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톰 아저씨’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4 - 고스트 프로토콜>의 개봉을 앞두고 2012년 12월 초 한국을 찾았다. 전 세계적 슈퍼스타답게 타이트한 스케줄을 쪼개어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와 열성팬들과 번개팅을 갖고 다음 목적지로 날아간 것이다. 그 날 아이맥스관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었는데 기절초풍할 만큼의 아찔한 액션 씬으로 채워진 영화였다. 역시 <미션 임파서블>은 명불허전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동구- 체코의 부다페스트의 고색창연한 옛 역사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파이 추격전이 펼쳐진다. 쫓고 쫓기는 액션의 반전이 거듭되더니 요원 하나가 총을 맞고 땅에 쓰러진다. 그 요원이 갖고 있던 핵무기 명령체계가 담긴 특급비밀 ‘코발트’는 묘령의 여자 손에 넘어간다. 전 세계적 위협에 대처하는 정체불명의, 그러나 이제는 CIA만큼 유명해진 ‘IMF(Impossible Missions Force)'는 초비상이 걸린다.
'코발트’를 회수할 특급요원은 당연히 이단 헌트. 그런데 이단 헌트는 러시아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IMF는 유능한 요원을 보내 감옥의 전자통제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폭동을 일으킨다. 그 어수선한 와중에 이단 헌트는 유유히 감옥을 빠져나와 IMF요원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날아간다. 모스크바의 철통 보안망을 ’첨단과학과 원초적 액션본능‘으로 무력화시키고 비밀금고에 잠입하여 핵심기밀에 도달할 순간 돌발사고가 터진다. 모스크바 시내를 다 날려 버릴 만큼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고 이단 헌트는 후폭풍에 날아간다. 병원에서 눈을 뜨니 러시아요원이 이단 헌트를 노려보고 있다. 이번 폭발은 이단 헌트, 즉 미국의 비밀요원이 저지른 테러라는 것이다.
이단 헌트는 이번에도 역시 놀라운 원초적 액션과 날렵한 몸놀림으로 러시아 보안관계자들의 감시망을 뚫고 병원에서 탈출한다. 그리고는 IMF 책임자와 만나서 새로운 지령을 듣는다. “이번 사태는 심각하다. 대통령은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령했다. 네가 잡히면 우리의 조직, 기구, 비밀은 영원히 삭제된다.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단 헌트는 이때부터 남은 IMF의 요원들과 함께 두바이, 인도, 시애틀을 오가며 초강력 액션 극을 펼치게 된다.
다들 아시다시피 어떻게든 잠입하여 우리의 첨단무기로 적들의 보안체계는 무력화시키고, 비밀을 빼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적과 육박전을 펼치고, 우리나라 삼성물산에서 건설한 지상최고의 건물 830미터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빌딩‘ 꼭대기에 매달려 하드 액션을 펼친다. 이단 헌트는 이번 미션에서도 적을 무찌르고 지구평화를 살릴 수 있을까? 조직이 사라지느냐 핵폭탄이 사라지느냐, 위기의 절체절명에 어김없이 들리는 음악. 빠밤빠 빠밤빰 빠라람 빠바빠밤~~
<미션 임파서블>은 1960년대 중반부터 미국 CBS TV에서 방송된 외화시리즈이다. 당시에는 소련도 있었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공산주의 블록이 존재했었다. 그러니 IMF의 요원들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악의 음모를 소탕하고 지구평화, 정확히는 미국 TV시청자들의 평화를 지켜왔다. TV드라마 <미션 임파서블>은 우리나라에서는 <제 5전선>이라는 다소 ‘이데올로기적’인 제목으로 방영되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제5전선’은 ‘제5열’이라는 말과 함께 저널리스틱하게 사용된다.
