목반’ 에서 급히 만든 임시 주차장이 비좁기만 하다. 고용인원만 20명, 한 달에만 소 35마리 도축, 월 매출액 3억. 종자돈 1억 2천, 7개월만의 영업실적이라 하기에 믿기지 않는다. 더욱이 이 모든 성과가 ‘장사꾼’ 아닌, 소를 이 키우던 우리 농민들 스스로 만든 것이라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참우마을’의 성공전략참우마을 탄생이 처음 이야기 되었던 곳은 다름 아닌 상경투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안이었다. FTA 반대 투쟁은 투쟁대로 열심히 해야지만, 우리 스스로도 지역에서부터 뭔가 구체적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겼단다. 자연스레 농민회 회원들 다수가 작목반을 구성하고 있고 예천에서 쌀 다음으로 비중을 차지하는 소를 주목하였다. 때마침 그 당시 정부가 한미 FTA 체결을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나라 쇠고기 값이 세계 최고’ 라며 난리를 칠 때였다. 사실은 현지 에서 한 마리에 6백만원하는 소 값이, 도축 운송비로 30만원 붙고, 인건비 30만 원 붙고, 백화점에서 1천만원에 팔고, 소비자들은 식당에서 2천만원에 사먹 는 잘못된 유통구조 때문인데도 말이다. 얘기하다보니 소 한 마리 잡으면 400근이 나오고, 한 근당 1천원만 남기면 7백만원에 소비자들에 게 줄 수 있는데 유통업자들의 횡포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참우마을 정육점에서는 600그램에 1만2천~3만5천원에 판매하는데, 식당에서 바로 먹으면 1인당 3천5백원만 더 부담하면 된다. 서울시내의 왠만한 삼겹살 값이다. 백화점에 납품하는 고기를 반값에 팔면 비록 거리가 멀지만 먹으러 오지 않을까 단순히 생각했다. 거기에다 매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이 직접 키우는 소를 판매하니 유통과정에서 둔갑 판매하는 우려도 말끔히 씻겨 믿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리고 예감은 적중했다. 개업발(?) 대목발(?)
‘참우마을’의 성공 비결은 바로 농민회
현재 작목반 구성원도 활동력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거의 대부분 농민회원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 쓰레기 매립장 반대 투쟁부터 농민회의 수많은 투쟁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의지하고 신뢰하는 사이다 보니 좀처럼 문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 흔한 회의록 하나 없고, 심지어 1억짜리 공사에도 회계장부가 없단다. 굳이 따지는 사람도 없고 그저 서로를 믿고 하는 거란다. 농민회가 바탕에 없었으면 결코 못 해낼 일이란다. 빚 안지고 농사짓는 새로운 모델, 공동축사김대중 정부 시절, 정부에서 농가부채 해결방안을 위한 정책 공모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때 최병용 감사는 ‘공동축사’를 제안했다고 한다. 골자는 정부가 개별 농가들에게 우사지으라고 유도해 자꾸 빚 주지말고, 정부에서 우사를 짓고 농가들은 소만 갖다 키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농가부채를 분석해보면 대다수가 고정자산 투자에 따른 것을 감안 해 보면 실로 획기적인 안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일부 농기계나 시설의 공동이용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비록 채택은 안 되었지만 다행히 진흥청에서 지원을 받아 5명과 뜻을 모아 공동축사를 지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농가 500마리 정도가 공동축사를 이용하고 있는데, 전기료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여 한 칸(10평, 4마리 기준)에 3개월 당 10만원의 사용료를 납부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단다. 60%의 자부담과 융자는 공동축사 사용료로 해마다 갚아가고 있다. 또 송아지 구입비를 제외한 경영비의 80%를 차지하는 사료비를 줄이기 위해 본사와 직거래를 터 일괄구매 하는 한편 지 역부산물을 이용한 발효제 개발로 비용절감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보면지회 협동체계 구축의 근간, 농기계 공동이용 사업지보면 지회 활동 중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농기계 공동이용 사업이다. 2003년 쌀투쟁 당시 군청 천막농성을 할 때였다. 