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을 둔 주부 최지수(32세)씨는 내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지, 유치원에 보낼지, 아니면 유아 전문 학원에 보낼지를 놓고 고민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최씨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커가는 아이의 욕구를 혼자서 감당하기엔 벅찼기 때문이다.
“저 혼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이제부터 서서히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길러야 하고 또 다양한 체험학습이나 교육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저보다 전문가인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주변 엄마들에게 아이가 처음 어느 곳에서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무척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선택하는 데 여간 고민이 아니에요.”
그녀는 어린이집, 유치원, 유아 전문 학원이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지만 최근엔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서로 비슷해지는 추세여서 선택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시청,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거나 사립으로 운영하는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보육’이 목표지만 최근엔 연령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유치원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교사 지침 등이 나와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도 할 수 있다.
① 시립·구립 어린이집 : 여성부 산하 기관으로 시청이나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한다. 따라서 원비가 저렴하고 시설도 좋다. 무엇보다 위생 등 관리가 철저해서 믿을 만하다. 프로그램은 체계적인 학습보다는 생활 교육 위주로 진행하며 교사들의 질도 높은 편이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연령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편하다. 따라서 집과 거리가 멀 때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대기자가 많아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시립이나 구립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선 시청이나 구청에 문의하면 된다.
② 재단 어린이집 :
대표적인 곳이 삼성어린이집인데 삼성어린이집은 삼성그룹이 공익사업을 목표로 설립한 삼성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삼성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시설과 프로그램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원비도 사립에 비해 저렴하고, 시립이나 구립 어린이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곳 역시 차량이 운행되지 않는다는 점은 시립·구립 어린이집과 마찬가지. 서울 지역을 제외하곤 수도권이나 지방에 그 수도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 전국에 모두 35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자세한 내용과 정보는 삼성복지재단 홈페이지(www. samsungfoundation.org) 에 나와 있다.
③ 직장 어린이집 :
맞벌이 직원들을 위해 각 사업장에서 별도로 지원·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회사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원비가 저렴하고, 아이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어 많은 기혼 여성이 선호한다.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어 아이에게 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가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않는 사업장이 더 많고,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의 자녀는 받아주지 않아 이용이 제한적이다.
④ 민간 어린이집 :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말하는데 시설, 프로그램 등이 어린이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원비가 비싼 게 흠. 시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보육 교사 1인당 돌보는 아이 수도 많아 섬세한 보살핌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이 운영하다 보니 위탁 부모의 사정을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편이다. 간혹 영세한 어린이집에서 위생이나 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니 선택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반일제, 시간연장제, 종일제로 나누어 수업한다. 어린이집이 보육 기능이 먼저라면 유치원은 정부에서 인정한 교육기관이다. 국·공립 유치원, 대학 부속 유치원, 병설 유치원 등 종류가 다양하다.
① : 국·공립 유치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공교육기관. 교육부에서 제안하는 유치원 교과과정에 충실하고, 초등학교와 연계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학부모 부담이 적으며 교사진 역시 국가 임용고시를 통해 선발된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당, 시청각실, 운동장 등 학교 시설을 같이 이용하므로 활동 공간이 넓고 다양하다. 오후 1시에 수업이 끝나는 단점을 보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20명 정원에 전담 교사 2명으로 구성된 종일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교육의 질이 높고 교육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대기자가 많은 편이다. 또한 행사가 많고 부모 참여도가 높아서 아이의 생활을 자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직장에 다니는 엄마라면 잘 참여할 수 없으므로 이런 점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② : 대학 부속 유치원
유아교육학과가 있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아이 중심의 전문화된 교육이 장점이다. 새롭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지만 경쟁률이 치열해 입학이 쉽지 않다.
특기·지식 교육을 거의 하지 않고 유아 중심의 교육을 추구하며, 대학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수업료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나가더라도 경력이 많은 교사들을 영입하는 편이다. 또한 대학 교수진이 부속 유치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교육 이론을 만들고, 연구 성과를 바로바로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유아교육학과 학생들이 자주 실습을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인력이 충분하다.
대학 부속 유치원은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데려다주면서 교사와 얼굴을 자주 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통학할지를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③ :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함께 운영하는 유치원을 말하는데 유치원 교육과정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연계가 다른 유치원보다 잘 되는 것이 가장 큰 강점. 초등학교 행사에 같이 참여하거나 초등학교 모의 수업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유치원 내에 있는 것뿐 아니라, 초등학교와 공유하는 학습용 자연농장, 커다란 운동장 등을 합치면 시설의 규모와 종류에 있어서는 유치원 중 최고일 듯.
일반 사립 유치원처럼 유아들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영어, 체육 등을 전문 강사의 지도하에 실시한다. 방과 후 특기 적성 교육도 원한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같은 지역에서 등하교하는 초등학생과 유치원 어린이들을 의형제, 의자매 관계를 맺어주어 등하굣길을 돕게 하는 것 역시 다른 유치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입학 가능 연령과 모집 인원수는 유치원마다 다르나, 상급반은 이전에 다니던 아이들이 그대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결원만 충원한다. 정원 초과 시에는 공개 추첨한다.
④ : 사립 유치원
유치원을 개인이 운영하고 교사들은 임용고시를 통해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 자체적으로 채용하는 등 국·공립 유치원과는 다르다. 국가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수업료가 비싼 게 단점이다. 각 유치원에 따라 교육이념과 아동관, 교육 풍토 등이 다른데 대부분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만 몬테소리 교육, 프로젝트 접근법,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등 자체적으로 특정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표방하는 곳이 있다. 또 영어 유치원, 스포츠 유치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치원도 있어 그만큼 학부모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다.
정규 유치원 과정이 끝난 후 미술이나 체육, 영어 등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프로그램 내용 및 일정을 파악하여, 아이의 전체적인 교육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는 것이 좋다.
미술학원, 태권도학원, 영어학원, 음악학원, 가베, 하바, 레고닥터 등 다양한 학원이 있다. 요즘에는 특기 교육뿐 아니라 유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각각의 전문성을 심화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① 유아미술학원
5~7세가 대상이다. 미술을 통해 모든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일반 유치원과 같은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종일반을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지만 간혹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병행 운영하는 미술학원도 있다. 다양한 미술활동을 통해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익히고, 새롭고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선택하기 전에 다양한 미술활동을 하는지, 주입식 미술 교육을 하지는 않는지 살펴본다.
② 유아체능단
5~7세 아이들에게 수영, 체조 등 체육 교육을 하는 기관으로, 교육 프로그램은 체육활동이 기초가 된다. 유아 교사가 담임으로 있으면서 음악, 미술, 영어, 컴퓨터뿐 아니라 특기 교육을 병행하기도 한다. 놀이 중심의 활동을 통해 유아들의 신체 발달을 돕고, 자신감을 길러준다. 넓은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소극적인 아이는 용기와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 대체로 시설이 좋은 편이다. 아이 몸이 허약할 때는 프로그램을 꼼꼼히 따져보고 입학 여부를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