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탄한 기본기 갖춘 보급형 제품
캠브리지 오디오는 창립된지 40여 년이나 된 메이커이다. 스피커를 제외한 앰프를 비롯한 기타 소스기기를 제조하고 있는데 주로 중저가형의 제품들이 주종을 이루며 현재는 AV 제품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여러 종류의 모델들이 소개된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제품에 대한 유저의 신뢰가 높음을 증명해준다.
유럽 지역에서 특히 영국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디오 메이커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캠브리지 오디오 사는 하이엔드를 고집하는 타사와 달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중 하나이다.
리뷰 제품 두 종의 박스를 받으면서 일반적인 누런색의 투박한 박스에 검은 프린팅으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포장만 생각하다가 마치 노트북 컴퓨터의 포장처럼 손잡이가 달린 푸른색의 디자인의 예쁜 박스가 의아했지만 나름대로 내용물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런 점은 단순히 디자인이라는 측면보다는 어떻게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소비자 또한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
제품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540C와 640C V2.0은 앞면 패널이나 후면부 단자부도 동일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2003년에 발매를 시작한 Azur 시리즈에서는 동생격인 340C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외양상의 특징이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앞면에 제법 두꺼운 알루미늄 판을 부착했으며 옆면이나 후면에도 메탈 섀시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지 비용 문제를 떠나서라도 불필요한 공진 억제라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앞면부의 스위치 배열도 깔끔하고 사용하기 쉽게 되어 있으며, 중앙 상단부에 트레이와 바로 밑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부가 어우러져 세련된 모습이기는 하나 트레이 개폐시 디스플레이부가 가려지는 점은 조금 아쉽다. 후면의 출력단은 세 가지로 아날로그 단자 · 광 · 디지털 출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면에 스탠바이 스위치가 있지만 항상 가까이 두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편리성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오디오 기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이기는 하나 굳이 주전원 스위치가 후면에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V2.0에서는 멀티룸 시스템 연결을 위한 컨트롤 버스 입출력단이 새롭게 구비되어 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전기능 컨트롤이 가능한 리모컨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기능성은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V2.0에서의 내부적인 큰 변화라면 울프슨 사의 WM8740 24bit/192kHz DAC가 540C에는 하나, 640C에는 두 개가 (전 모델에서도 울프슨 제품이 적용되었으나 최신 버전으로 바뀌었다) 새로이 탑재되었다는 것이다. 그간에 24bit DAC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러 중견 오디오 업체가 이를 채용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고, 울프슨 사의 칩은 중급기 이상에서 많이 탑재하고 있는데 이 정도 가격대에서 과감히 채용한 것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높은 사양의 토로이달 트랜스의 채용이라든가 파워 서플라이부의 완전분리, 그리고 자체 설계된 지터 감소 회로가 적용된 점 등 오히려 가격대를 감안한다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점들은 캠브리지 오디오 사가 Azur 시리즈에 대한 열정과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면서 Azur 레인지가 중저가 브랜드에서 호평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반을 올리기 위해 트레이을 열 때 부드럽지 못한 부분이라든지 신호를 읽을 때 나는 미세한 소음들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초호화 부품의 투입과 첨단 설계로 만들어진 완벽을 추구하는 고가의 하이엔드 기기와 비교하는 욕심은 부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음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소소한 불만은 접어두고 얼마만큼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재생을 제공하며 기능성이나 디자인, 편의성이 얼마나 뛰어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런면에서 540C와 640C는 분명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제품이다.
이번 리뷰에는 요요마의 첼로와 클로드볼링의 피아노 연주 음반과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의 모차르트 현악 4중주곡, 너바나 음반을 주로 시청했는데 540C가 들려주는 모차르트는 중역은 풍성하고 저역은 단단한 편으로 현악 연주 특유의 울림이나 투명성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고역대가 한 발자국 물러선 듯한 느낌은 540C가 무게 중심을 낮게 튜닝한 음질상의 특징으로 여겨진다.
이번에는 너바나의 음반을 올려보았는데 모차르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기타와 드럼, 보컬이 어우러져 어느 대역에 치우침 없이 호소력 짙은 보컬도 아주 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음반 자체가 중저역에 비중을 두고 있어 540C의 음질 특성과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클로드 볼링의 음반에서는 피아노의 영롱함이나 첼로의 저역이 악기의 질감과 함께 멋지게 들려준다. 연주되는 악기의 개성을 무시한 채 대충 뒤섞여 얼버무려 나름대로의 주관이 뚜렷한 점이 540C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동일한 음반으로 640C를 울려보는데 540C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인 음색 경향은 비슷하지만 한 발 물러선 듯한 고역이 적극적으로 바뀌며 유연성이 더해지면서 음색이 순화된 점은 DAC가 두 개이기 때문인 듯하다. 640C가 형님격이라 540C에 비해 소스에 대한 포용력이 크다고나 할까? 음질의 성숙도에서는 640C가 한 수 위이지만 빠르고 비트감이 있는 음악 소스나 보컬 위주의 음악을 즐기기에는 오히련 540C가 유리할 듯하며, 스케일이 큰 대편성곡이나 실내악과 같은 음악적 취향에는 640C가 더 어울릴 듯하다.
Azur 시리즈의 540C와 640C는 디자인이나 음질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며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동급에서는 비교대상이 흔치 않은 기기이다.
[ 월간오디오 이상훈님 글 발췌 ] |