술을 한 잔 걸치면서 ‘우리 농민회 회원들이 다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빚에 찌들리고 사는지’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데 조재춘 회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게 다 기계 빚 때문이란 것이다. 10마지기 지으나 50마지기 지으나 똑같이 트랙터 사고 농기계 사서는 답이 없으니, 내 집에 있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공동으로 이용 하면서 우리끼리 기계 품앗이 해 보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조재춘 회장은 트랙터, 콤바인, 승용이앙기 구입비로 1억5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렇게 조재춘 회장 의 아픈 경험으로 사업이 제안되고 면지회 총회를 통해 정식사업으로 채택되었다. 농기계 공동이용 사업의 현황농기계 공동이용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04년도에는 회원 위주로만 운영을 했다. 로터리 치는 사람은 로터리만 치고, 모심는 사람은 모만 심고, 논둑 만드는 사람은 논둑만 만들고 그렇게 담당분야를 정해서 일하다 보니 일도 수월하고 회원간의 책임감과 유대도 몰라보게 강화됐다. 첫 해 회원위주로 운영해 보니, 기계 이용률이 여유가 생겼다. 내친김에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위해 효도 못자리 사업도 해 보기로 했다. 이듬해에는 소문이 나서 위탁이 폭주했다. 감당이 안돼 회원 전원이 작업했을 경우 3일내로 할 수 있는 정도인 300마지기로 위탁한도를 정했다. 물론 사업을 하다보면 인정 때문에 기준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공동이용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한열 총무 얘기로는 올 해도 400마지기 가까이 경작하고 있다고 한다. 일이 많다보니 농민회 재정으로 볍씨파종기도 구입했다. 공동작업기간내 불가피하게 불참하는 회원들은 대리인을 내오든지 아니면 4만원의 벌금제도도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품 값은 농민회 회의를 통해 정하는데, 농민회 기준이 면의 품 값 기준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조재춘 지회장의 제안으로 품삯의 절반을 농민회 재정으로 적립하기로 했다. 수확철 콤바인 작업은 인근지역의 회원이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마을별로 품 삯 차이가 있어 현재 농민회 차원에서 조율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회의를 통해 결정된 품 값> * 논갈이(200평 기준):1만5천원 * 로터리(200평 기준):2만5천원 * 논두렁조성(100미터 기준):1만원 * 이앙작업(200평 기준):2만원 * 모판(20판 기준):5만원 * 모판이송(20판 기준):1만원 농민회, 경로당에서 인기 짱
혹 지금까지 글을 읽고 지보면에서 생기는 일에 관심이 있으십니까?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농민회에 한가로운 날은 결코 없으니, 작정해서 예천 지보에 값싼 소고기나 한 번 먹으러 가지 않으실래요? 농기계공동이용사업으로 신축한 사무실과 공동창고 연락처:참우마을 054-653-9282 / 최병용 감사 011-9384-8786 <현장인터뷰>
올 2월부터 결합했습니다. ‥ 식당에서 일 하시기 전에는 무얼 하셨나요? 농사지었죠. 양파, 마늘, 고추 키우며 소 키우는 것도 거들었죠. 여기 일하는 아줌마들도 대 부분 농사짓던 사람들이고 농민회 회원 부인들이 많아요. 그래서 서로 이해할 수 있어 좋아 요. ‥ 식당일 해 보니깐 어때요? 식당일은 농사일보다 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깐 사람들 상대하는게 만만치 않습니다. 거기다가 식당일 쉰다고 쉬는 날이 아니라 밀린 집안일이며 농사일해야 되니깐 더 힘든 것 같아요.(웃음) ‥ ‘참우마을’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우리가 직접 키운 한우를 값싸게 소비자들에게 대접한다는게 참 좋아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 농민들 스스로가 살 길을 모색하고 희망을 찾아간다는게 참 뿌듯해요. ‥ 바램이 있다면.. 물론 이 매장이 더 번영했으면 좋겠고, 다른 농산물도 이런 형태의 직거래가 농민들 손으로 많이 개척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식당이 잘 운영되는 것은 어디까지 부업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남편들이 농사짓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어 마음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