어원은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로 거슬려 올라간다. 적지에서 활동하는 스파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니 ‘미션 임파서블’은 워싱턴이나 CIA본부가 있는 버지니아 맥클레인의 요새 같은 건물 속에서 초울트라 수퍼컴퓨터 앞에서 마구잡이로 해킹하는 요원들의 이야기가 아니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변장하고, 그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며, 각종 ‘신형+첨단+깜짝 무기’로 요인을 암살하고, 비밀을 빼돌리는 위험천만한 아날로그 액션을 펼치는 것이다. 아날로그라고? 어쨌든 적국의 감시망과 언론의 눈을 피해 위험 요소를 줄이고 국가의 안위를 지켜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거나 잡혀서 고문을 당해도 ‘소속도, 국가도, 정체도 없는... 요원‘이 되는 것.
이렇게 재미있는 TV드라마는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때부터 ’친절한‘ 톰 크루즈가 이단 헌트 역을 맡았으니 어언 15년째 현역 스파이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카메론 디아즈와 출연한 액션영화 <나잇 앤 데이>를 보면 톰 크루즈에게서 성룡의 그림자가 보였다. ”아, 이제 톰은 이단 역을 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이야....“ 그런데 이 톰 크루즈 이번에는 성룡도 시도 못한 아찔한 액션 씬을 연출한다. 그게 컴퓨터그래픽이었는지 세트였는지는 호사가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여하튼 아이맥스 초대형 화면으로 관람하는 영화팬은 초고층 빌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정도로 아찔하고 서늘한 액션을 만끽할 수 있었으리라.
영화는 워낙 재미있어 132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액션의 대폭풍이다. (두바이의 모래폭풍도). 결론이야 뭐 다 아시다시피, 이단 헌트는 죽지 않고, 핵 제어장치는 수거될 것이며, 세계평화는 유지될 것이다. 이 무슨 스포일러인가.(spoiler. 영화의 줄거리나 주요 장면 따위를 미리 알려 주어 영화의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람)
이번 <미션 임파서블>의 감독은 브래드 버드이다. 이 막강한 액션물의 감독이 누군지 궁금할 만도한데 브래드 버드 감독의 전작은 <라따뚜이>이다. 픽사와 디즈니의 그 귀여운 생쥐요리사 애니메이션 말이다. 그것 말고도 <인크레더블>과 로봇영화로는 걸작으로 취급되는 <아이언 자이언츠>를 감독한 사람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더 이상 ‘진짜’ 스파이 액션물로서는 한계에 도달하였고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브래드 버드는 놀랍도록 그 임무를 성공시킨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에서 “우리가 부족했던 것은 상상력”이라는 반성이 있었다. 테러범들의 테러수법에 대한 분석이나 예방책 마련을 위해서는 할리우드적 상상력, 나아가 애니메이션적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 후 CIA나 뭐 그런 조직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리우드는 발 빠르게 애니메이션적 피를 수혈한 셈이다.
이 영화의 제작은 톰 크루즈와 함께 JJ. 애브람스가 맡았다. J.J.애브람스는 인기 외화 <로스트>를 창조해낸 인물이다. 물론 이제는 영화판과 TV를 오가며 왕성한 상상력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로스트>에서는 신들린 듯 괴물 귀신을 쫓듯이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캐릭터들이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죽자고 뛰고 달린다. <미션 임파서블4>의 첫 장면에서 멋지게 액션하다 허망하게 죽는 부다페스트 요원을 맡은 배우는 <로스트>의 멋진 사기꾼 ‘소이어’ 의 조쉬 홀로웨이이다. 아마 <로스트> 팬들은 굉장히 반가운 캐릭터일 것이다.
그렇다면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5>은 어떤 내용일까? 확실한 것은 아기자기한 액션보다는 거대해진 영화산업의 규모만큼 대규모 영상에 화끈한 액션이 펼쳐질 지역/분쟁이 아닐까 한다. 갈수록 팽창하는 영화팬의 기대에 호응하기 위해 친절한 톰 아저씨는 또 어디에서 어떤 위험천만한 액션을 들고 우리를 찾아올지 과연 기대가 된다.
☞ 송인관의 다른 글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