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산책이 좋아요.”
개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다. 코를 박고 허겁지겁 밥을 먹다가도 주인이 외출할 조짐이 느껴지면 밥 그릇을 밀치고 달려오는 애견들. 집단으로 산과 들을 누비고 다니며 생활했던 야생 습성이 남아 있어 걷거나 달리는 본능은 여전히 강하다.
따라서 애견에게 산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활동욕구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개들은 과도하게 짖거나 집 안 물건을 물어뜯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고, 다리 힘이 없어져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크게 다칠 수 있다.
애견 산책은 성격 형성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산책을 하는 동안 사람이나 다른 애완동물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져 사회성이 자연히 길러지고, 햇빛으로부터 비타민 D를 공급받아 피부병 예방 차원에서도 좋다. 또한 요즘 늘고 있는 동물 비만을 막고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까지 예방할 수 있다.
◆산책 전엔 목줄 길들이기부터=한 번도 매어 보지 않은 목줄을 매고 산책하려고 하면 개는 불편함과 공포심을 느껴 외출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산책 전에 실내에서 줄을 맨 채로 자유롭게 놀도록 해 줄에 익숙해지게 한다. 그런 후 실내에서 줄을 매고 걷거나 달리는 연습을 충분히 한 뒤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때에도 겁이 많거나 경계심이 많은 개들은 좀처럼 걷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개를 잡아 끌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대신 소리 나는 장난감으로 끈기 있게 유도할 것. 집 근처나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해 실외에서 노는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떻게 시작할까=산책은 활동욕구가 늘어나는 생후 4개월째부터 시작한다. 생후 3개월 전까지는 집 안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된다. 산책은 짧은 거리에서부터 먼 거리로 운동량을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항상 실내에서만 생활했거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책하는 개라면 산책 전에 몸 상태나 외부 온도 등을 잘 살펴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첫 산책에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낀 개는 두번 다시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
산책할 때는 줄을 짧게 쥐어 개가 목을 약간 위로 든 상태에서 걷게 하는 것이 좋은 자세다. 애견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애견비옷을 이용하면 비가 오는 날에도 산책이 가능하다. 중·대형견은 비에 몸이 젖어도 크게 무리가 없으므로 산책할 수 있다.
◆개마다 다른 산책시간=운동량은 대체로 개 몸집에 비례한다. 몰티즈, 치와와, 페키니즈 등 실내에서만 키우는 초소형견은 집 안에서 뛰노는 것만으로도 운동량이 충분하다. 산책을 한다면 일주일에 1∼2회면 적당하다. 비글, 시추, 닥스훈트, 토이 푸들, 화이트 테리어 같은 소형견은 실내 활동량만으로는 운동이 부족할 수 있다. 아침과 저녁으로 하루 2회 15분씩 산책을 나가는 것이 좋다.
중·대형견에게는 좀더 많은 시간과 활동이 필요하다.
세터, 셔틀랜드 시프도그, 포인터 등 중형견은 하루 2회 30분 이상씩, 골든 레트리버, 세인트 버너드, 시베리언 허스키, 콜리, 래브라도 레트리버, 셰퍼드 등 대형견은 하루 2회 각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이때 그냥 걷는 것만으로는 운동량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풀어놓고 자전거를 타거나 앞서 달려서 개가 함께 뛰도록 한다. 대형견으로 5세 이상이나 중·소형견으로 7∼8세 이상인 개는 체중, 운동량, 식사량 등을 고려해 적절히 산책시간을 조절한다.
◆이런 점은 주의=자전거로 운동하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개는 자칫 바퀴에 치이는 등 위험할 수 있다. 자전거를 천천히 몰면서 같이 가는 연습을 한다. 또 쫓아가기에 속도가 너무 빠르면 개가 지칠 수 있으므로 상태를 살피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무리한 운동을 피할 수 있다.
산책을 하기 전에는 물을 적당히 먹여 둔다. 그래야 길가에 고여 있는 더러운 물을 먹지 않게 된다. 만약 산책 도중에 잔디밭이나 길가에 있는 풀을 뜯어 먹으려고 하거나 땅에 떨어진 음식물을 먹으려 한다면, 줄을 끌어당겨 충격을 줌으로써 강하게 야단을 친다. 기생충이나 나쁜 균에 감염되므로 반드시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강아지나 사람을 향해 짖을 때에도 목줄을 끌어당기거나 “안 돼”라고 명령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한다.
산책을 하면 대부분의 개들이 배변을 한다. 특히 수컷이라면 영역표시를 하려고 여기저기 오줌을 싸기 마련이다. 만약 남의 집 대문이나 자동차 타이어 등 타인에게 피해를 미치는 장소라면 하지 못하도록 제지한다. 배변 훈련처럼 정해진 장소에서 대·소변을 보도록 길들이듯 훈련할 수 있다. 배변 봉투 지참은 필수.
산책이 끝나면 즉시 더러워진 몸을 닦아 준다. 특히 실내견이라면 발을 깨끗이 닦을 것.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는 때에는 산책 후 충분한 양의 물을 먹이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