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2일 청산도 06;00
GPS:34도18,13N 127도04.90E
청산도 어부가 말하는 바람-동풍/샛바람,서풍/마파람,남풍/늪바람,북풍/하늘바람. 청산도는 완도에서 주로 유객들을 싣고 정기적으로 배가 오는데 하늘 바람이 불어 완도에서 오는 배들이 순풍을 단듯 들어 올때의 그 느낌은 어부가 아님 모른다오. 허기사 이마을엔 어부 아닌 남잔 없지만서두...청산을 빠져 나오는 우리들을 아쉬워하듯 서편제에서 들었슴직한 남도의 그 구성진 가락이 머리 뒤꼭지를 붙드는듯하다.
오늘은 내일 대마도 레이싱에 참여하는 사람과 배들에 대한 수속과 점검때문에 욕지도 까지 약80여마일을 16시간이나 그이상 항해를 해야하는 힘든 날이 될거라는 예고가 있은 뒤라. 아예 맘을 편히 하고 있어선지 전형적인 한려 수도의 비갠뒤 아침바다는 주변의 연이어 늘어서 점점이 흩어져 떠있는 다양한 모습의 섬들를 감싸고 있는 낮은 구름띠와 물안개 구름이 약간낀 사이로 때마침 솓구쳐 오른 해는 에메랄드 바닷색을 작은 물결마다에 영롱한 다이아몬드 빛을 발산시키며 눈부시게한다 이것이 바로 운보/김 기창의 그림에서나 봄직한 <한려 진경 산수>의 진본이 아닌가? 이렇게 몇시간을 왔을까? 11:50 고흥반도와 외나로도 사이를 지나기 시작하는데 때마침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 5~7미터 메인 세일을 올린 드레이크가 바람을 받자 쏜살같이 미끄러져 저멀리 앞서 나가며 롱 택킹을 시도하며 세일을 부풀리고 있다. 뒤질세라 스키퍼 문과 어슬픈 신입의 두 크루도 스키퍼문의 지시에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나아간다. 중간중간 서해안의 적조띠와는 달리 남해안의 그것은 적조대라고 해야 할만큼 우리의 해상 먹거리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이곳의 바다를 어민들을 애태우리만치 깊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어부들이 쳐놓은 대형 정치망들로 드넓은 남해바다도 좁은 수로만 열어 놓은듯 지뢰밭 처럼 어지럽게 널려있는 어구와 어망 부표들을 피해 나르듯 레이싱을 하며 맑은 하늘 깊고 깨끗한 바다 다양한 섬들의 모습과 어우러진 한판의 레이싱 배가 앞으로 전진하면서 앞섬이 뒷섬으로 바뀌는 속도감을 즐기는 우리 아~하 그래서 요트를 탈 수 밖에 없구나! 이제서야 요트인들의 심중을 조금은 알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한 레이싱이 여느때완 달리바다는 점점더 거칠어져가고 16:20 금오열도와 신강수로를 지나 17:50남해미조만근처 해상에서 여수해경과 통영 해경의 릴레이 호위의 바통텃취가 있었던 그 시간 우리레이싱은 절정의 기량들을 뽐내고 있었다. 이미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바람을 받아 앞서가버린 레이싱정 드레이크와는 게임이 애초부터 안되는 그루징정인 바람바다, 스키퍼문의 그끈기와 굳센 의지 다양한 태크닉은 우리신입 크루들에겐 요트의 달인 처럼 느껴지며 존경과 믿음을 저절로 생기게 만든다 바다위에선 남녀 노소가 없다 오직 스키퍼와 크루만 있을뿐 나보다 훨씬 젊은 그지만 거칠어만 가는 바닷길 조금이라도 긴장을 농치면 뱃머리가 확 꺽혀 방향을 잃을 상황임에도 우리에게 키를 내주며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담대한 배려는 배주인의 배를 아끼는 개인 감정이 우선 할 것 같아 익숙치 않은 신입에게 쉽게 어려운 상황을 맡기지 않을 수도 있으련만....