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높이고’ 매장·디자인 ‘현지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 성공
‘베 이직 하우스’로 잘 알려진 캐주얼 패션 전문기업 더 베이직 하우스는 설립한 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젊은 기업이다. 회사명은 패션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에서 지어진 것이다. 역사는 짧지만 이미 많은 경영기록을 세우며 캐주얼 패션 업계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캐주얼 패션 업체 중에서 최단 기간 내에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법인 설립 5년 만인 2005년에는 패션 업체로서는 최단 기간 내에 코스피에 상장하기도 했다. 의류 업체 증시 상장으로는 1996년 한섬 상장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 회사는 상장하자마자 섬유의복 업종에서 시가총액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상장 1년 후에는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골드만삭스로부터 346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2007년 업계 최단 기간 내에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베이직 하우스의 가장 큰 성공 중의 하나는 바로 중국 시장 공략이다. 이 회사가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최대의 중국 수혜주로 꼽히고 있고, 업계에서 ‘제2의 이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 45개에 불과했던 중국 베이직 하우스의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72개로 급증했으며, 지난 6월 말 600개를 돌파했다. 매출도 2005년 2900만위안에서 2009년 6억4800만위안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약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 위기때 사업 확장 ‘시련’
더 베이직 하우스는 현재 베이직 하우스(Basic House), 마인드 브릿지(Mind Bridge), 볼(VOLL), 더 클래스(The CLASS), 스피도(SPEEDO) 등 5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직 하우스는 2009년 말 832억원의 매출에 116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MCS(Mega Concept Store)형 캐주얼 브랜드다. 국내에서 판매가격이 가장 저렴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2006년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란 문구를 새긴 공식 월드컵 티셔츠는 120만 장을 팔아치워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팔린 티셔츠라는 기록을 세웠다.
베이직 하우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3세부터 40세까지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아동, 주니어, 성인 남녀 옷을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다. 한 매장에서 여러 세대의 옷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 타 브랜드에 비해 매장 평수(평균 297㎡ 이상)가 넓다. 또 초저가이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가 높은 백화점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가두매장(로드 숍·Road Shop)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베이직 하우스의 높은 성장세는 바로 이러한 ‘남들과 다른 역발상’이 배경이 됐다. 한 매장에서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액세서리까지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 전략이 먹힌 것이다. 또 철저하게 수익성을 따진다는 원칙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큰 백화점이나 임대료가 비싼 중심가 대신 주변 지역이라도 264~990㎡(80~300평)의 넓은 매장을 고수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마인드 브릿지는 25~35세 남녀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다. 직장인들이 딱딱한 정장차림에서 벗어나 일과 생활 양면에서 자기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현대적인 감성의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백화점과 가두매장을 합쳐 약 90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약 4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또한 약 1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30~40대를 위한 성인 여성 캐주얼 ‘볼’, 남성을 위한 셔츠와 잡화를 위주로 하는 토털 코디네이션 브랜드 ‘클래스’, 수영복을 전문으로 하는 라이선스 브랜드 ‘스피도’를 운영하고 있다. 더 베이직 하우스는 저가 브랜드들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의 톱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왔다. 올해도 윤은혜, 김현중, 공유, 이민정, 김희선, 박태환 등 최고의 모델들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2000년 법인 설립 이후 탄탄대로를 걷던 더 베이직 하우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바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던 2008년. 상장공모 자금,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유치한 유상증자 자금 등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두 개 브랜드에서 볼, 더 클래스, 디아체, 아이반 등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고 신상품 공급 물량을 늘려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경제 환경이 악화되면서 판매량이 줄고 악성 재고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노 세일’ 브랜드였던 베이직 하우스도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성장과 흑자를 달성하던 더 베이직 하우스는 2008년 처음으로 157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판매가 부진했던 아이반과 디아체 등 두 개 브랜드는 결국 접고 말았다. 한때 1만원 이상을 유지하며 잘 나가던 주가도 거의 10분의 1토막으로 내려앉았고, 몇몇 은행들은 갑자기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브랜드 확장을 위해 설립했던 정장 브랜드 ‘더반(Durban)’을 운영하는 FAB, 수영복 브랜드 스피도를 운영하는 SAB 등의 계열사들도 적자폭이 커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버렸다. 곳곳에서 더 베이직 하우스가 반짝 흥행하다 사라진 많은 패션 기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말도 들려왔다.
