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전주의란 말 그대로 고전주의의 부흥이다. 그렇다면 고전주의는 어느 시대의 스타일을 말하나? 유럽인들은 그들의 뿌리를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서 찾는다.
그리하여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건축과 예술이라는 기본 재료를 삶기도 하고, 볶기도 하고, 갖은 양념을 하기도 하는데 신고전주의는 양념맛보다는 재료의 담백한 맛을 강조한 요리라 하겠다. 이렇게 기본 재료에 충실하려는 움직임은 여러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175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로코코 스타일의 지나칠 정도로 오버하는 과장성, 흐트러짐, 자유분방함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시 절제있는 디자인으로의 복귀를 요구한다.
이렇게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감각으로 되돌아 간 것을 프랑스에서는 1760년대에 구 그렉(Gout Grec, 그리스의 감각, 맛이라는 의미) 이라고 불렀다. 또한 숨겨졌던 고대 도시인 허큘레니엄과 폼페이가 발굴되면서 고전주의는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다.
이때 발굴된 벽화와 도기에 그려진 문양과 조각들은 신고전주의의 유행에 직접적인 촉매역할을 했다.
유럽의 귀족들은 이러한 유적지들을 답사하기 위해 그랜드 투어(The Grand Tour) 라고 불리는 패키지 여행을 앞다투어 떠났고, 예술가들은 이태리에 머물면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을 섭렵하며 자연히 이러한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자국의 건축과 미술품에 응용하였다.
이러한 예술가중 대표적인 인물이 영국의 로버트 아담(Robert Adam)이다. 아담의 디자인(The Works in Architecture of Robert and James Adam)이 출판된 이후 그의 영향은 영국 전역 뿐만 아니라 프랑스, 미국 등지로 널리 퍼졌다.
아담으로 대표되는 신고전주의는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헤플화이트와 쉐라톤이 출판한 캐비넷 메이커와 업홀스터러를 위한 가이드 (The Cabinet-Maker and Upholsterers Guide, 1788) 에 의해 보다 보편화되었다
쉐라톤과 헤플화이트의 디자인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단호한 직선 이 신고전주의 디자인의 기본 컨셉이다.
통바지가 유행하고 나면 다시 타이트한 쫄바지의 시대가 돌아오듯 로코코의 C와S자의 구불구불하고 어지러운 선이 한물 가고 정사각형, 직사각형, 타원형이 기본 아웃라인으로 많이 쓰였다. 의자 등받이의 형태로는 방패형도 매우 유행한다.
프랑스의 가구는 귀족들의 요구에 따라 작고 여러가지 기능이 복합적이며 화려한 가구들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가구제작자로서는 칼랑(Martin Carlin)과 바이스 바일러(Adam Weisweiler)가 있다.
이들은 흔히 프랑스 왕립 자기사인 세브르 도자기판을 넣어 가구를 제작하였는데, 이로써 당시 화려한 귀족들의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그 위에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모티브들이 케이크 위에 뿌려놓은 아이싱 슈거처럼 깔끔하게 장식된다.
이러한 표면 장식법은 클래식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실내의 스터코(stucco) 장식이 가구, 도자기, 은제품과 같은 메탈워크 등에도 반영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도자기에도 고대 그리스의 도기는 매우 중요한 디자인 원천이 되는데 영국의 조사이어 웨지우드에 의해서 개발된 블랙 바솔트(black basalt)와 재스퍼 웨어(jasper ware)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벽장식에서 보이는 색상이나 문양 또는 까미오의 영향을 명백히 볼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모티브에는 비트루비안 스크롤, 기요쉬, 플루팅, 콜럼(기둥), 팔멧이 있다. 이러한 클래식한 모티브들은 신고전주의 가구의 몰딩으로 흔히 사용되었다.
리젠시 스타일?
리젠시 스타일 가구는 네오클래식 가구의 사촌쯤 되는 것으로 신고전주의를 잘 이해했다면 쉽게 익힐 수 있는 스타일이다. 리젠시라는 용어는 후에 조지 4세가 된 프린스 오브 웨일즈의 섭정기간(리젠시)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고전주의가 한층 더 발전한 단계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고전주의에서 보았던 가늘고 섬세한 선들이 보다 굵직굵직하면서 대담해진다.
다시 말해 리젠시 스타일은 신고전주의의 연장선에 있지만 이에 프랑스의 엠파이어 스타일(Empire Style)의 영향을 크게 받아 탄생한 스타일이다. 엠파이어 스타일은 나폴레옹의 제국주의적 열망을 고대 로마제국과 견주어 표현한 것으로 로마시대에 사용되었던 군사 모티브, 예를 들면 활과 활통, 깃발, 군악기 같은 것이나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모티브 등이 대칭적으로 사용되어 제국주의의 위엄과 위상을 보이려고 했다.
제국을 상징하는 독수리와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을 상징하는 백조도 흔히 등장하는 모티브이다.
가구에서는 마호가니와 로즈우드 등 어두운 색의 나무를 선호하였고 이에 클래식한 모티브들을 주로 오물루(금도금한 메탈)로 장식하거나 놋쇠를 상감하는 기법(brass inlay)을 썼다.
그러나 이러한 오물루 장식은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에서 보았던 입체적인 장식이 아니라 매우 평면적이고 대칭적이다.
이후 엠파이어 스타일은 나폴레옹 제국의 몰락과 함께 시들었지만 프랑스에서 처분한 많은 화려한 가구들이 영국으로 유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토마스 홉(Thomas Hope)과 같은 디자이너에 의해 발전되어 영국에서는 리젠시 스타일로 일컫게 된다.
토마스 홉은 신고전주의에서 나타났던 형식적인 반응이 아니라 좀더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고전주의를 지향한 사람이다.
예를 들면 전형적인 리젠시 스타일의 의자는 항상 뒷다리가 휘면서 뻗어있는 세이버 렉(saber leg)을 하고 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의 클리즈모스 의자 (klismos chair)형태에서 유래한 것이다.
리젠시 스타일에도 역시 신고전주의에서 볼 수 있었던 모티브들이 사용되지만 연속적이면서도 가는 디자인에서 벗어나 개별적으로 부분부분 장식과 대담하면서도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나폴레옹을 패배시킨 넬슨 제독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트라팔가 의자는 밧줄형태의 다리와 등받이를 하고 있는데 이후 밧줄 모양의 등받이는 리젠시 스타일 의자에 흔히 등장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또한 팔멧, 그리핀, 안티미온, 기요쉬, 라이언 마스크 핸들, 그리고 라이 언 마스크 핸들 등도 많이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