문득 존경심이 든다.19:00욕지도 까지 10여마일 좀 넘게 남긴 저녁시간 이미 먹구름과 약간의 비가 폭풍우를 몰고 올것 같은 2~3미터의 파고/7~10미터 가까운 이번 항해중 최고의 풍속/이미 7~9노트 까지 보이고있는 이배의 최고속도인 11노트에 조금 못미치는 속도 스피네커 세일을 달면 바로 직선으로 내려 꼭힐 것 같은 느낌이지만 두배 모두 현재의 상황에서 최고 속도로 나아가고 굳이 택킹과 자이빙 조차 필요 없는 빔 리치의 상황 침로70도E로 동북방향으로하고 키잡은 나에게 아무리 큰 파도가 달려들어도 정해진 침로에서 좌우5도 안에서의 키의 안정성이 확보되야 한다고 키 잡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대형파도를 타고 넘는 아슬한 순간이 연속되고 배가 15도 이상 한쪽으로 기울며 선실에서 우당탕 잡동사니 부딪히는 소리에 정신마져 혼미해지고 키잡은 손엔 땀이 홍건이 밴다.22:00 드디어 기어이 도착하고만 욕지도 16시간이상의 길고도 먼 뱃길 이었슴에도 언제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을 만큼 정신없이 달려온 하루여선지 긴장이 풀려선지 정박중 발을 헛디딘 내가 배아래로 떨어져 물에 빠지자 혼비백산한 스키퍼 문과 알렉스의 우려속에 그간 익힌 수영 실력으로 물위로 고개를 내민 내게 안도의 인사를 보내고 15년 넘게 눈에 눈대신 붙이고 살던 아르마니 안경을 드디에 수장시키고 정박된 배를 뒤로하고 돼지고기 국밥으로 따뜻하게 순대(?)를 채우고 경유와 물을 보충한 다음 일장하몽에 빠져버렸다.
8월3일 일구간 마지막날 05:00 수영만까지 약50마일 이상 14:00까지 도착 시킬 예정
GPS:34도38,58N 128도17,32E 침로67.6도 동북진
항해후 처음 보는 동해의 일출을 바로 맞으며 연화 매물도를 지나 거제 해금강을 돌아나오는 남동해의 일출과 해금강의 절경 그위를 질주하는 대형 선박들 이곳의 뱃길은 그간 우리들이 거쳐지나온 어부들의 고기잡이용 어수로가 아닌 또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무한한 바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맑은 날씨임에도 바람과 파도는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레이싱 상황은 연속되고
거제도 해안으로 밀어가는 조류가 단애에 부딪치며 되돌아 나오고 뒷물결은 밀어부치고 바람도 게세게 회오리치고 이모든 혼란이 거대한 섬 거제의 절벽을 지나면서 직접 우리에게 백파를 만들어 위협한다. 백파, 아 이런 파도를 일컫는구나하는 순간 키 잡은 내손이 마치 솟구치는 물체들이 연속적으로 닥아오는데 뱃머리를 부딪칠때마다 살짝살짝 돌려놓아 침로와 키를 제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백상아리의 주둥아리 처럼 뱃머릴 삼킬듯 곤두서 치솟았다 하얀 포말만 남긴채 순식간에 사라지는 백파의 향연13:00 가까이 주전자섬이 보이고 태종대 오륙도 그사이를 지금막 부산항에서 빠져나온듯 10만톤급이상의 덴마크 선적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인"MAERSKSEALAND"
호가 마치 떠다니는 거대한 섬 처럼 서서히 시야에서 멀어져 간다. 우리 수출화물을 듬뿍싣고 태평양을 건너 LA로 나아가는 것 같다. 수영만 입구쯤에 먼저온 드레이크가 진입을 준비하고 그사이로 윈드써핑 보드와 그를 잽싸게 바람 태우는 젊은이가 파도를 가르며 수영만 요트장을 빠져 나가는 사이를 뒤이어 우리가 나아가 정박을 완료한 시간 14:00 페리나 정기선로의 배가 아닌 요트가 이렇듯 6박7일 내내 커다란 오차 없이 우리를 여기까지 쉽게 오게 했는지?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면서 스키퍼 김과 문의 운항능력과요트의 안전성이 경이롭게 생각되는것을....
일단의 수속을 끝내고 구내식당에서 일구간 해단식을 끝내고 상경하기위해 알랙스와 KTX 17;20 서울행에 몸을 싣자 곯아 떨어진 3시간 기차에서 내리니 어릿한게 흔들리는 배위에 있는듯 내가 서울역 한복판에 서있는지 항해중인지?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