더 베이직 하우스는 당장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해 350명의 직원 중에서 거의 100명 이상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 위기가 전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게 한 계기가 됐다. 회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하게 현금 흐름 위주의 경영에 나섰다. 매년 막대한 신상품을 찍어내고 무리하게 직영매장을 확대하다 보니 현금흐름은 항상 마이너스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무리한 신상품 출시는 자제하고 엄청나게 불어난 재고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정상매장에서 재고를 팔기 시작했으며, 장사가 안 되는 비효율 매장은 과감하게 철수했다. 현금 확보를 위해 악성재고를 헐값으로 남미나 동남아로 수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더 베이직 하우스는 2009년 약 33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이처럼 한국의 본사에서는 위기로 인해 구조조정이 한창이었지만 중국에서의 영업은 그침이 없었다. 중국의 매장 수와 매출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10억위안의 매출과 영업이익율 20%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장 수도 전년에 비해 220여 개가 증가해 한국을 훨씬 뛰어넘는 거의 7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더 베이직 하우스의 중국 법인인 ‘백가호상해유한공사’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중국 현지화 전략과 한류 마케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공 요인 1
매장·디자인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더 베이직 하우스는 중국 시장 진입 초창기인 2004년에는 중국의 패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한국과 똑같은 제품에, 똑같은 가격대의 저가로 가두매장에 진입을 시도했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거의 한국의 매장과 동일했다. 다만 한국과는 다르게 베이직 하우스 브랜드 중에서 여성복만 따로 진출했다. 그러나 현지 중국인들의 반응은 별로였고, 영업은 신통치 않았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몇 년간 현지에서 중국 시장을 관찰하던 중국 법인 직원들은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제품뿐만 아니라 문화적, 감성적 차이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유통 형태도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오로지 백화점에서 유통할 때만 옷이 잘 팔려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베이직 하우스는 가장 먼저 백화점 유통망 확보에 온 영업력을 집중시켰다. 상하이 주요 백화점의 실무자들을 매일 찾아다니며 매장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정성 때문인지 몇몇 백화점에서 매장을 오픈해 주었다. 베이직 하우스는 가장 먼저 매장 인테리어를 한국과는 완전 달리 꾸몄다.
또 철저하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제품들로 매장을 꾸몄다. 이를 위해 현지 중국인 판매사원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제품 품평회에 참여,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만을 골라서 가져갔다. 베이직 하우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현지 문화의 감성이 녹아 있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한기원 상무는 “어찌 보면 좀 촌스럽지만 그래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매장 인테리어를 꾸미고, 중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성공 요인 2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 먹혀
베이직 하우스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가격 면에서는 오히려 역발상에 나섰다. 고소득층을 겨냥해 저가 시장 공략에서 고가 프리미엄 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가격대를 한국 판매가의 거의 두 배 정도 비싸게 책정했다. 이는 시장 진입 초기 저가 시장을 공략하면서 겪은 뼈아픈 실패의 교훈이기도 했다.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은 주효했다.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물건들이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몇몇 매장에서는 캐주얼 의류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렇게 되자 백화점들은 더 많은 매장들을 열어 주었고 2년 만에 2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했다. 베이직 하우스는 이러한 판매호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280여 개의 매장을 새로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한 상무는 “중국의 고소득층이 증가하고 신귀족, 소황제 등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비싼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추세에 따라 고가의 베이직 하우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영업이익률이 20%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출한 마인드 브릿지의 여성복 브랜드도 100개 매장을 돌파했다. 현재는 베이직 하우스뿐만 아니라 마인드 브릿지 남성복, 볼, 베이직 하우스 키즈 등으로 브랜드 수를 늘려가고 있다. 내년에는 매장 수가 100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 추세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아예 새롭게 중국 소비자만을 위한 중국 디자인팀을 신설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옷들을 직접 기획하고 있다.
한 상무는 “만약 더 베이직 하우스 중국 법인이 한국 시장에서와 똑같은 판매 전략으로 진출했다면 이러한 지금의 성공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성공은 바로 철저한 중국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를 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성공 요인 3
적절한 한류 마케팅 전략
몇 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의 중국 흥행, 한국 가수들의 중국 열풍 속에 중국인들은 한국 문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은 한국 배우들이 등장하는 광고의 제품들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판매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에 힘입어 더 베이직 하우스는 한국의 광고 모델을 기용할 때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스타들을 모델로 쓰고 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궁> 등으로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윤은혜를 비롯해 SS501의 김현중, 그리고 한류 배우 김희선 등을 브랜드 모델로 내세웠다. 이러한 광고 마케팅으로 중국인들의 베이직 하우스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점점 높아졌다. 베이직 하우스가 한국의 명품 브랜드라는 인식을 하게 돼 고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바로 공급하기 때문에 물류비용 면에서도 훨씬 저렴하다는 점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3000여 명에 달하는 판매사원들에게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판매 동기를 강화시킨 것도 주효했다. 한 상무는 “이러한 성공적인 매출 성장과 이익을 바탕으로 중국 법인의 홍콩 중시 상장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